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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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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이성민(55)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어 알람이 설정된 시간을 보여줬다. 그의 알람 앱은 새벽 3시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분 단위로 꽉 차 있었다. 어떤 날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해야 해서 새벽 알람을 맞췄고, 어떤 날은 밤샘 촬영을 한 뒤 밤부터 다시 촬영을 이어가기 위해 오후 늦은 시간에 알람을 맟췄다. 그렇게 쌓인 알람이 수십 개였다. "저도 직장인들이랑 똑같아요. 배우라고 다르게 일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지난해 10월 영화 '리멤버'와 드라마 '형사록'에 이어 11월부터는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3월에 개봉하는 '대외비'까지.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6개월 간 무려 네 작품이다. 직장인을 언급했던 그는 정말이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무원처럼 일하며 작품을 뽑아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성민은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10년대 초부터 쉬지 않고 매년 두 세 작품을 꼬박 내놨다. 영화 '대외비'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제가 쉬는 걸 잘 못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전 연극할 때도 그랬어요. 1년에 6~7편 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전 (연기 말고) 딴 게 없어요. 최근에 여권 갱신했는데, 도장이 두 갠가, 세 갠가 찍혔더라고요. 그 중 하나는 '공작'으로 칸 갔을 때고요." 이성민이 드라마 '미생'에서 워커홀릭 회사원 '오상식 과장'을 연기한 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이성민은 노인(老人)과 인연이 있다. '리멤버'에서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그리고 이번에 '대외비'에서도 그는 노인 분장을 하고 나온다. 배우들이 몸무게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은 다소 흔하고 실제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는 잦지만, 노인을 연달아 맡는 경우는 앞서 어떤 배우도 하지 않은 일이다. 촬영 순서로 보면 '리멤버'를 가장 먼저 찍었고, 그 다음이 '대외비' 마지막이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이성민은 이미 '리멤버'를 하면서 노인 연기를 어느 정도 한 상태였기 떄문에 이후 작품들에서 부담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외비'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권순태'는 장막 뒤에서 정계를 손에 쥐고 흔드는 인물. 배우 조진웅이 연기한 정치인 '전해웅'을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그와 대립하게 된다. "깡패인지 정치인인지도 모르고 나이도 불분명하죠. 나이가 정확하지 않아요. 모든 게 모호합니다. 제가 모델로 삼은 실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제 재량껏 연기할 수 있으니까 더 편하더라고요." 세 차례에 걸친 노인 캐릭터 연기에 대한 접근법은 모두 달랐다. '리멤버'의 '한필주'를 연기할 땐 그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을 연기할 때 한국 근현대사의 몇 몇 인물들이 겹쳐보이게 연기했다. '대외비'에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우의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갔다. "노인 연기의 노하우 같은 건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기하는 거죠. 목소리를 많이 긁어서 냈더니 목이 아프긴 합니다."

지난해 말 대중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드라마는 단연 이성민이 주연한 '재벌집 막내아들'이었다. 송중기를 비롯해 출연 배우 대부분이 크게 주목받았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이성민의 연기를 향한 상찬이 쏟아졌다.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나약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표현해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성민은 "가끔 이렇게 잊을 만하면 잘 되는 작품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 맛"이라고 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바로 지금이 이성민 연기 인생의 정점일까.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정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전 '재벌집'이 잘 됐을 때도 '이거 한 달 가겠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재벌집 막내아들'을 두고 전성기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그는 아직도 연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다"는 게 그의 표현이었다. 매 작품 새로운 걸 시작할 때면 이번 만큼은 연기를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데 끝나고 나면 그게 아니더라는 얘기였다. 30년 넘게 연기를 했고, 연기력을 인정받을 만큼 받았는데도 여전히 아쉬운 게 있냐는 물음에 이성민은 "내 연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전체에 관한 얘기를 하는 거다. 난 이제 영화 전체를 책임지고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다시 그에게 '그럼 아직 대표작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냐'고 묻자 이성민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제 대표작은 당연히 있죠. 그 작품들에 정말 만족하고요. 그 정도 한 것도 대단한 거라고 저 스스로 생각해요. 그렇지만 다른 걸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요. 이건 제 직업이니까요."

여행도 잘 가지 않고 집과 촬영장만 오가는 이성민이 최근 빠져 있는 게 있다. 골프다. 6년 전에 시작했고, 4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는 골프가 연기와 비슷하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로는 건강에 해로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골프로는 건강에 좋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오늘 된 것 같은 게 다음 번엔 안 되는 게 연기와 골프가 비슷한 지점이에요.(웃음) 골프는 아주 예민한 운동이어서 연기를 닮았죠. 그래도 잡생각 없어지고, 녹색을 볼 수 있고, 동료 배우들과 술 안 마시고 어울리면서 제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성민은 다시 태어나면 연기는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대신 그는 뭔가를 고치는 일을 할 거라고 했다. "답이 없는 게 연기잖아요. 반대로 물건 고치는 일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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