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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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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민희진 어도어(ADOR, All Doors One Room의 약자) 대표이사가 첫 제작한 신인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K-팝 공식을 깼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민 대표가 지난해 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했을 당시 전개한 '정반합(正反合)' 삼단계 논리를 뉴진스에 적용하면 그런 결론이 도출된다.

민 대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하이브(HYBE)로 옮기기 전(어도어는 하이브가 론칭한 레이블) SM엔터테인먼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등기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2002년 SM 공채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이 같은 결과를 이뤄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가수로 따지면, 올해가 데뷔 20주년인 셈.

민 대표의 작업을 대표하는 비주얼 디렉팅은 SM의 2·3세대를 대표하는 걸그룹들인 '소녀시대'·'f(x)'·'레드벨벳'을 통해 이뤄냈다.

소녀시대·f(x)·레드벨벳의 관계가 바로 정반합을 이룬다. 정반합은 헤겔의 변증법(辨證法)을 도식화한 논리다. 변증법은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원리로, 사물의 운동을 설명하는 논리.

그럼 우선 정반합을 풀어보자. 역사는 기존 질서의 모순을 지적하고 반대하면서 발전해나간다. 헤겔 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이 정반합이다. 기존 기본적인 구도가 정(正)이라고 할 때 시간이 흐른 뒤 이것과 상반되는 반(反)이 만들어진다. 이 정(正)과 반(反)이 갈등을 겪으면서 합(合)으로 초월한다는 논지다.

민 대표에 따르면, 소녀시대는 이전까지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던 걸그룹의 반(反)이었다. 소녀시대 전의 걸그룹들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녀시대는 '지(Gee)' 활동에서 화장기를 뺀 채 흰 티셔츠·스키니 진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의상을 입고 친근함을 내세웠다. '지'는 소녀시대가 국민 걸그룹 반열에 오르는 발판이 됐다.

그렇게 소녀시대가 '걸그룹의 정석'이라 불리며 정(正)이 된 상황. 역작 '일렉트릭 쇼크'(미니 2집) '핑크테이프'(정규 2집)로 기억되는 f(x)는 그런 소녀시대의 반(反)이었다. 개성 강한 멤버들이 뭉쳤던 f(x)는 전형적인 아이돌의 모습을 탈피했다.

이후 데뷔한 레드벨벳은 소녀시대와 f(x)의 합(合)이었다. 팀명부터 '강렬한 컬러 레드와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의 벨벳'의 조합이다. f(x)와 소녀시대의 장점을 섞은 셈이었다. f(x)보다 친근했고, 소녀시대보다 비현실적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22일 데뷔 EP '뉴 진스(New Jeans)'의 타이틀곡 '어텐션(Attention)'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데뷔한 뒤 일주일 만에 대세 걸그룹이 된 뉴진스는 어떤 정반합 과정을 겪었나.

일단 K팝 걸그룹 4세대 후반군에 묶일 뉴진스는 3세대, 4세대와 정반합이 됐다.

한 때 '트레블'로 묶이기도 했던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 같은 3세대 K팝 걸그룹은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틴에이저들이 따라하고 싶은 우상으로서 역할을 했고 여전히 하고 있으면서 정(正)이 됐다. 반면 에스파(aespa), 있지(ITZY), 아이브(IVE) 같은 4세대 걸그룹들은 3세대의 반(反)이다.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팬덤이 '유희'를 즐기는 형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뉴진스는 이 3·4세대의 장점들을 흡수한다. 누가 봐도 아이돌일 수밖에 없는 민지(18)·하니(18)·다니엘(17)·해린(16)·혜인(14)의 아름다운 얼굴과 사랑스러움은 3세대의 아이돌의 그것처럼 선망의 대상이다. 또 '어텐션' '하이프 보이' '허트(Hurt)' 등 미리 공개된 뮤직비디오와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틴에이저의 일상으로 들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일부에선 틴에이저에 대한 민 대표의 대상화 또는 전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가닿기 힘든 지적이다. 기성 세대가 기획을 한 이미지이나, 뉴진스 콘텐츠 안에서 다섯 멤버들이 바라보고 바라봄을 당하는 대상은 또래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시선으로 재단화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뉴진스가 K-팝 공식을 깼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따지면 정확하지 않다. 티징 이미지가 아닌 뮤직비디오가 제일 먼저 공개한 콘텐츠였다는 것이 최근 K팝 프로모션 공식을 깬 점이기는 하다. 그런데 사실 뉴진스는 K팝의 걸그룹 성공 공식을 모두 흡수한 팀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그룹 요소들을 기가막히게 잘 버무려놓았다"(1세대 걸그룹부터 모두 좋아해온 30대 회사원)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1990년대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1980년대 아이돌을 선망하는 이들이 방에 걸어놓았을 법한, 청량하고 청순한 이미지들. 세련된 동시에 담백한 팝 댄스('어텐션')·뭄바톤(Moombahton)과 일렉트로팝(ElectroPop)의 근사한 조합('하이프 보이')·통통 튀는 신스 댄스 팝('쿠키')·아련하면서도 사랑스러운 R&B('허트') 등의 명료한 음악. 몽글몽글한 'Y2K'(190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밀레니얼) 감성과 Z세대 감성의 아련하고 낭만적인 만남.

