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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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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종종 제가 최악의 연기자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날도 그런 날이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날에 전화가 온 겁니다. 그 전화 한 통으로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거예요."

지난해 배우 이준혁(39)이 영화 '범죄도시3' 새 빌런(villain·악당)이 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연기력에 관한 우려는 아니었다. 이준혁이 그간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가 악역을 연기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준혁은 그 출중한 외모에 부합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물론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이나 '강해상'을 맡은 손석구 역시 멋진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들에겐 전작들에서 다져온 거친 분위기도 함께 있었다. 그건 분명 기존의 이준혁에겐 없던 것이었다.

어느날 마동석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인연을 맺었지만 통화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다. 마동석은 이준혁에게 '범죄도시3' 빌런을 맡아달라고 했다. 배우로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때 마침 걸려온 그 이상한 전화에 이준석은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즉답했다. "네, 하겠습니다." 그땐 '범죄도시2'가 개봉도 하기 전이었다.

"할리우드 배우가 저에게 전화를 하다뇨.(웃음) 영화 같더라고요. 전 제가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할 거라는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결정하는 건 쉽더라고요. 저를 왜 캐스팅 하려는 거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이준혁은 '주성철'을 연기했다. 일본 야쿠자에게서 빼돌린 신종 마약을 유통하는 인물로, 이 시리즈의 악당들이 대개 그렇듯 피도 눈물도 없다. 눈에 띄는 건 이준혁의 외모. 그가 전에 보여준 멀끔함 같은 건 찾을 수 없다. 어둡고 거친 피부에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육중해진 체격이 있을 뿐이다. 만약 주성철을 연기한 게 이준혁이라는 사전 정보 없이 이 작품을 본다면 아마 관객은 이준혁이 이준혁일 거라고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다.

이준혁은 주성철을 위해 평소 70㎏ 정도였던 몸무게를 92㎏까지 끌어올렸다. 3개월 간 20㎏ 넘게 증량했다. 무지막지하게 먹었고, 먹은 것만큼 운동하며 몸을 키웠다.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으며 커져버린 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했다. 마동석과 맞부딪히는 장면이 있는 만큼 액션 연기도 연습했다. 그는 "관객이 저 배우가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좀 빨리 질려해요. 전 좋아하는 영화가 정말 많은 편이거든요. 아마 빨리 질려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보는 제 모습도 그런 거죠. 반복되는 모습엔 제가 질려요. 변주가 필요했어요. 신선도를 높이고자 했달까요." 배우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영혼을 갈아넣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건 이준혁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제 모든 걸 다 걸고 연기했어요."

이준혁은 일단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두려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나서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고, 전작이 1000만 관객을 넘기는 걸 보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때도 역시 이준혁은 마동석에게 전화를 받기 전처럼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불안감에 휩싸인 적도 있다고 했다.

"참 희한하게도 그런 부담이나 불안을 안고서도 불나방처럼 다시 달려들게 돼요. 분명히 고통받을 걸 알고, 실패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또 하고 있어요. 일단 시작했으니까 '나 어떡하지' 하면서도 제 에너지를 끌어모아서 가는 겁니다.(웃음)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이준혁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내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도시3'에 출연한 게 여전히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했던 영화에 출연하고, 극장에 걸린 대형 포스터에 마동석과 함께 자신의 얼굴이 걸려 있다는 게 생경하다고 했다. "아마 지금의 제가 20대인 저에게 가서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하면 20대의 전 못 믿을 거예요.(웃음)"

걱정이 많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그는 '범죄도시3'가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도 '나 어떡하지'라는 식의 걱정을 또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는 흥행 성적이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직업인으로서 갖는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배우라서 특별한 걱정을 한다는 게 아니고요, 모두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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