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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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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가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노래가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는 느낌.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설 대기획인 밴드 '송골매'의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은 송골매 자체가 화자(話者) 역할을 맡았다. 우리에게도 청춘 그리고 록(Rock) 음악이 있었다는 걸 대신 이야기해준 것이다.

송골매의 양날개인 배철수(70)·구창모(69)가 38년 만인 지난해 뭉쳐 전국투어를 돈 이후 KBS가 지난달 10일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무대(관객 5000명 규모)다. 그간 KBS 대기획 콘서트는 다소 트로트에 쏠려 있었다. TV 콘서트 역사를 다시 쓴 지난 2020년 추석 '나훈아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1년 설 '심수봉 콘서트', 같은 해 말 송년 특집으로 선보인 '임영웅 콘서트' 등이다.

트로트는 국내 음악 장르를 K팝 아이돌과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 흥행 보증 수표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송골매 콘서트에 대한 걱정도 KBS 내부에서 있었다. 록 음악으로 대기획을 진행한 사례가 없고, 해당 장르의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40년 만의 비행'은 시청률 5.9%(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특히 완성도에 대한 입소문이 크게 나고 있다.

'40년만의 비행' 연출을 맡은 편은지 제작 PD는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음악업계가 흥행이 담보되는 트로트나 영상 조회수가 담보되는 아이돌, 두 장르를 못 벗어나는 거 같았다"면서 "마침 송골매가 재결합을 했고 이 분들이면 록 장르로서 탄탄한 아이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골매가 아니었으면 시도를 해보지도 못했을 기획이에요. 구창모 선생님은 칠순이신데 가창력이 여전하시고 배철수 선생님 역시 건재하셨죠. 밴드에 원년이라 할 수 있는 멤버들도 포함돼 있는데, 작년 여름 연습실에서 연습하시는 걸 보고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송골매는 작년 9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를 거쳐 그해 11월 인천까지 이어진 전국투어를 마치고 KBS 설 대기획을 촬영했다. 무료 공연이긴 했지만 이미 투어를 돈 만큼, 화제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팬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특화된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전국 투어가 너무 좋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부분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자 했어요.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래도록 좋아했다는 마음을 직접 전달드리고 싶다' '젊은 친구들도 공연장을 찾았다는 걸 알리고 싶다' 등이었어요. 이런 부분을 다 반영하고자 했어요. 실제로 이번에도 10대 중학생이 관람 신청을 했어요."

연출적으로 또 눈길을 끈 부분은 '송골매 가사 사전'이다. 송골매는 한국적인 록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가사로도 높게 평가 받는다. '하늘나라 우리님' '탈춤' 등이 대표적. 이날 '40년만의 비행'은 하늘나라 우리님' 속 '산득산득'(갑자기 놀라서 마음에 사늘한 느낌이 자꾸드는 모양) 등 자막으로 송골매의 다소 어려운 노랫말들을 바로 풀이해줬다.

편 PD는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 중에 20대 작가들이 많아요. 송골매가 쓴 가사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그 장점을 더 강조해보자라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시청자분들이 직관적으로 알고 보셨으면 했어요. 멋 부리지 말고 순수하게 뜻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송골매는 항공대 내 캠퍼스 그룹사운드 '활주로' 출신인 배철수를 중심으로 1979년 결성됐다. 이후 홍익대 내 캠퍼스 밴드 '블랙테트라' 출신 구창모와 김정선이 합류하면서 꼴을 갖췄다.

1982년 배철수·구창모가 본격적으로 함께 활동을 시작한 2집의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당시 최고 가요 프로그램이던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했고 후속곡인 '모두 다 사랑하리' 역시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 해를 빛낸 최고 인기 가수를 선정하는 'KBS 가요대상'에서 1982년부터 1985년까지 4년 연속으로 '록 그룹상'을 수상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로 군림했다. 1984년 구창모 탈퇴 이후 배철수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배철수는 구창모가 탈퇴한 것에 대해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도 농을 섞어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엔 KBS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창모가 솔로 가수로 홀로서기 하자마자 '희나리'로 KBS '가요톱텐'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자신에게 인터뷰를 청했다는 것이다. 배철수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얼굴로 '구창모 씨가 1위를 해서 기쁘고요. 전 아직도 구창모 씨가 송골매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당시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고 두 사람은 물론 수많은 관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현재 10~20대 사이에서 청바지가 상징인 뮤지션은 걸그룹 '뉴진스'인데 이들에 앞서 송골매가 있었다. 정치, 사회적으로 엄혹하던 활동 초창기에 당시 국내에서 드물게 송골매가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간 밴드였다. 이렇게 이들은 청춘, 시대의 상징이 됐다.

'40년만의 비행'에 다양한 게스트가 힘을 실은 이유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배우 이선균. 그는 명작 드라마인 tvN '나의 아저씨'(2018)에 주인공 '박동훈' 역을 맡아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불렀다. 이번 무대에서도 해당 곡을 불러 여운을 안겼다.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리메이크했고 작년 4월 발매한 솔로 음반 '그레이 수트'에서 프로그레시브 록 장르를 내세운 한류그룹 '엑소' 멤버 수호는 이날 '모두 다 사랑하리'를 들려줬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부터 공공연하게 80년대 송골매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던 장기하 무대도 크게 주목 받았다. 그는 송골매의 '산꼭대기 올라가'를 커버했고, 송골매와 '탈춤'을 함께 불렀다.

이렇게 송골매는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편 PD는 '팬덤'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 송가인·임영웅·장민호의 팬들, 즉 팬심을 주제로 삼아 주목 받았던 KBS 2TV 음악 예능 '주접이 풍년'이 그녀의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예능PD를 꿈 꾼 편 PD의 메인 연출 입봉작이었다. 그런 그녀가 음악 장르를 불문하고 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이유다. 편 PD가 보는 송골매 팬덤의 특징은 무엇일까.

"10년가량 조연출을 하면서 음악 방송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남성 중년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처음 봤어요. '불후의 명곡' 등 어떤 음악방송이든 여성 팬이 90%였는데, 이번 송골매 콘서트는 절반 이상이 중년 남성이었어요. 그리고 보통 중년 남성은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셔서 객석 장면에서도 잘 잡히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춤도 추시고 눈물도 흘리셨어요. 그런 모습이 신선해서 만약 '주접이 풍년' 시즌 2를 하게 된다면 중년 남성 특집을 해도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죠. 앞으로도 잘 다뤄지지 않은 장르나 소외된 팬층을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이번 '40년만의 비행'이 그 발판이 될 거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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