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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의 진취성(進取性)은 '음악의 진보'가 아닌 '진보의 음악'에서 나온다.

국내 밴드 신(scene)에서 실험으로 최전선에 있는 밴드 '실리카겔(Silica Gel)'이 보여주는 태세다. 밴드 정체성으로 음악을 볼모 삼지 않고, 길을 잃더라도 그 헤맴 자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밴드 영토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실험한다.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감탄에 대한 깨달음의 발설은 자제하고, 농밀하게 음악에 담는다. 최근 발매한 새 EP 'Machine Boy'가 그런 경우다. 실리카겔 멤버들이 충분히 으쓱할 수는 완성도에도, 젠체하지 않는 음반이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음악을 만드는 원리가 일치하는, 드문 경우를 보여준다. 대안적이며 실험적인 음악이 반드시 대중과 척을 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증명. 그건 자신이 아닌 음악에 대한 숭고함으로부터 우러나온 '음악적 겸양'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Machine Boy' 타이틀곡 'Realize'가 노래하듯, 전과 같을 수 없다는 걸 자각한 사람은 더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애써 티 내지 않고 주지시키는 게 실리카겔 음악의 힘인 것이다.

올해 결성 10주년, 팀은 약간의 변화를 거쳐 이제 확연하게 명료해졌는데 그 과정에서 불명료하고 불가해한 걸 억지로 해석하지 않고 청자들과 힘껏 연대하며 같이 궁금해온 자세가 지금의 확고한 실리카겔을 만들었다. 다음은 멤버들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밴드라는 속성의 특징인 작사·작곡·편곡·연주의 집단 합작 결과물을 계속 이어오고 있어요. 이런 작업 형태가 예전보다 많이 효율적이 됐나요? 더 어려운 부분이 생겼나요?

"장단점이 있어요. 멤버 한 명이 주도한 음악의 경우 개성은 뾰족하게 드러나지만, 다수를 설득하는 부드러움이 결여된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거든요. 반대로 합작된 음악은 날카로움이 떨어질 수는 있죠. 저희는 경우와 필요에 따라 이런 작업 방식을 결정하곤 하는데 이 의사결정 과정까지 합작의 일부로 간주하는 게 실리카겔이라고 생각해요."(김한주)

-그 이미지의 대표적인 것이 EP 'Machine Boy'일 텐데요. 이번 음반의 콘셉트를 떠올리게 된 구체적인 과정은 어떻습니까?

"전부터 롱텀 발매를 염두하고 어떤 이야기를 기저에 깔아야 할지 멤버들과 의논하곤 했는데,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배경이나 사건, 혹은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포괄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어요. 이번 EP는 그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머신보이라는 작명을 했습니다. Kyo181부터 이어진 저희의 궤적을 라 보니 아트워크나 가사 혹은 음악의 정서가 주는 느낌이 '마음을 가진 기계'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막 마음을 배워가고 마음을 필요로 하는 기계의 노래 같다는 느낌도 크게 있고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머신보이라는 결정을 하게끔 흐름을 만들어 줬다고 봐요."(김한주)

-수록곡 'Budland'는 진취적입니다. 이 곡뿐만 아니라 실리카겔의 진취적인 요소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건 무엇인가요?

"지금은 '양가성(兩價性)'이라 생각해요. 멤버들 성향이 꽤 차이가 있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재밌게 적용하며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고요. 제 안에서도 내장들끼리 싸우는 기분을 항상 지니고 있어서 그런 마찰 사이에 새로운 길이 트여간다고 생각해요. 전진 하려다가도 불안해서 후진하고,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다시 전진하다가 결국 전/후를 뛰어넘은 3차원, 4차원의 방향까지 선택하게 되며 진취성을 획득하려고 합니다."(김한주)

-최근 여러 장의 싱글을 발매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 EP는 또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음악적 방향성은 다르지만 지난 다작(多作)의 싱글이 이번 EP의 방향성을 잡아주는데 보탬이 된 부분이 있나요?

