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2
  • 0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서지혜(38)는 TV조선 종방극 '빨간풍선' 극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동안 지적이고 도시적인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막장 대모'로 불리는 문영남(63) 작가와 작업은 의외였다. 더욱이 불륜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적잖이 부담이 됐을텐데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었고, 작가님을 향한 믿음으로 선택했다"고 돌아봤다. 40대를 앞두고 기존 이미지를 깼을 뿐 아니라, 종편 주말극 주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 "좀 더 과감하게, 용기있게 해도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선택할 때 극본이 없었다. 전체 줄거리를 잘 몰랐고, 인물 관계도와 캐릭터 설명 정도만 보고 출연했다. 문 작가님이 워낙 대작가님이라서 같이 한 번 작업해보고 싶었다. 미팅할 때 '은강은 0부터 100까지 감정을 다 쓸 수 있다' '색깔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하얀 도화지로 와라'고 해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작품 하는 내내 되게 힘들었다. '현타'가 올 때도 있었고, 내가 너무 연기를 못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연기를 만족하는 배우는 없지만, 이번 작품은 더 심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색다르다'고 얘기해줘서 참 다행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문 작가와 진형욱 PD는 '수상한 삼형제'(2009~2010) '왕가네 식구들'(2013~2014) '왜그래 풍상씨'(2019)에 이어 네 번째 의기투합했다. 1회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입소문을 타 20회는 11.6%로 막을 내렸다. 서지혜는 교사가 꿈인 '조은강'을 연기했다. 20년 지기 '한바다'(홍수현)의 남편인 피부과 의사 '고차원'(이상우)과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 기존 작품과 달리 첫 번째 여주인공을 불륜녀 캐릭터로 설정해 신선함을 줬다.

서지혜는 "'주인공은 무조건 착해야 한다'는 클리셰를 부순 드라마"라며 "공감된다기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선과 악이 공존하지 않느냐. 사회생활 할 때 어떻게든 악을 잠재우고, 선을 많이 끄집어내려고 한다. 은강은 그렇게 살다가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어 나름대로 자신의 것을 찾고자 했다. 사실 주인공은 욕을 먹지 않는데, (빨간풍선은) 주인공을 욕하게 만드는 드라마 아니냐. 방송 전까지 불안했지만, 중반부터 '차라리 욕을 먹자'고 마음 먹었다. 욕하면서 카타르시스도 느꼈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불륜녀 연기를 하면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때렸다고 하더라. '나 이러다가 등짝 스매싱 맞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다행히 그런 적은 없었다. 촬영할 때 지나가는 분들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응원해줬고, 은강이가 불쌍하다고 공감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이번에 중년 시청자들의 반응을 많이 느꼈다. 나의 인지도에서 연련층이 많이 올라간 느낌이다.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 했다.

물론 연기하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문 작가·진 PD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1~4회까지 은강이 연하남을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결혼하려고 할 때는 "'나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집착할까?' 싶었다. 답답하고 고구마 먹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지혜가 은강이를 봤을 때 '왜 친구인데 저런 얘기를 못할까?' 답답하고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았다"면서도 "내가 저런 환경에 있다면 '과연 서지혜처럼 얘기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 못했을 것 같다. 나도 솔직한 편이지만, 한편으로 말 못하는 부분이 많다. 은강은 자존감도 낮고 자라온 환경이 이렇게 만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불륜녀를 연기하며 시청자를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은강은 설득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설득하려고 하기 보다, 있는 극본 안에서 은강이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한 신에 감정이 2~3가지 들어갈 때가 많았다.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일까 싶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은강은 자신의 인생을 살지 않고 매번 남을 위해 희생하고 참았다. 이제는 '자신을 조금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이 그렇게 나와서 다행"이라며 "강이 모여서 바다가 되지 않느냐. 친구 관계는 20년 동안 매번 좋을 순 없다. 은강과 바다도 그 과정을 보여줘 용서보다 화해라고 얘기하고 싶다. 불륜이 자리 잡혀 있지만, 같이 한 세월이 있어서 화해의 결말이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작품 캐릭터명이 독특하고 대사가 긴 걸로 유명하다. "우리 엄마가 작가님 이름은 기억 못해도 캐릭터명 특이하게 쓰는 분으로 알더라"면서 "어떻게 보면 캐릭터와 맞게끔 이름을 지어서 재미있었다"고 짚었다. "대사가 많은 만큼 고생하면서 찍었다. 수없이 똑같은 말을 계속 해야 했는데, 다행히 잘 나왔다"며 "처음에 수현 언니가 (대사가 길어서) '뜨악' 했다. 나도 나올 것 같아서 긴장 아닌 긴장을 했는데 '역시나'였다. 카페신에서 수현언니가 거의 NG없이 하는 걸 보고 나도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서지혜는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키스 식스 센스'부터 '아다마스', 빨간풍선까지 지난해만 세 작품에 출연했다. "그동안 많이 달려와서 조금 쉼표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적으로 고갈된 느낌이 들어서 잠시 쉬다가 곧 작품을 할 것"이라며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예전엔 시트콤이 많았는데 요즘은 없어서 아쉽다"고 귀띔했다. 빨간풍선 출연 후 연애·결혼관이 달라진 점도 있지 않을까. "아직 결혼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 재미가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못했을 것 같다. 그동안 운이 좋아서 좋은 캐릭터 맡을 수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 배우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잘하든 못하든,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고 배워 가는 것 같다. 예전부터 가늘고 길게 가고 싶었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연기할 수 있는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

대법원 특수 감정인 자격을 갖춘 데이터 복구 포렌식 전문

해산물 싸게 먹으려고 차린 회사! 당일배송! 익일도착! 주앤주프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