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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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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디즈니가 1989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는 지난 100년 간 그들이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 61편 중 가장 큰 지지를 받은 작품 중 하나다. 한스 안데르센 원작 동화를 디즈니와 어울리는 유쾌한 분위기로 옮겨 놓은 각색이 우선 성공적이고 캐릭터·음악 등을 포함한 연출 전반 역시 뛰어나 '애니메이션 클래식'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팬도 많고 평가도 좋다보니 '인어공주'를 34년만에 실사화 한 롭 마셜 감독의 동명 뮤지컬 영화에도 관심이 집중돼 왔다. 24일 국내 공개된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는 애니메이션 원작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진일보한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실사화의 한계도 갖고 있다.


'인어공주'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역시 음악.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앨런 멩켄이 만든 OST 명곡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작품이었다. 이번 '인어공주'는 멩켄의 '언더 더 씨'(Under the Sea)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 '키스 더 걸'(Kiss the Girl)을 새 배우들의 목소리로 재탄생시키며 추억을 소환한다. 여기에 뮤지컬 음악 거장 린마누엘 미란다를 합류시켜 에릭 왕자의 '와일드 언차티드 워터스'(Wild Uncharted Waters), 에리얼의 '포 더 퍼스트 타임'(For the First Time), 스커틀과 세바스찬의 '더 스커틀버트'(The Scuttlebutt)를 새롭게 선보인다. 러닝타임이 135분으로 긴 편이지만 신구 조화된 OST를 듣다 보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원작과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은 스토리다. 영화 '인어공주'는 주인공 에리얼은 물론이고 왕자 에릭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에리얼은 에릭의 도움이 없어도 울슐라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전사이고, 에릭은 안전한 성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특권층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모험가다. 말하자면 에리얼과 에릭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다. '인어공주'는 또한 서로 타자화 된 두 가지 문화가 충돌하다가 끝내 융합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 총괄 제작을 맡은 제프리 실버는 "이 영화 주제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것이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캐스팅은 '인어공주'를 보는 새로운 재미다. 에리얼 역을 맡은 핼리 베일리는 연기력이 다소 부족해 보이기는 하나 매력적인 음색으로 이를 보완한다.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가창력도 인상적이다. 에릭을 연기한 조나 하워킹 역시 극에 어울리는 연기를 한다. 다만 두 주인공보다 인상적인 건 에리얼의 아버지 트라이튼 왕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과 문어 마녀 울슐라를 맡은 멀리사 맥카시다. 바르뎀은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로 영화에 안정감을 준다. 맥카시는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준 뛰어난 코미디 감각이 곧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력 그 자체라는 걸 '인어공주'에서 증명해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장점이 있긴 해도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다소 어색한 작품일 수도 있다. 각종 특수효과 때문이다. '인어공주' 제작비는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인 약 2억 달러.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바닷속 환경을 구현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원색을 위주로 한 화려한 색감으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지만, 이번 영화는 상대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모두 낮다는 인상을 준다. 특수효과가 많이 쓰인 영화의 경우 색감이 어두울수록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하는데, '인어공주'의 제작비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구현해낼 수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새삼 '아바타:물의 길'의 특수효과가 얼마나 뛰어난 것이었는지를 재확인하게 된다.

'인어공주'에 관해 얘기할 때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핼리 베일리가 에리얼 역을 맡았을 때부터 이른바 'PC 논란' 중심에 섰다. 그러나 디즈니의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하나 씩 실사화 하는 건 그들의 유산을 새로운 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영화를 단순히 다시 만드는 게 아니라 동시대 가치를 담아 재탄생시키고 있다. 디즈니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 주려는 세상은 하나의 문화권, 유일한 피부색이 중심이 되는 곳이 아니라 어떤 편견도 없이 타자를 받아들이고 환대하는 세계일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디즈니가 보여주는 방식이 다소 투박하더라도 이 방향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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