"싱글로 발매할 곡을 선정하는 것과 EP처럼 여러 곡이 묶이는 곡들을 선정하는 데에는 매우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싱글 곡들은 그 곡에 어느 정도 객관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어야 곡 하나로도 완성될 수 있지만, 이번 앨범처럼 다양한 곡이 포함된다면 조금 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곡들도 다양한 곡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설명해 줘서 앨범 전체의 이야기를 더 깊게 만들어 주죠. 실리카겔은 원래부터 대안적인 곡들을 만들어 연주하던 팀이었고, 싱글 음반들을 많이 발매해야 할 시점이 이제는 지났기에 자연스럽게 더 다채로운 색을 담은 음악과 앨범이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김춘추)

-타이틀곡 ' Realize'는 실험적이면서도 묘한 대중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대중성은 의도한 바인가요. 그런데 역시 실리카겔 사운드처럼 빤하지 않아요. 그 균형감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대중성이라는 표현이 실험적이라는 표현과 대척점에 있는 언어처럼 돼서 그런 의미로는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의 작품이던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것이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엄청 추상적이라 하더라도요. 실리카겔의 음악은 실험적이지만 우리의 실험이 음악을 듣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닿을 수 있게 하려고 고민합니다."(김춘추)

-'Machineboy空'의 피아노 독주는 일품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의도한 바는 무엇이었습니까?

"'Machineboy空'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그곳에서 어떤게 느껴지나요? 구체적인 이야기여도 좋고, 미묘한 인상뿐이라도 좋습니다. 그게 저희의 의도입니다. 곡은 하나의 큰 유기체이기 때문에 부분적인 설명이 때로는 오해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습니다."(김춘추)

-질감, 속성, 에너지들이 각각 충돌하는 곡들이 실렸는데 이번에도 역시 이질감이 들지 않고 모든 요소가 한 덩어리처럼 느껴집니다. 혹시 멤버들이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이미지가 있는지요.

"멤버들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번 앨범 곡들 모두 공통적으로 'Machine Boy'라는 대상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머신보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뚜렷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Machine Boy'라는 이미지를 향해 간다고 생각해서 떠올리기가 쉬웠습니다."(최웅희)

-실리카겔의 뻔하지 않은 사운드는 연주곡일 지라도 강력한 서사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항상 진보, 혁신으로 가득한데요.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다보다 그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진부해질 위험이 있는데 실리카겔은 메시지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그 함정을 항상 벗어나는 거 같아요.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엄청난 고민이 항상 함께 할 거 같아요.

"하하 저희가 함정을 잘 벗어나고 있나요? 우선 좋게 들어주시고, 좋게 평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제가 생각하기에 말이에요.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다'라는 문장이나 명제에 집착하기 보다는요. '그때의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정말 좋은 소리라고 생각되는 것, 좀 더 진짜에 가까운 것' 등등의 여러 과정들에 대해 더 집중하고 더 파고들어 캡처하고… 그러는 사고 과정과 행동이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사실 막 '비결, 비법'이라고 인지하는 영역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저희는 익숙하고 숙련도가 높다고 그 과정을 건너뛰거나 습관적으로 행하기보다는, 그 익숙하고 뻔한 과정도 두어 번 더 들여다보고, 소리 들을 다루면서 구조적으로 접근해 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도 접근해 보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쌓아 올려 직관적으로 재조립해 보기도 하고, 무너뜨려 다시 정석적인 법칙으로 배치해보고 하는 과정들을 사랑하고 또 즐기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런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계속 행하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어떤 것을- 어떻게- 더- 잘- 만들어 볼까이렇게 해볼까- 등등 말이에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 과정을 사랑하고 싶습니다."(김건재)

-'NO PAIN'은 이제 확실히 여름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곡이 됐습니다. 이 곡으로 좀 더 대중성을 갖게 됐다는 시선도 있고요. 이 곡은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람들과 정서적 위안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 곡을 발매하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공연장에서의 태도에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관객과의 연대감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주거든요. 심리적인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을 때 쓴 곡이 지금은 많은 분들에게 용기를 나누는 효과를 만들게 돼서 기뻐요. 실리카겔 멤버들을 포함하여 NO PAIN의 세계를 구축해 준 다른 작업자 동료,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좋았던 것 같아서 흐뭇하고요."(김한주)

건재 : 사랑스러운 우리의 NO PAIN! 당시에 정말 저희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환경을 조성해서 제작했었거든요. 여러모로 저희에게 참 전환점이 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김건재)

"NO PAIN은 확실히 실리카겔의 곡들 중 가장 흡수력이 빠른 곡이었습니다. 활동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곡들의 흡수력을 보완하려면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최고의 레퍼런스가 됐습니다."(김춘추)

"저는 사실 그동안 발매했었던 곡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이었는데 큰 사랑을 받아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최웅희)

