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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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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피해자를 모자이크 하거나, 음성을 변조하지 않는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8)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홍콩 출신 메이플(29)의 증언을 '삐' 처리하지 않으며, 여성 신도 나체가 담긴 욕조 사진 등도 그대로 공개한다. 언뜻 보면 선정적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한 진실이 숨어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사이비종교 폐해를 폭로해 불편하고, 성폭행 피해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자극적이라고 치부하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조성현 PD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며 "왜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신이다는 사회 전반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선정성 시비도 여전하다. 3일 공개 후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이원석 검찰총장릉 6일 대전지검에 '정명석 사건 공판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주소를 공유하며 '우리 동네 JMS 교회 찾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신상을 공개한 이들을 향한 2차 피해 우려 목소리가 높다. 방송가에선 JMS 신도 색출 움직임까지 일면서 '마녀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 등 여러 방송에서 사이비 종교를 다뤘지만, 이처럼 파장이 큰 적은 없었다. 애초 이 다큐는 MBC TV 시사·교양물 'PD수첩'으로 기획했다. 조 PD는 내부 사정으로 한 차례 엎어지자, 넷플릭스에 제안했다. 방송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공개, 표현수위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특히 정명석이 녹취록에서 성폭행 피해자에게 '50번 XX'고 말하고, JMS 여성 신도들이 세뇌 당해 나체로 사진·영상을 찍는 장면 등이 충격을 줬다. '1회부터 보기 힘들어 껐다'는 시청자 반응이 적지 않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학대 묘사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역시 우려를 표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공감했다. 제작진은 피해자 중 원하는 이들만 얼굴을 공개했고,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되살려 인터뷰한 이들에게 심리상담 등을 지원했다. 조 PD는 메이플의 경우 '국적·문화가 달라서 얼굴 공개가 가능한가?' 싶었지만 아니었다며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남들이 너무 안 믿어줄 법한 끔찍한 일을 당했을 때 과감하게 얼굴 공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MS에선 얼굴을 가리면 실제가 아니라며 항상 공격했다"면서 "얼굴을 공개하는 순간 신뢰도가 높아지고, 어떤 게 사실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다큐를 보고 '섹스 어필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느냐. 정명석은 선정적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참담함을 느낄 것이다. 난 제작자 입장에서 반드시 ''50번 XX'는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도 받아들였다. 영화,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당한 피해 사실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대로 보여줘야 그 안에 있는 한 두 명이라도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신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려 의미가 크다. 이미 네이버카페 '가나안'에는 '이 다큐를 보고 JMS를 탈퇴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다. 정명석의 성폭행 혐의가 너무나도 끔찍해 JMS 정명석 (1~3회)에 관심이 쏠려있지만, 이 외 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대양' 박순자(4회)와 '아가동산' 김기순(5~6회), '만민중앙교회' 이재록(7~8회)이다. 우리나라에 스스로 '메시아'(구원자)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많이 훼손한 사이비종교 교주를 추렸다.

물론 사이비 종교를 다뤘다는 자체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더욱이 이 다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 주위에도 JMS 신도가 있을까?'라는 대중의 궁금증도 커졌다. 반(反) JMS 단체 '엑소더스' 대표인 김도형 단국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발언이 방송가를 발칵 뒤집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9일 생방송한 KBS 1TV 시사·교양물 '더 라이브'에서 "정명석을 비호하는 사람이 KBS에도 있다"며 "KBS PD가 현직 신도다. KBS 방송에 자주 나오는 여성 통역(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KBS는 이례적으로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교수가 언급한 PD와 통역사는 현재 KBS와 제작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며 "김 교수는 'KBS PD'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알렸다.

사이비종교 신도들은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 JMS는 창립 초기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전도했고, 소위 '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에서도 사이비종교 신자들이 많다. 조 PD 역시 "MBC 안에도 (JMS 신도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취재 정보가 유출됐을 때 우리 팀, 심지어 넷플릭스도 의심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신도들을 색출, 무조건 마녀사냥하는 일은 위험하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잘못이 아니라, 종교를 만들어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든 교주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명석은 다음 달 27일 구속 만료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추가 기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8년 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복역, 2018년 2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또 신도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된 상태다. 미국판 JMS 교주가 종신형에 20년형을 더 선고 받은 것과 비교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 돼 있지만, 그만큼 책임과 규제 범위도 커져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리 사회는 교주들에게 더 안전한 나라가 됐을까?' '우리 사회가 종교에 너무 방관자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닐까?'라는 조 PD 물음에 고민해봐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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