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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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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숨이 막히는 게 아니라 숨이 멈췄어요."

2014년 7월 '명량' 개봉을 앞둔 배우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 연기에 대해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고 했다. 성웅(聖雄)으로 불리는 인물이 돼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그만큼 중압감이 큰 일이었다는 얘기였다. 지난 21일 만난 배우 박해일(45)에게 최민식이 했던 말을 전했다. 그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이 8년만에 내놓은 새 이순신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이순신을 연기했다. 박해일은 "난 숨이 막힐 것 같은 게 아니라 숨이 멈췄다"고 했다. 좀처럼 과장된 표현 같은 걸 쓰지 않는 그이지만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역할을 맡아 연기할 때도 압박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민이 아는 위인을 연기한다는 것은 평소 때보다 열배, 천배 부담스러웠습니다."

영화 데뷔 21년차. 수없이 카메라 앞에 선 베테랑 중 베테랑이지만, 그는 "연기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 있기 조차 힘들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겠더라"는 말도 했다. 15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한산도 해전을 그린 이 작품에서 이순신은 판옥선 가장 높은 곳에 미동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감정 변화가 거의 없다. 조용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판옥선 꼭대기에 혼자 서 있으면 모든 게 잘 보입니다. 전투 지휘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전후좌우에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가 저만 보고 있어요. 그 부담은 말할 수 없어요."




박해일은 부담과 압박을 얘기했지만, 그는 '한산:용의 출현'의 이순신을 '명량'의 이순신과 판이하게 다른 인물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명량'의 이순신이 뜨겁다면, '한산:용의 출현'의 이순신은 차갑다. '명량'의 이순신이 고독하다면, '한산:용의 출현'의 이순신은 동료에 의지한다. 이 또 다른 이순신 캐릭터는 김한민 감독이 제시한 비전을 박해일이 완벽에 가깝게 체화해 만들어졌다. 박해일은 그런 이순신을 "무인이면서 붓을 든 모습도 잘 어울리는 군자와도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해일의 이순신은 밀려들어오는 왜군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장수다. 말수가 많지 않고 여간해서는 감정 표현도 하지 않는 매우 정적인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한산:용의 출현'에서 박해일의 대사는 많지 않다. 전투가 절정으로 향해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박해일의 이순신은 침착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한 마디 내뱉는다. "발포하라." 그렇게 전투는 조선 수군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 된다.

"배우가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대사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저는 대사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사가 아니라 제 눈빛에 감정을 담아서 관객에게 실어보내야 했습니다. 호흡을 실어내보야 했고, 가만히 서있는 그 모습을 실어보내야 했어요. 이런 연기가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얼굴 하나로 드라마의 문맥을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이순신의 기운으로 계속해서 뿜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도 이순신의 기운을 몸 안에 계속해서 간직하려고 했다. 박해일은 숙소에 돌아오면 평소와 다르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나리오를 보고, 커피를 마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작인 '명량'은 당시 1761만명을 불러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후속작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해일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스코어에 관해서 생각하지만, 촬영 당시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맡은 역할에 대한 부담이 워낙 크다보니 흥행 부담까지 고려할 만한 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한국 영화사상 유례 없는 51분 간 이어지는 해상 전투 장면이 있는데도 단 한 번도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했다. 게다가 물 한 방울 쓰지 않고 그 모든 장면을 만들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트스케이트장에 해전 촬영을 위한 세트를 짓고 온통 그린 매트를 두른 뒤 실물 크기 배 모형을 올렸다. 박해일은 어떤 배경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바다 위에서 전투를 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연극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의 무대 게팅만 해놓고 관객을 맞이하는 그런 연극인 거죠. 내가 지금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상상력을 일으켜가면서 주변의 낯선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가며 연기했습니다." 그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배우들은 더 자주 이런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연기를 최대한 깊고 넓게 학습하게 된 장이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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