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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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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나만 그런가? 아니면 누구라도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껴?(Is it just me? Or does anybody Feel the way that I feel?)"

정치·종교·결혼 등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노래가 꼭 강렬한 선율이나 과격한 가사로 무장할 필요는 없다.

6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한 러시아계 미국 싱어송라이터 사샤 알렉스 슬론(28)은 '미드 템포 팝'으로, 청자와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상의 슬픔에 맞선다.

'새드 팝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이 뮤지션의 근저엔 슬픔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다. 하지만 그게 처연함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관계가 끝날 때의 애석함을 노래하지만, 본인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이날 남편인 DJ 겸 프로듀서 킹 헨리(King Henry)가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들려준 '웬 워스 잇 오버(when was it over)?'에서 "난 너무 오랫동안 참았어"(I've been holdin' on for too long)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너무 슬퍼서 울지도 못해, 너무 취해 일어서지도 못해"(I'm too sad to cry, too high to get up)라고 읊조리는 '투 새드 투 크라이(Too Sad To Cry)' 역시 마찬가지다.

본래 진실이란 '그렇게 우울하다'는 걸 깨닫게 하지만 그곳에 빨려들 듯 들어갔다가 튕기듯 도망쳐 나오면,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성숙해져 있다는 걸 슬론의 노래는 알게 한다. 그녀의 음악은 우리에게 왜 슬픔이 있어야 하는가를 알려주기 위해 울려퍼지고 있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데 속수무책의 삶 속에서 슬론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다. 슬픔의 품사는 사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사라는 걸 슬론은 증명한다. 그렇게 '노래는 슬픈 자가 갖는 눈물'이 된다.

'투 새드 투 크라이'가 울려 퍼질 때 객석은 스마트폰 플래시로 반짝였다. 이날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마냥 부정적인 이들이 아니다. 어쩌면 자신을 긍정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성향의 사람들일 수 있다. 슬프다는 표현으로 지는 척하면서, 결국 이기는 방법을 아는 이들 말이다. 이렇게 슬론이나 슬론의 팬들에겐 '뭉근한 희망'의 정서가 배어 있다.

슬픈 곡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의 DJ 겸 프로듀서 카이고가 참여한 '아윌 웨이트(I'll Wait)' 등 비트가 있는 곡까지 포함 15여곡을 60분 남짓 동안 들려준 이날 공연은 짧았지만 풍성했고 여운이 짙었다.

청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무대 위에 오른 슬론은 팬들과 교감하는 말 몇 마디를 제외하고 노래하는데 주력했다. 그녀의 뒤에서 믹서 등을 만지며 든든하게 지원사격한 헨리, 그리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떼창한 관객들도 주인공이었다. 특히 달지 않은 달콤함과 폐쇄적이지 않은 퇴폐미를 동시에 지닌 슬론의 보컬은 음원 이상으로 명료했다.

앙코르 곡이자 마지막곡은 미국 HBO 드라마 '유포리아'에도 삽입돼 유명한 '댄싱 위드 유어 고스트(Dancing With Your Ghost)'. "매일밤, 난 당신의 영혼과 춤을 추고 있어요."(Every night, I'm dancing with your ghost). 노래가 끝나도 끝나지 않은 듯한 주술(呪術)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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