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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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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짜 무당'을 자처하지만, '진짜 위로'를 전한다.

추다혜(37)가 밴드 사운드로 빚어낸 주술이다. 소리꾼 또는 국악창작자로 불리는 그지만 콘서트 형식의 '광-경계의 시선'에선 대중음악에 좀 더 가까운 화법을 들려준다. 굿판에서 부르는 무가(巫歌)를 '종합예술 관점'으로 바라보는 추다혜는 삶의 애환을 신명으로 연주하는 '종합예술 퍼포머'다.

'광-경계의 시선'은 작년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 & 소울 노래' 부문을 받은 '추다혜차지스(CHUDAHYE CHAGIS)'의 '리츄얼 댄스'가 실린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연장선상에 있다.

이 음반은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장르의 탄생을 알렸는데, '광-경계의 시선'엔 '스토리텔링'이 더해졌다. 추다혜에게 굿을 가르쳐준 스승인 이찬엽 만신에 대한 헌사가 포함됐다.

"신이 갑자기 한 소년의 삶에서 내일이란 말을 그만 지워버렸네 (…) 이야이야이야오~ 신이시여 삼켜버린 소년의 꿈들을 뱉어내요!"('오 신이시요')라는 추다혜의 노래는 신(神)을 담보로 생(生)의 외줄타기를 하는 이찬엽 만신을 위로하고야 말겠다는 막강한 에너지로 넘친다. 추다혜는 작년 국립극장 '2021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했을 당시 이찬엽 만신을 게스트로 초대했고, 그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우여곡절이 넘치는 한 남성의 기구한 삶을 풀어내는 이번 '광-경계의 시선'의 구성은 뮤지컬 '헤드윅'을 언뜻 떠올리기도 한다. '헤드윅'처럼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건 아니지만 이찬엽 만신의 이야기와 추다혜의 삶이 덩굴처럼 뒤엉키면서, 신의 뜻을 전해야 한다는 숙명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내전(內戰)을 벌이는 걸 목격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야기와 넘버를 부르는 걸 교차하면서 진행하는 극의 방식은 자칫 단편적일 수 있는 각 개별 곡에 서사를 부여하며 긴 호흡을 가져간다.

무엇보다 콘서트 형식이 몰입감을 높인다. 추다혜차지스의 대표곡 '비나수 +'의 노랫말은 공연하는 장소를 넣어 현장을 더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는데 "금일명당으로 돌아드니 서울하고도 특별시라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로 이놀이 정성 디릴적에 서낭님 맞이로다 디립네다"라고 노래하는 순간, 이곳은 흥겨운 현대판 굿판이 된다.

심각하거나 장중한 굿판이 아닌, 록 사운드를 기반 삼아 기가 막히게 신나는 굿(good)판. 공연 제목 '광'은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광대(廣)', '빛날(光)', '미칠(狂)' 등 어느 걸 기준으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었다. 추다혜차지스 멤버인 이시문(기타), 김재호(베이스), 김다빈(드럼)의 탄탄한 연주력을 기반 삼아 무가와 민요뿐 아니라 펑크(punk), 펑크(funk), 팝 발라드 등을 아우른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space)111은 주로 수작 연극이 올라가는 공연장이지만, 홍대 앞 클럽 공연을 방불케 하는 무대도 종종 선보여왔다. 지난 2007년 펑크 1세대 '크라잉넛'이 공연했고, 2015년엔 추다혜가 속했던 민요 록 밴드 '씽씽'과 인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조인트 콘서트를 펼쳤다.

신나는 밴드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찾아오는 감정은 '이해'다. 평소 우리와 멀게만 느껴졌던 무당에 대해 미처 이성적으로 설득당하기 전에, 온 마음이 빨려 들어간다. 한국 대중음악이 첫 경험하는 사운드를 들려준 추다혜와 추다혜 아니 '마틸다'(추다혜는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칭한다) 차지스는 대중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선 무당을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인 박성웅·정경호 주연의 영화 '대무가'는 무당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 극 중 세 무당이 벌이는 굿판이 마치 프리스타일 힙합 공연처럼 그려진다. OST에도 넉살·타이거JK·MC메타 등 힙합 신구 세대를 대표하는 래퍼들이 참여했다.

추다혜가 대중문화적으로 이런 무당에 대한 열린 시각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단언하지는 못해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는 볼 수 있다. 소수 장르의 명맥을 이어가는 독립 예술가의 자부심을 담은 1인 기획사 '소수민족컴퍼니'의 작명법에서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다.

추다혜는 또 우리 시대 샤먼(shaman)임을 증명했다. 신 내림을 받았다는 1차원적인 해석의 샤먼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공감에서 뿜어져나오는 신명나는 기운으로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뜻에서 그렇다. 이해와 공감의 이중주가 우리 삶에 다채로운 화음을 불어넣는다. 콘서트에서 추다혜의 머리 장식이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만 꾸게 해준다는 '드림캐처'를 연상시키는 건 그래서다.

'광-경계의 시선'은 오는 12일까지. 추다혜가 DAC 아티스트(Artist) 자격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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