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최민식·박해일 "술정 많이 쌓였다"...'행복의 나라로'(종합)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임상수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로'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베일을 벗었다. 전작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돈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적인 두 남자의 로드무비로 풀어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행복의 나라로'의 기자 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임 감독과 배우 최민식, 박해일, 조한철, 임성재, 이엘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특별한 동행을 하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로드무비다. 제73회 칸영화제 '2020 오피셜 셀렉션' 선정된 이번 작품은 임상수 감독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네 번째 칸영화제 초청작이다.

이날 임상수 감독은 '행복의 나라로'에 대해 "영화가 좀 선량하다. 착한 면이 있다. 내가 그동안 냉소적인 영화를 만들었지만 사실은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허문영) 집행위원장님과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영화가) 임상수답지 않게 촌스럽다고, 좋다고 하시더라.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마주하고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가까운 분들이 가실 때의 느낌을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돈과 죽음에 대한 소재가 전작들과 연관이 있지만, 확연히 다른 영화다. 나이를 들어가며 부모님이랄지,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고, 죽음이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나 옆 사람에게는 굉장히 끔찍한 일이지 않나.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나이가 된 거고, 그런 점에서 죽음을 다룬 것 같다"고 보충했다.

영화의 또 다른 소재인 돈에 대해서는 "어떤 종류의 영화를 찍든 영화 속 인물들은 돈과 씨름을 해야 관객들도 재미를 느끼고 공감하는 것 같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돈의 행방을 놓고 열심히 뛰지만 돈은 누가 차지했는지 모르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전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돈과 계층에 대한 주제를 다룬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묻자 임 감독은 "이 영화는 그렇게 계층에 관한 영화는 아니"라면서도 "한국에서 계층의 문제가 심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계층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한국의 작가들, 감독들이 까놓고, 대놓고 이 문제를 다루는 배짱이 있어서 그런 영화를 취향에 따라 좋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민식과 박해일의 첫 스크린 호흡도 관전 포인트다. 최민식은 교도소 복역 중 인생 마지막 행복을 찾아 일탈을 감행하는 죄수번호 '203', 박해일은 '203'의 특별한 여행에 얼떨결에 동참하게 된 남식으로 분해 시너지를 발휘했다.

최민식은 박해일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특별히 노력한 적은 없다. 해일이 작품을 통해 좋은 인상을 받아서 그런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 전부터 작품을 해왔던 느낌을 받았고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술정이 많이 쌓였다. 처음에는 제정신으로 얘기하다가 열번 중 여덟 번은 몽롱한 상태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더라. 너무 익숙해서 신기했다"며 "오토바이를 이렇게 잘 타는지 몰랐다. 겁도 났는데 스턴트맨 수준으로 잘 타서 안전하게 재밌게 찍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님과는 언제 한 번 작품에서 뵐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15년이 넘었다. 임상수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며 "로드무비 장르가 낯설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탈옥수 203의 행복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남식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동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임 감독은 "남식이 입장에서는 비참한 삶을 어렵게 꾸려가는 입장인데 큰 돈을 만져봤다. 큰 돈이 아니더라도 약값을 댈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며 "203과 좌충우돌하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다. 살면서 목표를 아무리 세워도 목표는 달성되지 않는 것 같고 그런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남식을 연기한 박해일은 "대본을 받아봤을 때 개인적으로 제 필모그래피를 포함해서 정말 사랑스럽고 꼭 껴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라며 "굉장히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작품이 끝나면 남식이가 과연 어떻게 생활할까하는 궁금증을 관객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화려하고 독특한 '윤여사'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직의 보스 격으로 윤여정과 이엘 등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것도 눈길을 끈다.

임 감독은 "두 남자의 로드 무비이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조직의 높은 사람, 이 역할을 여자로 하면 어떨까 했다. 경찰서장이라든지 203과 옥상서 마주하는 순경이라든지 중요한 캐릭터를 여자 캐릭터로 써서 분위기를 달리가고 싶은, 균형을 맞추고 싶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 남자 만큼이나 중요한 배우는 잠깐 나오지만 203의 딸, 203이 죽기 전 딸과 나누는 교감이다. 투맨 로드무비라는 장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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