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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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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람들은 소경이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척을 하는 경수(류준열)에게 소현세자(김성철)가 그 이유를 묻는다. 이건 경수의 답변이다. 소현세자는 경수에게 청나라에서 가져온 확대경을 선물한다. 자신을 속인 경수를 벌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나서 영화 '올빼미'는 소현세자가 암살당하는 에피소드를 이어붙인다. 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경수. 확대경 에피소드와 암살 에피소드가 이같이 배열된 건 의도적이다. 말하자면 '올빼미'는 소현세자가 경수에게 확대경을 줬기 때문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소현세자의 자비로움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라는 얘기다.

◇'올빼미'의 메타포

확대경과 살인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이걸 알려면 먼저 '올빼미'가 어떤 영화인지 검토해야 한다. '올빼미'는 러닝 타임 내내 서스펜스를 가지고 놀며 이른바 스릴러로 불리는 이 장르의 재미를 채워 간다. 다만 '올빼미'를 괜찮은 장르물 정도로 평하는 건 부족하다. 이 영화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바로 비유와 상징. '올빼미'는 갖가지 메타포를 통해 정치 권력과 흔히 이 권력에 지배 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민중의 관계를 매섭게 풍자한다. 그 출발은 당연히 경수다. 시각장애인인 경수는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사회적 약자. 궁 안에서 그의 위치는 말 그대로 밑바닥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경수에게 두 가지 설정을 더한다. 그가 매우 뛰어난 침술사라는 것, 빛이 사라지는 밤에는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다는 것.

◇침을 쥔 남자

영화는 경수의 침술 능력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그가 침을 놓으며 그 재능을 증명하는 대상이 모두 최고 권력자인 왕족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가장 먼저 궁 내 실세인 조씨(안은진), 이어 차기 왕으로 예정된 소현세자 그리고 인조(유해진)가 차례로 경수의 침을 맞게 한다. 이들은 모두 경수의 침 한 방으로 건강이 좋아질 수도, 반대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으며,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경수가 놓는 침의 효험만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이르면 경수가 가진 침술의 위력을 드러내 보인다. 경수는 말한다. "제가 침으로 오른팔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이 침을 더 찔러넣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궁 내 최약자인 경수가 자기도 모르게 왕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왕족의 죽음은 왕좌의 방향을 바꿔놓을 것이다. 다시 말해 궁의 최하층에 있는 사람, 궁에서 평민 계급을 상징하는 듯한 인물인 경수가 여차하면 권력을 누가 쥘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에둘러 하고 있는 것 같다. '올빼미'는 경수가 가진 힘을 경수 자신은 물론 권력자도 모르는 상태로 이야기를 연 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경수도 권력자도 진짜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게 되는 것으로 문을 닫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자기 침의 힘을 명확히 알게 된 경수가 다시 한 번 인조에게 시술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는 다 보고 있었다

경수가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는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것 역시 장르적 재미만을 위한 설정이 아니다. 민중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는 건 권력자의 착각일 뿐, 권력자가 아무리 민중의 시야를 흐려도 민중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다 보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은유다. 어의 이형익(최무성)은 경수에게서 뛰어난 의학 재능만 본 게 아니다. 그가 맹인이라는 점을 들어 그를 궁에 들인다. 인조와 모의한 계획을 실행하더라도 경수는 결코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이용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궁의 권력자는 경수의 재능을 써먹으면서 동시에 경수를 농락하며 계략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경수는 밤이 되면 볼 수 있고, 모든 걸 목격한다.


"제가 다 보았습니다." 경수는 결국 이렇게 외친다. 그는 못 본 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역사의 목격자가 되는 길을 택한 뒤 목숨을 걸고 인조를 막기 위해 나선다. 어찌보면 경수의 이 변화는 너무 극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권력자가 용서 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아무 힘이 없어 보였던 사람들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해 나랏님이라도 끌어내리기 위해 달려든다는 걸 상징하는 장면으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변화다. 경수는 일단 패배하지만, 그가 모두 보았고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권력자를 견딜 수 없는 불안에 떨게 한다. 경수 역시 자신이 본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런 권력은 결국 진실 앞에 힘을 잃는다.

◇못 보게 하는 권력과 보라고 하는 권력

'올빼미'를 이렇게 본다면 확대경과 소현세자의 죽음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소현세자는 경수에게 보라고 말하는 인물이며, 경수가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게 아니라 더 분명히 보라며 확대경을 건넨다. 타락한 권력자는 그들이 가진 힘을 오용 혹은 남용하기 위해 민중이 볼 수 없기를 원한다. 봤어도 못 본 척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소현세자는 민중이 보기를 원했다. 그들이 목격자가 되고 감시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는 권력을 분배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소현세자는 인조에게 말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수 뿐만 아니라 모든 민중에게 확대경을 줄 것만 같은 아들을, 아비는 죽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현세자는 확대경 때문에 죽는다.


◇올빼미의 경고

'올빼미'엔 올빼미 한 마리 나오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밤에만 눈이 밝아지는 경수를 상징하는 동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메타포 같지는 않다. 올빼미는 칠흑 같은 밤에도 볼 수 있고 옳은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다. 권력이 잘못 사용될 때 세상은 종종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 가곤 한다. 도저히 빛이 없을 것만 같은 시대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 '올빼미'라는 제목은 아무리 깊은 어둠이 찾아온다고 해도 그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올빼미처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올빼미에겐 침이 있다. '올빼미'는 권력자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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