-전체적으로 연주와 사운드의 질감은 차가운데, 내용이나 메시지를 포함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듯하게 느껴졌어요. 멤버들의 에너지도 좀 더 활기찬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변한다고 믿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원래의 제 자신은 그런 믿음과 반대되는 사람이거든요. 나 자신이 너무 싫고 최악의 존재라고 여기곤 하죠. 그래서 그런 마음을 밀어내려고 더욱이 사랑에 호소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양가적인 마음이 알게 모르게 결과물에 반영되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각자의 생활 스펙트럼과 컨디션의 고저 차이가 매 순간 오락가락하는 삶들을 살고 있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 요소가 녹아든 것 같기도 하고요."(김한주)

"하하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하고 있다고 설파하거나, 무엇을 할 것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항상 피하고 싶어해서요. 그냥 어떤 촌각의 경험이나 기억이라든가, 무형의 에너지라든가, 장황한 이야기라든가, 이것저것… 그때의 공유하고 싶은 것이나 담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좀 더 '인간적인' 범주의 문장들이어서 그럴까요. 사족을 달자면 멤버들의 에너지는.. 아무래도 좀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많은 공연들도 소화해야 하고, 제작도 완수해 내야 할 테니까요! 활기차게 느껴주신다니 감사하네요!"(김건재)

"실리카겔의 작업 과정에 따른 인과관계를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매우 내면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담으려 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무척 추상적인 형태여서 내용적 의미보단 선율적 의미가 더 클지라도요.) 그런 이야기들을 라이브 하거나 녹음할 때는 무척 기술적이고 정교한 방식으로 만들어 내길 좋아합니다. 소리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너무나 민감한 매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인상을 최대한 전달하려면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고요."(김춘추)

"저는 오히려 예전엔 과 에너지였다가 요즘은 적당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하하."(최웅희)

-한곡이 나올 때까지 멤버들의 협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진행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그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한 격렬한 토론의 과정을 거치나요?

"경우에 따라 다른데요. 곡 작업 때 어떤 요소에 대한 반대나 수정 의견이 나오면, 그때부터 설득이나 토론의 과정을 거치곤 해요. 예컨대 'MachineBoy空' 작업 당시 피아노 독주 파트 수정에 대한 의견을 김건재 씨가 냈고, 그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당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때로는 격식 있게, 때로는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전시키곤 합니다."(김한주)

"그것 또한 시기와 시절, 때와 장소에 따라서 무척이나 유연했고 또 그런데요. 중요한 건 진지하게 듣고 또 생각해 주는 것 같아요. 서로를.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나쁘게가 아니라 더 좋게' 결과를 내고자 하는 서로의 믿음 위에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 잘 정해졌다' 정도의 기억만 남았지, 어떤 프로토콜이나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남아있지는 않네요."(김건재)

"실리카겔은 하나의 신시사이저 같아서 각자가 특수한 기능을 하는 일종의 모듈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적인 부분과 표현에 대한 부분에 최고역량을 발휘하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합쳐질 수 있게끔 하는 여러 동료들이 실리카겔 안팎으로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의견을 관철한다기보다는, 그들이 각자의 기능을 발현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또 그들의 능력을 신뢰하는 것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 온 것을 수년간의 활동으로 알고 있기에, 서로 간의 신뢰가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김춘추)

"모두 오케이 할 때까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예전보단 쉽게 의견이 모이는 것 같아 점점 격렬한 토론의 과정은 줄어드네요."(최웅희)

-제19회 '2022 한국대중음악상'과 제20회 '2023 한국대중음악상'에서 2년 연속 모던록 노래상(Desert Eagle·no pain)을 받은 것도 뜻 깊습니다. 완성도 측면에서 꾸준히 수작을 내고 있다는 방증 같기도 하니까요. 멤버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멤버 된 입장에서 너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함께 작업한 동료들과 저희 음악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저희를 믿어주신 분들에게 저희에 대한 보증을 공적으로 해드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감사합니다."(김한주)

"아이고 정말이지, 연속적으로 후한 평가와 감상 주시니 그저 감사를 이루 말할 수 없을 따름입니다. 제 생각에는 저희에게도 정말 큰 상이고 감사한 상이지만, 저희와 함께 해주시는 주변 동료와 수많은 작업자분들, 그리고 저희를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전해 드린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분 한분에게 전해드리는 거죠. '감사합니다! 우리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김건재)

