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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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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광야(KWANGYA)가 광장(廣場)이 됐다.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와 함께 성장한 '메타버스 그룹' 에스파(aespa) 멤버들은 SM 컬처 유니버스(SMCU)의 세계관 영상 EP.3 '걸스(Girls)'(Don't you know I'm a savage)에서 '블랙맘바(Black Mamba)'와 최후의 대결을 벌이며 하나의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SMCU 시즌1은 지난 23일 유튜브 에스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이번 EP.3 '걸스'로 막을 내렸다. EP.1 '블랙 맘바(Black Mamba)', EP.2 '넥스트 레벨(Next Level)'과 함께 3부작으로 구성된 해당 시즌은 에스파 멤버들이 아바타 아이(ae)와 연결이 끊기는 싱크아웃(SYNK OUT)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광야로 가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이 에스파의 세계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노력이 일부 필요하다. 우선 광야가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는 무규칙·무정형·무한의 영역이자, 시간·공간이 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한한 에너지와 데이터가 흐르는 곳'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아이(ae)는 인간이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에 쏟아낸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일종이다.

에스파의 데뷔곡 제목이기도 한 '블랙 맘바'는 인간과 아이(ae)의 '싱크'를 훼방하는 존재다. '싱크'는 리얼월드에 있는 인간과 플랫의 아이가 연결된 상태를 가리키고, 싱크아웃은 그 연결이 끊어진 상태를 뜻한다.

인간과 교감하던 아이가 어느날 싱크아웃돼 사라지기 시작하고, 이 사건의 주범인 블랙맘바를 쫓기 위해 에스파 멤버들은 일종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나이비스(nævis)'의 인도에 따라 광야로 들어간 것이다.

EP. 1 '블랙 맘바', EP. 2 '넥스트 레벨'은 에스파의 히트곡 '넥스트 레벨'과 '새비지' 그리고 지난해 발매한 미니 2집 '걸스'까지 설명하는 역을 하며 에스파의 팀 정체성과 세계관을 이해하게 만든다. '넥스트 레벨'에서 갑자기 왜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고 노래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파가 싱크아웃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이비스의 도움으로 광야로 떠나 블랙맘바의 환각 퀘스트를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악플·편견·압박감·강박·완벽주의 등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트라우마들이 상징적으로 그려지며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수렴된다.

애초 이번 EP. 3 공개 전 새 앨범이 발매됐어야 했는데 내부 사정으로 밀렸다. 앨범 발매와 함께 이번 에피소드 영상 그리고 25~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에스파 첫 콘서트 '싱크 : 하이퍼 라인(2023 aespa 1st Concert SYNK : HYPER LINE)'과 오는 3월5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 '컴 투 마이 일루전(Come to MY illusion)'을 한데 아울러야 진정한 세계관 시즌1이 마감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SM엔터테인먼트와 에스파의 시도는 유기적인 K팝의 시각화를 보여준다. 세계관에서 멤버들이 맡은 능력이 뮤직비디오와 무대 그리고 에피소드 영상에서 보여진다. 건틀릿을 사용하는 카리나는 로켓펀치가 능력이다. 윈터는 칼과 총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줄 아는 아머멘터(Armamenter·무기상), 닝닝은 해커, 지젤은 배운 적이 없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능력 제노글로시(Xenoglossy)다. 에피소드 영상들에선 이 능력들이 제대로 보여준다.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이런 능력들이 상징적 또는 추상적으로 그려진다. '걸스'의 종반부 '댄스 브레이크'에서 멤버들의 다양한 춤 동작들이 그렇다.

에스파 SMCU 세계관 영상의 촬영을 맡은 37th 디그리(Degree) 손태흥 감독은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윈터의 액션신을 꼽았다. "윈터의 첫 인상이 귀엽고 부끄럼 많은 소녀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이런 긴장감 있는 액션과 카리스마를 발산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됐다. 하지만 윈터가 열정적으로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에서 확신이 생겼고, 오히려 현장에서는 놀라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점들은 'K팝을 왜 듣는가'에 대한 또 다른 명분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만이 전부가 아닌,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와 상징 그리고 세상에 대한 함의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그간 K팝은 멤버들과 멤버들끼리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쌓여 서사를 만들어냈다. 팬덤을 위주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이유다. 그런데 SMCU는 아티스트들의 매력과 SM의 기획력이 맞물려 흥미로운 서사를 추가해낸다. 그건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 같은 대형 콘텐츠 제작사의 일인데 SM은 K팝스럽게 이를 해낸다.

