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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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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무대에 선 게 3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이번 연극은 제게 첫 아이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죠. 굉장히 의미 있고 감사합니다."

중후한 목소리에 '왕 전문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유동근이 예술가로 변신해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막을 올린 연극 '레드'에서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인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다.

80년대 민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엘칸토 소극장에서 성장 발판을 다졌다. 이후 방송국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진출해 수많은 드라마로 이름을 알렸고, 그동안 무대에 서지는 않았다.

유동근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레드' 프레스콜에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만큼 사실 모든 게 첫 경험"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무대에 그는 다른 배우들보다 3주 먼저 연습을 시작하기도 했다.

"제가 연극할 당시 명동에 포스터 붙이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포스터를 붙이다가 걸리면 구류(유치장에 수감되는 처분)도 살았죠. 극단 생활을 했지만 늘 무대에서 청소하고 심부름하기 바빴어요. 이번에 공연하며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죠."

'레드'는 뉴욕 시그램 빌딩 벽화에 얽힌 마크 로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작업실에서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조수 켄이 대화를 하는 2인극이다. 도도한 자의식에 사로잡혀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는 마크 로스코와 그의 닫힌 사상을 당돌하게 지목하며 변화를 종용하는 켄이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2019년 정보석이 연기한 '레드'를 관람한 것이 출연의 계기가 됐다. "정보석씨가 너무 멋있었어요. 마크 로스코가 객석에 던져준 그 매력에 흠뻑 취했죠. 대사가 참 좋았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존 로건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강한 동기 부여가 됐죠.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제안과 격려로 용기 낼 수 있었죠."

유동근의 마크 로스코는 "인간적"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큰데, 비극에 너무 치우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대본 자체가 연극이 아니라 하나의 고전 미술사 같아요. 큰 산맥을 만나고,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으로 지금까지 왔죠."

마크 로스코로 2015년과 2019년에 출연했던 정보석도 다시 한번 나선다. 그는 "이 작품은 짝사랑으로 끝나야지, 사랑을 이루려고 할 때 큰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매번 하겠다고 한 그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해요. 헤어져 있으면 하고 싶은데,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골머리가 아프죠.(웃음) 좋은 건 하나 있어요. 배우로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우치게 하고 자극하는 작품이죠."

세 번째로 만나는 정보석의 마크 로스코는 어떨까. 그는 "치밀하고 치열한, 빈틈없는 마크 로스코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금의 허점도 용서되지 않는, 자기 삶에 철저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처음 작품을 했을 땐 너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예술적 고민을 따라갈 수가 없었죠. 그땐 공연장에 오는 내내 매일 교통사고가 나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괴로워서 공연장에 올 수가 없었죠. 연기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이젠 마크 로스코가 이런 고민을 했겠구나 하는 마음을 느껴요. 그래서 조금은 극장에 오는 힘이 생겼죠."

유동근의 연기는 이날 처음 봤다고 했다. 서로가 역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이 겹치지 않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보석은 "묘하게 빠져들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치켜세웠다.

정보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을 소재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내 진리가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곤 해요. 과거를 통해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면 나 역시 과거가 될 거라는 각오가 서야 하는데, 이를 망각한다는 걸 보여주죠."

켄 역은 강승호와 연준석이 맡는다. 강승호는 "연습 기간이 길어서 다른 작품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 공연 때 긴장되더라. 관객들과 소통하는 지점이 많아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연준석은 "첫 공연 때 유독 긴장했고, 아직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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