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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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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라-타-타-타(Ra-ta-ta-ta) 울린 심장."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진짜 심장을 울렸다. 이들의 첫 싱글 '오엠지(OMG)' 선공개곡 '디토(Ditto)'가 국내 음원 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플랫폼 '멜론'에서 1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19~25일 주부터 지난달 27일 발표된 최신 주간(2월 20~26일)까지 정상을 연속해서 지켰다.

10주 연속 1위는 2004년 11월 멜론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18년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20년 8월21일 공개된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히트곡 '다이너마이트'가 총 11주간 1위를 하긴 했다. 그런데 그해 8월 24~30일 차트부터 시작해 7주간 1위를 하다 2주간 정상을 내준 뒤 다시 4주 1위를 해 연속은 아니다.

멜론에서 8주 연속 이상 1위를 차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이다. 윤도현 '사랑했나봐'(2005), 빅뱅 '마지막 인사'(2007~2008), 소녀시대 '지(Gee)'(2009) 정도다.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브레이브걸스 '롤린(Rollin')',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지코의 '아무 노래'도 총 8주간 1위에 올랐으나 연속은 아니었다.

그런데 특히 '디토'는 작년 12월19일 공개된 당일 포함 지난 1일까지 멜론 톱100에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73일간 1위를 유지했다.

또 뉴진스는 멜론에서 또 한 번 신기록을 작성했다. 2일 소속사 어도어(ADOR)에 따르면, '디토'와' 'OMG' 그리고 뉴진스의 데뷔곡인 '하이프 보이(Hype boy)'가 올해 멜론 2월 월간차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에 이은 두 달 연속 최상위권 싹쓸이다. 멜론에서 이러한 기록은 뉴진스가 최초다. 앞서 월간차트에서 1~3위를 휩쓴 역대 아티스트도 뉴진스에 앞서 버스커버스커(2012년 4월)와 MC몽(2014년 11월)뿐이었다.

버스커버스커와 MC몽은 한 앨범의 3곡이 1~3위를 차지한 반면, 뉴진스는 첫 싱글 선공개곡과 타이틀곡 앨범 타이틀곡, 지난해 8월 발표된 데뷔음반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1~3위를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신곡뿐 아닌 전작의 곡까지 오래도록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는 뉴진스 그리고 '디토'를 포함한 뉴진스 곡들의 열풍 이유로 '칠링(chilling)', '미드텐션(mid-tension)', '로파이(lo-fi)', '하이프(hype)'를 꼽았다. 이들을 각각 거칠게 한국어 뜻으로 풀어보면, 휴식, 중간 정도의 긴장감, 거칠지만 꿈결 같음, 대세 효과 정도다. 이 요소들의 적절하거나 절묘한 결합으로 뉴진스 신드롬 효과를 해석한 것이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디토'는 약간 예외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껏 발표된 뉴진스의 노래들은 음악만의 힘으로 괴물이 된 것이라 보긴 매우 힘들다"면서 "'OMG' 등 다수의 노래는 각종 음원 플랫폼과 유튜브의 'K-R&B'나 'Are & Be'(스포티파이) 같은 국내외 플레이리스트에 슬쩍 섞어놔도 '이 노래도 괜찮네' 정도의 반응 속에 묻혀 지나갈 만큼이다. 잘 만들었지만 그만큼 튀는 노래는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뉴진스의 대세 효과, 그리고 각종 안무 관련 콘텐츠가 폭발력을 더했다. 웬만한 걸그룹 음반의 수록곡 정도 느낌인데 이 '하이프' 효과와 잘 만든 미드텐션의 R&B가 만났을 때, 큰일이 일어났다"고 봤다.

'미드텐션'은 무엇인가. 유니림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그간 '차트-인' 음악들은 크게 볼 때 하이텐션 음악과 로텐션 음악으로 나뉘었다. 강렬한 후크(hook)나 자극적인 전자음, 정서적 드라마들로 도배된 케이팝(K-POP)이나 절창 발라드가 하이텐션이다. 이른바 '갬성 인디' 정도로 치부되는 감성파 노래들이 로텐션이다.

