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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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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조재윤(48)은 진정한 '신스틸러'를 꿈꿨다. 'SKY 캐슬'(2018~2019)이 대박 난 후 드라마·영화·예능 등을 넘나들며 활약했는데, 주연을 꿈꾸며 연기하진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주인공을 맡겠지만, 아직 "책임질 그릇이 못 된다"며 겸손해 했다. 어느 순간 소모되는 느낌이 커 "이제 질적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바랐다. 영화 '짝패'(감독 류승완·2006)의 이범수(54)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며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어제 매니저한테 '배우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너무 달려와서 대사에 치이는 것 같았다. 인물을 분석하고 좀 더 파고 들어서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매일 찍기 급급해 깊이가 얕아졌다. 이렇게 하면 '사라지겠구나' 싶더라. 늘상 있는 조연배우가 아니라, 각 드라마에서 캐릭터로 보여주는 게 '신스틸러' 아니냐. 정작 난 부족해 스스로 신스틸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제 조금 더 신스틸러답게 임팩트를 주고 빠지는 역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해 tvN 드라마 '환혼' 파트1·2를 비롯해 영화 '한산: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영웅'(감독 윤제균), KBS 2TV '세컨 하우스'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작품까지 포함하면 7개를 찍었다. 이중 환혼은 1년 가까이 촬영해 애정이 남다르다. "지난해 행복하게 찍었다"면서 "박준화 PD를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다. 박 PD는 리더십이 강하고 유쾌하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 짜증을 안 낸다. 배우 가지고 있는 걸 잘 끄집어 내줘서 화수분 같은 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이 드라마는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이들의 이야기다. 조재윤은 천부관 관주 '진무'를 맡았다. 진요원장 '진호경'(박은혜) 이복동생이다. 야욕이 크고 '박쥐' 같은 인물인데,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진무는 목적이 분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서자로서 천대 받고 무시 당하지 않았느냐. 트라우마와 외로움을 극복하고, 철저하게 성공하고 싶었다"며 "대호국의 계급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았지만, '장강'(주상욱)을 만나 환혼술을 배웠다. 장강이 사라지니 숨겨 놓은 발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애초 시놉시스에서 진무와 '박진'(유준상), '김도주'(오나라)는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셋이 삼각관계였는데 바뀌었다. 다 사랑 이야기라서 누군가 적이 있어야 했다. 정·반이 있어야 합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진무는 태어날 때부터 나빴던 게 아니라, 환경에 의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 받고 싶은 결핍이 없었다면 그냥 나쁜 놈이 됐을 것 같다. 그런 결핍이 있어서 진무를 사랑했다"고 설명했다.

"시즌1 때는 백발이지 않았느냐. 길거리 다닐 때도 알아보고 '왜 그렇게 '무덕이'(정소민)를 괴롭혀~'라고 하더라. 일일드라마도 아닌데 욕을 많이 먹었다"며 "보통 퓨전사극은 젊은 사람 이야기 위주로 흘러가는데, 환혼은 중년층까지 잘 섞었고, 권력과 사랑, 희로애락이 조화를 이뤘다. 시청률이 확 오르지는 않았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진무도 덩달아 사랑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환혼은 사극에 판타지, 로맨스를 섞은 복합 장르물이다. 대호국이라는 가상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터다. 톤이 제각각이었지만, 조재윤은 유준상(54), 오나라(49) 등과 함께 중심을 잡아줬다. '조선구마사'(2021) '설강화'(2021~2022) 등이 역사 왜곡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만큼 "처음에 다들 '괜찮은 건가, 큰일 나는거 아닌가?' 걱정했다"고 귀띔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가상 세계를 설정하지 않았느냐. 가뜩이나 중국에 민감한데 '따라한 거 아니냐'고 할까 봐 걱정했다"며 "'진초연'(아린) 의상이 기생옷과 비슷했는데, 조선시대 유행한 옷이다. 중국 무협 드라마처럼 하지 않고, 잘 풀어서 다행"이라고 짚었다.

"말투가 제일 문제였다. 요즘 사극은 현대말을 써도 무방하지 않느냐. 진무는 현대말에 사극 말투를 조금 가미했다. 구어체는 현대말이고, 문어체는 사극투 아니냐. 2개를 접목했다. 극중 박은혜씨가 가장 전통적인 사극말을 했다. 무엇보다 발음과 딕션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배우로서 가장 기본인데, 선천적으로 혀가 짧다.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대상포진에 걸리고,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다. 올해는 조금 더 정비해야 할 것 같다."

극 말미 진무는 '서율'(황민현) 당숙인 '서윤오'(도상우)로 환혼했다.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결국 '장욱'(이재욱) 손에 죽음을 맞았다. 불에 타 죽어가며 "장욱 네 말이 맞구나.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세상에서 약한 자는 그냥 죽는 거구나"라고 한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그 대사가 슬프더라. 내 인생이 훅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첫 테이크 때 너무 울어서 한번 더 찍었다. 그때처럼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아본 적이 없다. 조연으로서 사랑 받는 역 했을 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진무의 마지막 대사가 힘들게 살아온 나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보통 조연은 죽을 때 그냥 사라지고 주인공만 남는데, 아름답게 이별을 준비해줘서 감사하다."


조재윤은 올해 숨 고르기를 하면서도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SBS TV 드라마 '7인의 탈출'과 웨이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등으로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만능엔터테인먼트가 되고 싶다"며 "연기도 잘하고 예능감이 뛰어나진 않지만 엔터테이너가 돼 가족들이 봤을 때 '멋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최근 절친한 후배 변요한(37)이 영웅을 보고 '너무 설렁설렁한 거 아니냐'고 했다며 "극중 캐릭터가 말 많고 눈물도 많고 의리있다. 나랑 똑같은데, 그 얘기를 듣고 행복하면서도 찔렸다. '안 되겠다. 다르게, 깊이 있게 접근해야 겠구나'라고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조재윤은 스케줄이 바빠도 드라마·영화 등을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편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왓챠, 티빙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모두 구독한다며 "결국 나의 소스이자 교재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걸 간접 경험할 수 있지 않느냐. 개그 프로그램도 안 빼놓고 본다. 환혼에서 패러디한 것도 많다"고 했다.

"50대에는 손현주 형처럼 하고 싶다. 현주 형이 '추적자' '모범형사' 등에서 정의롭고 따뜻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느냐. 세상의 약자지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힘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주연은 욕심 없어도 조연으로서, 한 번은 올 것 같은 기대감으로 뛰고 있다. (오)정세가 한 '엉클'처럼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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