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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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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슴 부분이 깊게 파인 데다가 반짝거리기까지 한 워터멜론(Watermelon·줄무늬는 검정이 아닌 보라색) 무늬의 시퀸(sequin) 점프 수트, 슈가(Sugar)처럼 한없이 달콤하게 친절하면서도 아티스트의 권능을 놓치지 않는 품위까지….

영국 글로벌 팝 슈퍼스타 해리 스타일스(29·Harry Styles)가 데뷔 12년 만인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 '러브 온(Love On)'은 고전적 아이돌이 어떻게 발생하고 박제되는가를 증명했다.

글로벌 K팝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앞서 전 세계를 풍미한 영국 그룹 '원디렉션(One Direction)' 출신인 스타일스는 솔로 활동을 시작한 아이돌의 모범적인 행보를 공연으로 직접 보여줬다.

무엇보다 무대 장악력이 돋보였다. 첫곡 '뮤직 포 어 스시 레스토랑(Music for a Sushi Restaurant)'을 비롯 유려한 춤사위로 소화하는 디스코 풍의 댄서블한 음악은 물론 나지막한 저음으로 감미로움을 선사한 몽환적인 노래를 자연스럽게 오갔다.

스타일스는 모든 걸 쏟아내는데 신비주의까지 가져갔다. 훌륭한 뮤지션들은 무대 위에서 그 자체로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들이란 걸 보여준다. 가만히 있어도 그 존재만으로 충분한데, 그렇게 많은 손키스 심지어 'K-손하트'까지 보여줬다. "한국 안녕" "사랑해요" "한국 와서 행복해요" 같은 한국어 발음도 꽤 정확했다.

돌출무대에서 어쿠스틱한 분위기 속에서 '마틸다(Matilda)'를 부를 때엔 관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실내체육관을 별이 가득한 밤하늘로 만들었다.

팬 서비스도 화끈했다. 원 디렉션이 결성된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The X Factor)' 영국판 시즌7을 기점으로 13년 동안 자신을 기다렸다는 한국 팬이 스케치북에 써온 메시지를 끝까지 읽었고, 이날이 생일이라는 한국 팬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로 관객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시네마(Cinema)' 무대에선 팬으로부터 건네받은 태극기를 직접 들고 뛰어다니며 펄럭이기도 했다.

이날 부르기도 한 그의 노래 '트리트 피플 위드 카인드니스(Treat People With Kindness)'의 의인화가 스타일스였다.

원디렉션의 대표곡인 '왓 메이크스 유 뷰티풀(What Makes You Beautiful)'을 부를 때는 온 몸이 부서져라 격렬하게 춤을 췄다. '레이트 나이트 토킹(Late Night Talking)' 무대에선 우리 전통 갓을 머리에 얹었다.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워터멜론 슈가(Watermelon Sugar)' 때는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의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스타일스의 국내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이날 케이스포돔 최대 수용인원인 1만5000명으로 공연장은 가득 찼고 스탠딩석이 아닌 지정석에서도 상당수 관객들이 내내 서서 공연을 즐겼다. 무엇보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비롯해 대다수의 곡에서 떼창이 나왔다.

앙코르곡인 클래시컬한 록 발라드 '사인 오브 더 타임스(Sign of the Times)', 최고 히트곡인 '애즈 잇 워즈(As It Was)'에선 공연장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관객들은 해리를 향해 플래카드 '해리, 유 아 더 러브 오브 아워 라이브스'(HARRY, YOU ARE THE LOVE OF OUR LIVES·해리, 당신은 우리 삶의 사랑)를 활짝 펴들기도 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패션'의 선구자가 이끄는 콘서트답게 객석에도 분홍을 비롯 화려한 의상을 입은 관객들로 넘쳐났다. 스타일스가 최근 자주 두른 깃털 목도리도 눈에 띄었다. 스타일스 본인은 토끼 귀 머리띠와 개구리 머리탈을 착용하기도 했다. 또 스타일스는 무대 위에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인 프라이드 플래그(무지개 깃발)을 들었고 객석에서도 이 깃발이 자주 눈에 띄었다. 밴드 세션 멤버들은 성별·국적이 다양했다.

무엇보다 약 90분간의 길지 않은 시간에도 스타일스의 콘서트엔 강권하지 않은 자유로움과 불편하지 않은 다정함이 골고루 녹아 있었다. 이런 점은 아이돌의 진보 조건을 아름답게 증명해낸다. 아이돌은 현상이자 태도가 될 수 있으며 그건 낭만이 깃든 우아함과 직결된다는 걸 보여준다. 팬들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우상, 즉 아이돌의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돌의 아이돌이라서, 객석엔 K팝 아이돌로도 넘쳐났다. 웬만한 시상식 못지 않은 라인업이었다. 방탄소년단 RM·슈가·뷔·정국, 제국의아이들 출신 박형식, 블랙핑크 로제·제니, 몬스타엑스 형원, 에스파 카리나·윈터, 엔하이픈 성훈·제이크·제이·니키 등의 목격담이 나왔다. 이 중 로제는 공연이 끝난 뒤 스타일스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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