그간 멜론 등의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서 낮 시간대엔 엑소·NCT·아이브·방탄소년단 등 팬덤 강한 아이돌 댄스곡이 점령하다가 해가 지고 동틀 때까지는 아이유가 부동의 1위 키워드였던 것이 그 보기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그런데 뉴진스의 노래들은 그 중간지대 정도에 위치한다. 밤에도 듣기 좋고 낮에도 듣기 좋은. 그래서 밤과 낮의 차트를 모두 점령할 수 있었고 그 스트리밍 횟수가 24/7 반영돼 성적으로 표출됐다"고 봤다

이로 인해 뉴진스는 1위곡은 있지만 히트곡은 없는 시대에 유행가(流行歌)를 만들었다.

오죽하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meme)까지 생겨났을까. 상대방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도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는 잇단 영상 콘텐츠의 생성은 모두가 이 곡을 듣고 있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졌다. 이 열풍은 해외로까지 번졌다. 지구 반대 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자국 국가대표팀이 우승하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가운데서 '하입보이' 안무를 추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니림 칼럼니스트도 짚은 것처럼 '디토'의 경우 특히 국내에서 노래 자체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에선 "심심하다"라는 반응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인의 귀를 사로잡아 유행가가 된 데는 노래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서적인 요인이 크다.

'디토'는 미국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 장르를 재해석한 곡. 미국 DJ 겸 프로듀서 로드 리(Rod Lee)의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Dance My Pain Away)' 등으로 대표되는 볼티모어 댄스 뮤직은 터프한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겨난 특유의 아련함과 애틋한 두근거림이 있다.

'하이프 보이'와 '어텐션' 등이 실린 뉴진스의 데뷔 EP '뉴 진스'에 대거 힘을 실은 DJ 겸 프로듀서 이오공(250)이 속한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 And Natives Alike·BANA·바나)에게 특화된 장르이기도 하다. 역시 이오공과 '뉴 진스'에 함께 힘을 실었던 스웨덴 작곡가 일바 딤버그(Ylva Dimberg)가 '디토'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초 이오공이 명반 '뽕'을 발매했을 당시 그는 볼티모어 지역에서 생겨난 댄스음악의 정서에 대해 톺아봤다. "위험하게 사는 사람들의 댄스음악"이라는 것에 끌렸다는 이오공은 '댄스 마이 페인 어웨이'에 대해 제목 그대로 '나의 고통을 춤으로 날려버리는', 우리나라 시(詩)로 치면 (조지훈의) '승무' 같은 정서라고 했다.

슬프지만 슬픔을 붙잡고 울고 있기 보다 뭐라도 해야 하는, 털어내기 위해서 추는 춤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팬덤 버니즈와 독립적인 관계를 은유한 '디토' 뮤직비디오도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 "라-타-타-타" 울리는 심장을 가지고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우리들 삶의 아련함이 배어 있다.

영화, 광고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참여해 1, 2부로 연결한 '디토' 뮤직비디오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감성 영화를 즐겼을 이들이 좋아했을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영화 느낌이 가득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등은 '러브 레터'와 '하나와 앨리스'처럼 '화이트 이와이' 영화에서 출렁이는 장면들이고 미스터리한 풍경은 '릴리슈슈의 모든 것'처럼 '블랙 이와이' 영화에 담긴 고독한 정경들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디토' 뮤직비디오에 계속 등장하는 캠코더로 찍은 듯한 느낌도 준다.