"실리카겔은 다소 독단적인 그룹입니다. 우리의 덩어리가 너무 단단해서 때로는 다른 뮤지션과의 협업이 어렵기도 합니다. 한대음 수상은 그런 고집이 어쩌면 실리카겔을 더욱 유니크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동시대의 뮤지션들과 교류하고 영향을 나누는 팀이 되고 싶네요."(김춘추)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면서 인정받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항상 전년도 수상자가 시상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번에는 시상과 수상 모두 실리카겔이 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었어요."(최웅희)

-콘서트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13일 오후 6시 KT&G 상상마당 부산에서도 콘서트를 연다.) 호응 역시 커지고 있고요. 콘서트에 임하는 태도, 기술 등의 측면에서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8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9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3' 등 굵직한 음악 축제 라인업에도 포함되고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음악적으로나 음향적으로나 시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예컨대 이번 콘서트에서 그
랜드 피아노에 대한 운용, 그리고 수음을 위해 사용한 아웃보드들과 다양한 장비들의 배치라든지 규모가 커진 만큼 더욱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한 노력이 들어가는 거죠. 태도적으론 '나만 잘하면 되겠다'라는 마음으로 정진하는 느낌이에요."(김한주)

"언제나 저희의 제0번의 고민이자 목표,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어떤 '음악 공연'에서 바라는 가장 최고의 가치가 사실 '잘 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번역이라고 예를 들어볼까요. 음악공연에 있어서 들리는 것은, 사실 저희의 음악을 현재의 공간에 전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침에 매운 음식을 먹어서 그런데, 점심은 건너뛰고 혹시 저녁에 순한 것을 먹을 수 있을까?'라는 문장을 '소화불량으로 저녁만 먹습니다.' 혹은 '저녁에 콩나물국'까지 번역이 될 수 있어요. 첫 내용이 전달이 잘 됐나요? 좋은 예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음향이란 이것보다도 더 크고 깊은 중심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들리는 퀄리티에 집착이 좀 심해요. 제가 음악을 시작한 이래로 과연 '음악 축제 혹은 공연'에서 '음악'이 빠지고 '축제 혹은 공연'만 남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눈물 나는 음향이나 환경이 조성된 경우를 너무나 많이 겪고 또 듣고 또 관람해 왔는데요. 저희는 지조 있게 그 부분에 고집을 부리는… 편린 하나하나까지… 말하자면 좀 귀찮게 물고 늘어지는 부분이에요. 최근 단독공연을 기점으로는 '개인 연습'도 정말 신경 써서 예민하게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상기한 듯 저희가 하도 고집을 부려대서 점점 더 음향환경이 좋아지고 있는데, 그 출력장치에서 이제 입력하는 파일럿이 미숙하면 저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잔실수를 비롯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들려드리려고 정말 많이 신경을 쓰고있습니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하하."(김건재)

"공연에 임하는 태도는 저희가 8년 전에 살롱바다비나 에반스라운지 등 다양한 라이브클럽에서 연주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도 우리 멤버들은 최선을 다해서 라이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보거든요.
달라진 것은 실리카겔의 규모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하이퀄리티의 작업자들과 기술들과 장비들로 최선의 공연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고요. 지금도 콘서트에 대한 스탠다드는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김춘추)

"예전보다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금전이 많은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들어오는 것들을 바로바로 장비나 기술에 투자하고 연구하고 있어서 점점 더 나은 공연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최웅희)

-김춘추(놀이도감) 씨에겐 따로 추가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음반 믹싱 작업에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요. 케이팝 제너레이션 음악, 윤지영 씨 음반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셨는데 이런 외부 음악 작업이 팀 활동에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요.

"이번 음반의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밴드'로서의 실리카겔을 '어떻게 음원에 담을 것인가' 였습니다. 그걸 위해서 녹음단계부터 연주감을 보존하고, 담아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합주의 형태로 녹음하거나, 후반작업으로 미룰 작업을 녹음단계에서 최대한 정교하게 만들어 내서 믹스를 거치려고요. 실리카겔의 믹스단계에선 오히려 많은 프로세스가 거쳐지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희가 갖고 있는 아웃보드의 컬러를 담는 것을 즐기지만, 그것 또한 아날로그 서밍단계에서 특정 트랙에 선별해서 실시간으로 거치기 때문에, 반복적인 프린팅 과정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고 명확한 의도가 있는 프로세스를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합니다. 또 실리카겔의 멤버 김춘추 이기 이전에, 저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뮤지션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삶을 사는 데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근본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삶이 유지될 때 실리카겔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요. 음악적으로는 다양한 인풋과 다양한 작업들을 여러 사람과 진행하면서 작업방식과 형태 등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합니다."(김춘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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