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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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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 영화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두 소년은 마치 버려진 것처럼 남겨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지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62) 감독은 새 영화 '괴물'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이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너머에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이 바로 '괴물'이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괴물'은 초등학생 5학년 두 소년을 그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직은 그들이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만 이 영화는 소년들의 마음을 그리는 것에 앞서 이들 주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을 함께 담아낸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엄마,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의 아빠, 그리고 미나토와 요리의 담임 선생님,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 등을 함께 다루며 관객을 영화에 동참하게 한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예리하고 냉정한 시선, 그러면서도 난감한 처지에 몰린 사람들을 향한 연민을 놓지 않는 수작이다. 지난 5월에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7일 오전 기자 시사회를 통해 국내 최초 공개됐다. 같은 날 영화의전당 야외 극장에서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됐다. 4000석 규모 객석은 티켓 판매 5분만에 매진됐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이 앞서 만들었던 '어느 가족'(201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아무도 모른다'(2005)처럼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가 보여준 작품 세계 연장선에 있기도 하지만 연출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새로운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날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이전에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법과 다르게 관객이 극 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아마도 관객 역시 이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간 사람이나 다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괴물'은 각기 다른 세 가지 시선으로 구성돼 있다. 1부가 미나토의 엄마 시점, 2부는 미나토와 요리의 담임 선생님의 시점, 그리고 3부는 미나토와 요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플롯을 부러 뒤틀지 않고 시간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 앞서 고레에다 감독이 만든 영화의 공통점인데,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하나 씩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이 파악되는 형식을 갖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을 쓴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를 언급하며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든 사카모토 작가는 못된 작가다. 관객에게 자꾸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언급한 사카모토 작가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수많은 히트작을 써온 일본 대표 극본가 중 한 명이다. 드라마로는 '마더'(2010) '최고의 이혼'(2013) '아노네'(2018) '첫사랑의 악마'(2022)가 있고, 영화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등이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평소 사카모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존경해와 그가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극본을 보지도 않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작가는 나와는 표현 방법이 다르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사가 가깝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번 영화엔 또 한 명의 사카모토가 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음악영화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다. 말하자면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 사카모토 작가의 극본,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의 음악이 더해져 완성된 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동시대에 존경하는 창작자 두 분과 함께 작업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과 작업은 내가 편지를 쓰면 사카모토 감독이 음악을 만들어 보내주는 식으로 진행됐고, 실제로 뵙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괴물'엔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다나카 유코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성인 배우들이 나오지만 그래도 더 눈길이 가는 건 쿠로카와 소야(黒川想矢·14), 히이라기 히나타(柊木陽太·12) 두 소년 배우다. 이들은 성인 배우도 하기 힘든 감정 연기를 해내며 관객 마음을 울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배우는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냈다. 쿠로카와는 "말을 안 해도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역시나 말을 한다는 것,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히이라기는 "시각이 달라지면 사람의 마음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누구 착각을 할 수 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두 배우에 대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긴 했으나 두 배우가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할 때 월등하다는 게 느껴져서 캐스팅에 큰 고민이 없었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괴물'의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음악실에서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잠시 악기를 연주하는 시퀀스를 꼽았다. 그는 이 작품이 결국 이 장면을 향해 가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이 대사를 거치는 게 아니라 잠깐의 연주로 표현됩니다. 이 장면을 찍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편집해서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에게 보냈더니 그에게 이런 편지가 왔습니다. '여기서 나는 소리가 정말 좋다. 내 음악이 이 소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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