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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봄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 숨…. 아이유(28·이지은)에 기대어 한 평생 듣고 싶은 노래가 '겨울잠'이다.

'겨울잠'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아이유의 소품집 '조각집'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다. 아이유가 '구태여' 바깥에 내놓지 않았던 이십대 사이사이의 조각들을 왜 꺼낼 생각을 했는지.

아이유는 시간과 계절을 아는 가수다. 좋은 곡이라도, 때와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안다. 그런데 그 포기한 조각은, 고민의 편린이다. 이번 '조각집'에 실린, 아이유가 오롯이 작사·작곡한 다섯 곡은 그래서 이전에 완결된 그림에 설명을 더하는 주석이다.

각자 조각이었던 트랙들을 유기적으로 엮은 프로듀싱의 집중성과 노랫말의 진솔함으로, 시간에 빼앗겼던 노래 풍경을 그려냈다. 그렇게 우리나라 나이로 내년 서른살을 맞이하는 아이유의 20대의 퍼즐이 자연스레 맞춰졌다.

특히 트랙들을 직접 소개한 아이유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노래를 듣는 것을 넘어 그녀의 20대를 함께 체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아이유가 스물살에 썼던 첫 트랙 '드라마'는 실연을 하고 몹시 비관하던 자신의 친구를 잠시나마 웃게 해주고 싶어서 만든 곡이다. 발매는 하지 않았지만, 매년 콘서트 앙코르에서 빼놓지 않고 불렀다. 공연장에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번에 따로 편곡을 하지 않았다.

아이유는 "처음이라 잘 해내 보이고 싶어 피가 끓었던 '내 손을 잡아'와, 어느새 제법 미끈한 여유가 생겼던 '금요일에 만나요' 사이에 '드라마'가 있다"면서 "내세우고픈 욕심은 없었으나 내 마음에는 꼭 들게 맞아서 꽤나 소중하게 간직했던 이 곡이, 어쩌면 이번 소품집의 이유이자 주제이기도 하겠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트랙 '정거장'은 아이유가 스물다섯에 쓰기 시작해서 스물여섯에 완성한 곡이다. 숨 쉬듯이 1절을 써놓고 나자마자 아이유는 이 곡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동안 이 곡에 대해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1년 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서 '지안'이라는 인물을 만났다. '나의 아저씨'는 사회에서 소외된 지안이가 인간적인 '박동훈'(이선균)을 만나 인간적인 교감과 우정, 공동체의 연대에 대해 배워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다. 아이유는 지안이와 물아일체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안이에 대입해 2절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창작자의 가장 중심적인 감성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또 이번 앨범에 실린 곡 중 '정거장'만 유일하게 가이드 버전 보컬을 섞어 사용했다. 3년 전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이전엔 담담했는데 지금의 아이유는 좀 더 호소하게 된다. 아이유는 "지은(아이유 본명)과 지안의 사이 '정거장'이 있다. 정거장 하나만큼의 거리가 둘을 이었다"고 여겼다.

'겨울잠'은 아이유가 생명이 세상을 떠나가는 일과, 그런 세상에 남겨지는 일에 대해 유독 여러 생각이 많았던 스물일곱에 스케치를 시작해서 몇 번의 커다란 헤어짐을 더 겪은 스물아홉이 돼서야 비로소 완성한 곡이다.

아이유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써 내려갈 플롯이 명확해서 글을 쓰기에는 어렵지 않은 트랙이었지만 그에 비해 완성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귀띔했다. "너무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싶지도, 그렇다고 너무 피상적인 감정만을 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세상에 큰 상실이 찾아왔음에도 바깥엔 지체 없이 꽃도 피고, 별도 뜨고, 시도 태어난다는 걸 깨닫게 한 노래다. "그 반복되는 계절들 사이에 '겨울잠'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그들은 알아주겠지"라는 초연한 마음이다.

'너'는 아이유가 스물네 살, 집에도 못 가고 산골에서 며칠간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2016) 촬영을 하다가 윗집 사는 친구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끄적였던 곡이다. 당시 촬영 중이던 이 드라마에 십분 몰입해 멀리 있는 님에게 보내는, 닿을지 어떨지 모르는 연서를 보낸다는 설정으로 한 줄 한 줄 애틋하게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고 아이유는 돌아봤다.

특히 가수 생활 14년 동안 유일하게 음악 활동을 쉬었던 해에 유일하게 팬들에게 들려줬던 곡이다. 아이유가 성숙해지는 발판이 됐던 앨범 '챗셔'(2015)와 '팔레트'(2017) 사이 느릿느릿 조용하게 흘러가고픈 '너'가 있다고 아이유는 전했다. 그녀가 작업한 곡들 중 아마 가장 음절이 적은 곡일 것이다.

마지막 트랙 '러브레터'는 스물여섯에 스케치하고 스물여덟에 완성해 다른 아티스트에게 준 곡이다. 아이유가 작곡을 시작한 이래 타 아티스트가 그녀의 곡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정승환. 작년 KBS 2TV '스케치북'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인연이 돼 정승환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아이유는 정승환과 그의 소속사 안테나에게 이번 소품집에 대해 미리 설명하고 음원 발매에 관한 동의를 얻었다. 정승환 '러브레터' 버전이 세련됐다면, 아이유 '러브레터' 버전은 정공법이다. 편곡은 동화 같고 아기자기하지만 가창 자체는 단단하다. 또 가사 중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다오'를 부를 때마다 아이유는 파트마다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 곡의 마지막 문단에 '어디보다 그대 안에 나 머물러 있다오'라는 노랫말은, 아이유가 올해 3월 발매한 정규 5집 '라일락'의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의 씨앗이 된 문장이다.

이처럼 아이유의 곡 설명은, 프로그램북 등의 모든 문장을 자신이 직접 쓰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해와 명분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이자 책임감이다.

이번 소품집이 더 높게 평가 받아야하는 건, 아이유가 자신이 영향 받은 선배들의 자장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승화하는데 있다. 첫 곡 '드라마'의 위트는 '푸른하늘'과 '화이트'의 유영석의 노래들, 마지막 트랙 '러브레터'는 김광진의 '편지'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장을 각인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수는 노래가 아닌 것을 불러낼 때, 비로소 노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유의 20대 풍경은 우리가 잊고 있던 조각들, 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함께 공감해가는 나날들이었다. 만약 20대의 아이유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이유를 창안해내야만 했다.

어느 유애나(아이유 팬덤)의 말처럼 "가장 20대를 알차게 보낸 여성"인 아이유를 만난 건 우리에게 행운이다. 이처럼 20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가수를 우리는 본다.

하지만 아이유의 20대가 완전한 마침표를 찍는 건 아니다. '후라이의 꿈', '해피엔딩', '천년의 신곡', '잊한맘'…. 20대에 불렀지만 아직 음원으로 발매 전인 곡들이 이렇게 많다. 20대 아이유에 기대어 한 평생 보낼 수 있는 이유다. 30대 아이유에도 당연히 기대겠지만….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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