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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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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래미 어워즈'에서 상을 받을 줄 몰랐어요. 제 이름이 불리기 직전에 전 제 형제의 손을 잡고, 눈을 꼭 감고 있었죠. 제가 눈을 떴을 때 모든 사람들이 저를 위해 손뼉 치며 응원을 해줬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들 중 하나였죠."

'재즈 신성'으로 통하는 미국 재즈 보컬 사마라 조이(24·Samara Joy)의 부각은 뜻밖의 이변이 아니다. 그녀가 지난달 '제 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제너럴 필즈 중 하나인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Best New Artist)'를 받았을 때 일부에선 '깜짝 수상'이라고 반응하긴 했다. 브라질 팝스타 아니타, 이탈리아 4인조 혼성 록 밴드 '모네스킨(Måneskin)' 등 강력한 후보들을 따돌렸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즈 뮤지션이 그래미에서 신인상을 받는 경우도 노라 존스 등을 빼고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그래미가 조이를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정통(正統) 재즈 보컬의 계보를 잇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재즈가 주요 장르가 아닌 시대에, 재즈의 존재 가치를 알리는 일을 역동적이면서 숭고하게 감당해나가고 있다.

조이는 최근 유니버설뮤직 코리아를 통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그래미는 제 작은 세상과 거리가 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어렸을 때 그래미를 흥미롭게 봤어요. 모두가 근사한 옷을 차려 입고 음악계 동료들을 위해 멋진 퍼포먼스를 했죠. 여전히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이제 그래미가 제 이름과 영원히 붙어 있게 됐네요."

2021년 셀프 타이틀의 데뷔 음반 '사마라 조이(Samara Joy)'를 발표한 그녀는 작년에 유명 재즈 레이블 버브(Verve)에서 처음 내놓은 음반 '링거 어와일(Linger Awhile)'로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Best Jazz Vocal Alum) 상도 받았다. 해당 부문 역대 최연소 수상이다. 이 음반은 지난 9일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됐다.

"'링거 어와일'을 만드는 건 재밌는 과정이었어요. 아티스트로서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죠.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땐 이 앨범이 그래미를 받는 건 물론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앨범과 앨범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자랑스러워요."

클래시컬한 목소리를 인정 받는 조이는 전설적인 미국 재즈보컬이자 흑인 인권 운동에도 앞장섰던 니나 시몬(1933~2003·Nina Simone), 역시 시대를 평정한 미국 재즈 보컬 사라 본(1924~1990·Sarah Vaughan) 등 흑인 여성 재즈 보컬의 정통을 이어 받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조이의 탁월한 음악 유전자는 타고 났다. 그녀의 조부모인 엘더 골드와이어(Elder Goldwire)·루스 맥레던(Ruth McLendon)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기반을 둔 유명 가스펠그룹 '더 사베츠(The Savettes)'를 이끌었다. 조이의 부친인 안토니오는 베이스 연주자이자 가수로, 미국 유명 가스펠 싱어송라이터 안드레 크라우치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또 조이의 집에선 스티비 원더, 랄라 해서웨이, 조지 듀크 등의 음악이 항상 울려퍼졌다.

"전 가스펠부터 솔(soul), 모타운, 펑크 등 부모님이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모든 음악을 들었어요. 그 음악들은 저를 노래하게 하거나 춤추고 싶게 만들었죠. 그들의 노래 덕분에 훌륭한 보컬리스트, 악기들을 알아볼 수 있었죠. 항상 공기 속에 떠다니는 음악 덕분에 제 귀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훈련이 됐어요."

조이는 이전에 가장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재즈메이아 혼(32·Jazzmeia Horn)을 꼽았다. 2015년 '델로니어스 몽크 보컬 재즈 컴피티션' 우승자인 그녀는 나이는 많지 않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재즈메이아가 노래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그녀의 스타일과 대담함은 제게 영감을 주죠. 그녀를 듣는 모든 순간, 끊임없이 움직이는 새 멜로디와 리드미컬한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녀가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멜로디나 스캣은 항상 신선한데 그걸 저만의 음악과 태도에 적용하는 방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어요."

조이는 그래미 어워즈를 받기 전 이미 경력에 변곡점이 있었다. 2019년 '사라 본 국제 재즈 보컬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됐다.

"제가 '사라 본 대회'에서 우승했을 땐 대학생(재즈 교육으로 유명한 뉴욕 주립대(SUNY Purchase) 재학)이었어요. 재즈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3년째 된 해였는데 많은 뮤지션들을 만난 것에 대해 흥분했죠. 그건 제게 큰 경험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하는 뮤지션들은 작은 재즈 클럽에서 시작해 점차 입소문을 타는 경로를 밟는다. 특히 '사라 본 국제 재즈 보컬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조이에겐 '일사천리(一瀉千里)'가 예정됐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다행히 틱톡 등 소셜 미디어가 있었다. 재즈 뮤지션들 역시 다른 장르처럼 소셜 미디어에 퍼진 짧은 영상을 발판 삼아 인기를 누리고 시작했고, 조이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버브와 계약을 맺은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소셜 미디어 영상이었다. 재즈 계보를 잇는 성숙한 보컬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적극 타는 Z세대인 그녀를 특정 세대로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다.

"전 틱톡이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훌륭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그들의 선물을 공유하기 위해, 연결을 위해, 청자들과 좀 더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그 앱을 사용하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폐쇄됐을 당시엔 조이의 긍정이 빛을 발했다. "전 성공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노래하고 더 연습을 하기 위해 파고드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죠. 모든 게 잘 돼서 기쁩니다."

조이는 점차 팬덤을 불려나가고 있다. 미국 배우 키스 스탠필드와 레지나 킹과 같은 유명 배우들도 그녀의 팬을 자처한다. 특히 킹은 "조이의 몸에 사라 본, 엘라 피츠젤러드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극찬했다.

"저와 완전히 다른 범주에 있는 전설적 배우들이 제 목소리와 음악이 영감을 줬다고 말하면서 응답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런 대단한 분들의 마음 속에 제가 있는 건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영광이죠."

이번 그래미 수상은 더 많은 이들이 조이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들 것이다. 그녀 역시 "음악적인 협업과 더 많은 청중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희망했다.

한국에서 언제가 공연하고 싶다는 그녀는 보컬뿐만 아니라 작사가, 작곡가 등 다방면으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쩌면 부친처럼 베이스를 연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이처럼 감정뿐 아니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젊은 뮤지션들의 등장으로 재즈는 언제나 스스로를 쇄신한다. 항상 마이너한 장르로 지목되지만 언제나 새로운 팬들을 불러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점차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분위기다.

"재즈 뮤지션들의 능력이 절 매료시켰어요. 기술적인 숙련도가 넘치면서 깊은 감정이 담긴 노래들을 들려주죠.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런 점에 끌렸을 겁니다. 재즈는 제 생각과 감정을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노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장르예요. 마치 제 자리를 찾은 것처럼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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