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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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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일단 복습부터. 전작 '혹성탈출' 트릴로지(2011·2014·2017)엔 각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모두 주인공 시저의 대사다.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는 "No"라고 말하면서 전복과 해방을 선언했다. '반격의 서막'에서 그는 "Home, family, future"를 말하며 새로운 체제 유지를 위한 가치를 내세웠다. 그리고 '종의 전쟁'에서 바로 그 "Apes together strong"을 외치며 동족을 규합했다. 7년만에 나온 새 영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는 새 주인공 노아를 통해 시저의 말씀을 계승한다. 이 작품이 그리는 노아의 여정은 말하자면 순례다. 노아는 누군지도 몰랐던 시저를 알게 되고 그가 꿈꾼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며 이를 통해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족을 이끌게 될 것이다. 문제는 시저가 세상을 떠난지 300년이 흘렀다는 점이고, 먼 후손인 노아는 그 말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아는 시저의 의지를 어떻게 이어 받을 것인가. '혹성탈출:새로운 시대'는 바로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메이즈 러너' 3부작의 웨스 볼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고전적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청년. 가족을 되찾고 마을을 복원하기 위해 떠나게 된 여정. 그 길에서 만나게 된 뜻밖의 동행. 이 과정에서 점차 알게 되는 세계의 진실. 우여곡절 끝에 완수한 임무. 청년에서 어른으로의 성장. 지도자로 다시 태어났으나 결코 만만치 않은 미래를 앞두게 된 운명. '혹성탈출:새로운 시대'는 오랜 세월 사람들을 매혹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 가치를 잃지 않은 플롯으로 러닝 타임 145분을 이끈다. 참신하다고 할 만한 대목은 없지만 이야기를 전진시키기 위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정 수준 이상의 완결성을 갖춘다. 다만 이 작품의 클래식한 구성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더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일부 캐릭터가 노아의 성장을 위해 활용되는 데 그치거나 상황 설명을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다.


전작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유머러스한 대목이 있긴 하나 이번 영화 역시 결코 간단치 않은 질문을 차례로 던지며 관객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혹성탈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공존과 공생에 관해 얘기하면서 동시에 권력 투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혐오와 절멸을 뺴놓지 않고 언급한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 지식을 축적해간다는 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진실이라는 건 불변하는 게 아니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권력자에 의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걸 놓치지 않는다. 전작과 차이는 '혹성탈출:새로운 시대'가 이런 주제 의식을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메시지를 더 명확히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을 포용하는 데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오락적 요소만큼이나 인문·사회학적 논의에 매료된 이들에겐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각종 시각효과로 중무장한 '혹성탈출:새로운 시대'의 기술적 완성도는 한 마디로 압도적이다. 인간 문명이 몰락한 뒤 수세기가 흘렀다는 설정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디스토피아 풍광은 담백해서 오히려 섬뜻하다. 유인원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모션 캡쳐 기술의 궁극을 보여주고, 털 한 오라기까지 구현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전작들에서도 극찬을 이끌어낸 유인원 감정 표현 기술 역시 여전하다. 기술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마지막 대목에 나오는 물 액션 시퀀스. '아바타:물의 길'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 장면은 현재 할리우드가 가진 시각효과 기술을 모두 쏟아부은 결과물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뻬어나다. 시각효과 감독을 맡은 에릭 윈퀴스트는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첫 번째 영화 '진화의 시작'에서 쓰인 기술들이 원시적이라고 느껴질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작은 기술 면에서 가장 뛰어날진 몰라도 전체 작품 완성도를 얘기할 땐 가장 늦게 언급될 것이다. '혹성탈출:새로운 시대'는 전작의 유산을 최선을 다해 물려 받으려 하나 앞선 3부작이 매번 전해준 충격까지 이어 받아 재현하진 못한다. 결국 이번 작품은 앞으로 본격화 할 유인원 대 인간, 공존 대 절멸의 대결로 나아가기 위한 빌드업에 그친다. 이건 아마도 노아의 고뇌가 영글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전작의 플롯을 추동했던 건 세계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시저의 고민이었다. 그러나 새 주인공 노아는 이제야 막 세상을 알게 된 캐릭터이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야 각성한다. 노아가 시저의 세 가지 말씀을 자기 식대로 수차례 다시 언급하면서도 그만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말을 새롭게 만들어내진 못한다는 건 이를 방증한다. 시저의 역할을 시저를 참칭하는 프록시무스 시저가 해줘야 했으나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소모된다.

시각효과는 완벽에 가깝지만 시각적 충격은 크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다. 유인원이 각성한 후 도시를 장악하고 금문교를 넘어갈 때 소름끼치는 광경('진화의 시작'), 말을 타고 총을 든 유인원들이 인간을 압도하는 순간의 살풍경과 결국 반목하고마는 유인원과 인간의 모습에서 분출되는 비애('반격의 서막'), 인간성을 포기한 인간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저의 얼굴('종의 전쟁')은 그것 자체로 강렬한 시퀀스이면서 동시에 각 작품의 주제를 집약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선 이런 결정적 장면이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긴 하나 어느 주제도 깊이 파고들어가지 못함으로써 그에 걸맞는 장면 역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새로운 시대'는 그림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말로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는데, 유인원의 언어 능력이 시저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다는 설정은 이 작품에선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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