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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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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최지윤 기자 =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싱가포르 아줌마 한 명이 있다. 아들이 전화하면 극중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들은 이러한 어머니에게 영감을 받아 영화로 만들었다. 첫 한국·싱가포르 합작인 '아줌마'(감독 허슈밍)다.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 돼 주목 받았다. 중년 여성들에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슈밍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아줌마 간담회에서 "이번이 세번째 BIFF 참석이다. 첫 장편 데뷔작인 아줌마를 뉴커런츠 섹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돼 영광"이라며 "이 영화는 저희 엄마한테 영감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밝혔다. "내가 해외에서 체류할 때 엄마가 한국 드라마 세 네편을 동시에 보는 걸 알게 됐다. 전화 하면 엄마가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 얘기를 자주 했다"며 "성인이 되면 부모님을 떠나서 살지 않느냐. 나이 들어서 어머니와 나의 삶을 조명하고 나를 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일과 어머니의 삶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편작을 만들 때도 여성, 모성 이야기를 많이 그렸다. 첫 장편작도 자연스럽게 '엄마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엄마한테 항상 영감을 받는다. 엄마가 이야기꾼이라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엄마도 인생이 있다'는 걸 자식으로서 잊고 살 때가 많지 않느냐. 엄마 외의 정체성도 많은데, '엄마가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더라. 특정 나이에 이른 여성들에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싱가포르 '아줌마'가 용기를 내 나홀로 한국 여행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휘팡과 한국배우 정동환, 강형석 등이 출연했다. 한국에서 80% 이상 촬영했다. 여진구가 한국 스타로 특별출연했는데, "이 역에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행운이었다"고 짚었다. "통역 과정에서 문화적인 늬앙스를 잘 파악하고, 정확하게 조명하는데 신경썼다"며 "한국을 진정성있게 담고 싶었다"고 했다.

영어제목도 'Ajoomma'(아줌마)로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싱가포르에서도 아줌마가 갖는 의미가 비슷하다. 일정 부분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며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한국 드라마를 본 분들은 아줌마 뜻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어로 아줌마는 '안티'라서 캐릭터명도 '안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안티 역의 홍휘팡은 "나도 한국 드라마 열성 팬이다. 극중 역할처럼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고 귀띔했다. "40년간 연기를 했는데, 이 역을 준비하면서 아줌마의 특징을 잘 살리려고 했다. 특히 '아줌마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동료인 강형석, 정동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문화와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지만, 눈빛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특히 강형석과 연기할 때 정말 내 아들과 호흡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줌마는 2015년 말 처음으로 영화하기로 한 뒤 6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허슈밍 감독의 데뷔작이다보니 국내 제작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동남아시아 국가 중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제작 지원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영화를 선망했고, 한국감독의 직업 윤리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일 해보니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 감독 중에서는 이창동 감독을 가장 좋아한다. 삶과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시각이 다르다. 어려운 주제를 인간적으로 그려내는 게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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