지금까지 K팝 걸그룹 아이돌이 각각 잘해온 것들을 민희진 식 감성으로 애틋하게 해석해 더 맵시 있게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하이틴의 뉴트로'라고 명명할 수 있는 비주얼 디렉팅이 영리한 한수다. 예전 향수를 Z세대 앞에 아무렇지 않게 배치하면서 세대 간 음악적 연대(連帶)를 심어놓는 선순환이 돋보인다.

뉴진스와 팬들의 스마트폰 전용 소통 애플리케이션 '포닝(Phoning)'이 예다. 어도어와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가 합작해 만든 포닝은 뉴진스와 팬들이 하나의 폰을 공유한다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그런데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구식 휴대폰을 떠올리게 한다. 첫 화면의 이모티콘 배치 등도 최근 스마트폰 앱의 세련됨이 아닌 복고풍이다.

특히 앞서 진행한 EP '뉴진스' 세 가지 버전 예약판매에서 소셜 미디어 등에서 특히 화제가 된 건 멤버들의 사진으로 꾸민 핀업북(PIN-UP BOOK), 포토카드, CD를 원형 가방에 담은 구성인 '뉴 진스 백(New Jeans Bag)' 버전이었다. 최근 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CD플레이어(Compact Disk Player·CDP) 가방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이와 관련 민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제가 어린 시절에 CDP를 항상 들고 다녔는데, 마땅히 맘에 드는 사이즈의 가방이 없어 예쁜 파우치를 많이 찾았다"면서 "그때 기억으로 음반을 가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CDP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CD 20여장이 들어갈 수 있는 묵직한 CD 케이스를 들고 다녔다"처럼, 소셜 미디어에는 1970~1980년대 언저리에 태어난 이들의 CDP와 CD가방에 대한 추억담이 공유되기도 했다.

음악 소식·뉴스·리뷰 등을 전하는 플랫폼 '제너레이트'를 운영하는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는 "뉴진스가 Y2K, 90년대 문화를 차용했는데 유행한다고 해서 따른 게 아닌 그 시대를 산 사람의 향수가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같이 봉합돼 있다"면서 "CDP 가방이나 옛날 휴대폰 모양의 소통 앱 등 디테일이 하나하나 심상치 않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이와 함께 수수께끼 같은 티저만 공개했다가 바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어도어와 뉴진스의 데뷔 방식에 대해 "노래와 콘텐츠에 대한 민희진 대표의 자신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음악과 콘셉트의 완성도가 높았던 이유는 민 대표와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민희진 사단'이 이번에도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어텐션' '하이프 보이' '허트'에 프로듀서 겸 DJ 이오공(250·이호형·40)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민 대표가 음악과 관련 절대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250은 최근 트로트를 힙합게 해석해 해외에서도 호평 받은 첫 정규 음반 '뽕'의 주인공이다. 또 f(x), 보아, NCT 127 등 SM 소속 그룹들과 있지 등 JYP 그룹 등 인기 K팝 팀들과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이와 함께 신동훈 바이스 프레지던트(VP), 김예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나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SM 시절부터 합을 맞춰온 비주얼 스태프들도 어도어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 레이블즈 내 두 레이블에서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걸그룹의 '선의의 경쟁'도 4세대 걸그룹 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가 됐다.

하이브 레이블즈인 쏘스뮤직은 지난 5월 방 의장과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가 제작을 주도한 '르세라핌(LE SSERAFIM)'을 선보였다.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김채원·사쿠라가 주축이 된 르세라핌의 데뷔 앨범 '피어리스(FEARLESS)'는 K팝 그룹의 인기 지표 중 하나인 초동(발매 일주일 판매량) 30만장으로 데뷔 걸그룹 기록을 썼다.

그런데 뉴진스의 데뷔 앨범 '뉴 진스(New Jeans)'는 예약판매 사흘째인 지난 27일 기준 선주문량 44만4000장을 기록했다. 선주문 수량이 일주일에 다 소진되는 걸 감안하면 데뷔 걸그룹 초동 신기록이 확실시된다. 이밖에도 각종 지표에서 데뷔 걸그룹 신기록을 예고하고 나섰다.

같은 레이블에서 비슷한 시기에 신인 걸그룹을 론칭하는 건 드문 일이다. 하지만 방 의장·소 대표의 색깔과 민 대표의 색깔이 차이가 커 팬덤이 겹치기보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르세라핌은 모던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고, 뉴진스는 하이브 소속이기는 하지만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 색깔을 극대화한 팀"이라면서 "걸그룹의 다양성을 살리고 다양한 카드를 만들어놓았다는 점에서 하이브의 영리한 전략"이라고 봤다.

뉴진스가 하이브에게든 K팝계에게든 데뷔하자마자 걸그룹 다양성에 일조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라는 팀 이름에 대해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했다. 이 이름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뉴 진스(New Genes). 즉 '새로운 유전자'다.

뉴진스의 '뉴 진스'는 내달 8일 오프라인에 발매된다. 음원은 앨범 발매에 앞서 같은 달 1일 오후 6시 공개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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