손태흥 감독은 "에스파 SMCU 세계관 영상의 각 에피소드별로 어떤 것을 밀도 있게 보여주고, 어떤 것을 덜어내면서 대중과 공감해야 할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고 했다. EP.1 '블랙맘바'의 경우 아바타 '아이(ae)'와 공존하게 된 세상을 낯설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 부분이 설득력이 있어야 이 세계관 스토리를 바라보는 대중들 또한 쉽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요한 사건의 발단인 '싱크 아웃(SYNK OUT)' 사건을 긴장감 있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서 EP.2 '넥스트 레벨'과 EP.3 '걸스'의 경우에는 광야의 특징인 무정형, 무규칙이라는 공간적 특징을 다양한 장르와 기법을 활용해 새롭고 특별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손 감독은 "예를 들어, EP.2에서 서사적으로 중요했던 블랙맘바의 환각테스트 장면이 현 시대의 화두, 헤이터들에 대한 비판이 담긴 중요한 시퀀스였는데 환각의 분위기를 그로테스트하게 살리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답이 애니메이션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SMCU은 근래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1998년 S.E.S의 '드림스 컴 트루'(에스파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다), 같은 해 천계영 작가가 참여한 H.O.T. '우리들의 맹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2000년 H.O.T가 주연을 맡은 영화 '평화의 시대', 같은 해 보아의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 '동쪽 방향에서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의 동방신기(東方神起), 멤버별로 초능력을 부여하며 국내 K팝에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도입하게 된 엑소 등을 통해 꾸준히 공력을 쌓아온 결과물이다.

이번 에스파의 SMCU 세계관은 'SM판 걸스'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SM에게 걸스는 항상 화두였다. 1세대 걸그룹 S.E.S의 데뷔곡 제목부터가 '아임 유어 걸'이다. 이후 보아(BoA)의 '걸스온탑', 소녀시대의 영문명 '걸스 제너레이션(GIRLS' GENERATION)', SM 걸그룹 멤버들이 뭉친 '갓(Girls On Top) 더 비트' 등 다양한 '걸'을 거치면서 에스파의 '걸스'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강력한 자신들만의 표상으로 각인되고 있다.

특히 EP. 3에서 에스파 멤버들이 파괴한 블랙맘바의 동상의 파편을 흡수하는 주인공이 보아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원래 '블랙맘바' 뮤직비디오에서 장윤주가 블랙맘바를 연기했는데, 블랙맘바의 실체를 놓고 핑크 블러드(SM 팬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SM 원류까지 아우르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에스파 SMCU 세계관 영상의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한 SM V-콘텐츠 유닛 김현우 유닛장에 따르면 이번 영상은 한 편당 촬영부터 제작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에스파의 세계관 스토리는 이들이 데뷔하기 전부터 집필을 시작했고 각색과 함께 수정되는 부분을 반영했다. SMCU 콘텐츠팀 및 작곡가, A&R과 더불어 스토리 작가, 각색 작가, 영화 감독과 프로덕션(촬영팀, 조명팀, VFX팀, 사운드팀), 애니메이션팀, 일러스트 작가,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등 인력 200여명이 투입됐다.

이번 EP.3 '걸스' 막바지에 에스파 멤버들은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건 팬미팅을 제외하고 에스파 팬덤 '마이'를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만나는 첫 오프라인 콘서트로 수렴된다. 25일 첫날 콘서트에서 멤버들은 갖은 감정이 교차해 펑펑 눈물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날인 26일 무대에선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SM은 앞으로도 에스파와 관련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오는 3월 10~19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음악·문화 콘텐츠 박람회 '2023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SXSW)에서 에스파의 'VR 콘서트'가 공개된다. 나이비스는 버추얼 휴먼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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