무엇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새천년을 앞두고 어른 되기의 불안함 혹은 어른의 상실감을 주로 그렸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신 감독은 깨끗한 이미지의 도화지 같은 뉴진스 멤버들로부터 이런 아련함을 스케치해낸다. 여기에 한국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를 변주한 반전은 단순한 낭만을 넘어 슬픈 기억 너머의 근원적인 존재를 더듬거리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엔 사슴이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는데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보는 그 사슴은 근본적인 향수 또는 자화상을 뜻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뉴진스 다섯 멤버들의 모습을 항상 캠코더로 담는 인물 '반희수'다. 그는 바라보고 응원하는 자인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를 뜻한다. 반희수와 버니즈 단어 사이엔 묘한 언어유희도 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배우 박지후가 희수 역을 맡았다. 희수는 팬덤과 스타가 단순히 서로를 응원하는 걸 넘어 "미로 안으로 들어가"(Walk in this 미로) 때로는 상실도 겪을 수 있다는 걸 은유한다.

이런 아련함과 상실을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우효가 작사에 힘을 보탰다. 뉴진스 멤버 민지도 작사에 힘을 실었는데 뮤직비디오 속에서 희수에게 전화를 거는 친구가 민지라는 점이 연관성을 만들어낸다

이런 부분들이 슌지 등으로부터 어린 시절의 정서를 지배당했던 3040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리고 3040 중엔 이탈리아어인 '디토'라는 단어에서 데미 무어·패트릭 스웨이지의 영화 '사랑과 영혼'(Ghost·1990) 속 명대사인 '디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동감'이라는 뜻의 이 말은 사랑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표식 같은 거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민진(42) 씨는 "'디토'를 듣는 순간 영화 '사랑과 영혼'이 바로 떠올랐다. 젊고 감각 있는 음악과 뉴진스 멤버들이 불러일으키는 향수에 뭉클했다. 요즘 개인적으로 힘든데 밤낮 없이 이 곡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감성에 20대도 크게 동감(디토)했다. 뉴진스 팬인 인천에 사는 최윤정(24) 씨는 '디토'에 대해 "90년대 y2k 감성이 유행하는 지금, 적절한 선택이었다"면서 "학교라는 공간, 프레피 룩(preppy look), 캠코더 등을 통해 누구에겐 향수를, 누구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셉트였다"고 했다.

최씨는 Z세대답게 온라인 현상에도 주목했다. 그녀는 "캠코더로 찍는 듯한 뮤직비디오 장면이 예능 '무한도전' 장면으로 짜집기한 영상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며 노래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무한도전'에 이어, 각자 추억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 등을 숏폼 형태로 편집해 공유하는 게 놀이처럼 번지면서 '디토'를 자주 듣고, 음원도 자주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이 같은 뉴진스를 둘러싼 현상에 대해 "한때 젊은 세대의 감성 키워드로 '힐링'이 대두됐다. 이제는 '칠링'이 중요해진 듯하다"면서 "수동적 치유에 자신을 내맡기기보다는, 좀 쉬다가도 언제든 텐션이 올라오면 하이텐션으로 이행할 수 있는 대기/충전 상태, 미드텐션/칠링"이라고 짚었다. 마치 영국 댄스 클럽의 '칠 아웃 룸'과 같은 감정의 대기실 같다면서 "그런 면도 뉴진스의 미드템포/칠링 댄스곡의 득세에 한몫했다"고 해석했다.

그럼 특히 뉴진스는 왜 다른 걸그룹들과 음악이 달랐을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음악은 사실상 외주 A&R 유닛인 'BANA'에 절대적 신뢰를 보낸, 음악가 출신이 아닌 드문 국내 스타 CEO인 민희진 대표의 오픈 마인드가 본의든 아니든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250뿐 아니라 'OMG'와 뉴진스 데뷔 음반 '뉴 진스'에 실린 '쿠키'를 작업한 프랭크(박진수)도 BANA 소속이다. 김기현 BANA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A&R 팀 출신으로 북유럽 작곡가들 풀도 적절히 활용했다.

유니림 칼럼니스트는 "'마라맛'으로 대표되던 케이팝 월드에서 '순한 맛'을 주문한 민희진 대표, 기다렸다는 듯 명답을 내놓은 BANA와 프로듀서들, 하이프 마케팅을 잘 소화한 뉴진스 멤버들에게 모두 공(功)을 돌려야한다"고 특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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