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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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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여름에 영화가 없어요."

최근 영화계에선 이런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얘기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말 그대로 영화 편수가 많지 않고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분위기에 관한 뉘앙스로 풀이된다. 올해 여름 영화 시장엔 예년과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나오는 주요 영화는 '탈주'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파일럿' '행복의 나라' 등이다. 영화가 없진 않다.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건 평가의 문제이니까 잠시 미뤄두자. 다만 올해 여름 영화 시장이 예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일단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집중에서 분산으로, 빅4에서 스몰4로.'

◇작년 여름이 준 교훈

일단 작년 여름 영화 얘기부터 해봐야 한다. 지난해 여름엔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주요 영화 4편이 있었다. 이들 작품은 7월 말부터 8월 초 모두 공개됐다. 가장 먼저 개봉한 '밀수'와 가장 늦게 나온 '콘크리트 유토피아' 간 개봉일 차는 3주 밖에 나지 않았고,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같은 날 관객을 만났다. 업계에선 "유례 없는 4파전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빅4 경쟁에 비장함까지 느껴졌던 건 제작비 규모 때문이기도 했다. 빅4 영화 제작비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밀수' 180억원, '비공식작전' 200억원, '더 문' 290억원, '콘크리트 유토피아' 190억원이었다. 합계 약 860억원을 여름 시장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밀수'(514만명) '콘트리트 유토피아'(384만명)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을 뿐 '더 문'(51만명)과 '비공식작전'(105만명)은 참패했다.


◇집중에서 분산으로

여름에 이어 빅3가 같은 날 출격한 추석 연휴엔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한 편도 없을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리고 비수기 중 비수기인 그해 11월 말에 나온 '서울의 봄'(1312만명)이 1000만명을 넘겼다. 이어 올해 또 비수기 중 비수기인 2월 말에 개봉한 '파묘'(1191만명)가 1000만 고지를 밟았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성수기·비수기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이제 완전히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습 효과로 올해 여름 영화 시장은 한결 가벼워진 듯한 인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이라고 하면 슈퍼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각 배급사가 사활을 걸고 준비한 작품들이 맞부딪히며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였다면, 이번 여름엔 어느 쪽도 작정하고 달려든다는 인상이 없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이제 여름이라고 잘 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일단 개봉 시기가 완전히 분산됐다. '탈주'(7월3일)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7월12일) '파일럿'(7월31일) '행복의 나라'(8월 중)의 개봉일은 크게 5주 이상 차이가 난다. 개봉일에 따른 유불리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정도 간격이다.

◇빅4에서 스몰4로

제작비도 한층 내려갔다. '탈주'(100억원)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180억원) '파일럿'(100억원) '행복의 나라'(100억원) 제작비 합계는 480억원이다. 작년 빅4와 비교하면 약 55% 수준이다. 올해 가장 돈을 많이 쓴 영화인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작년에 돈을 가장 적게 쓴 '밀수'의 제작비가 비슷하다는 점만 봐도 올해 여름 영화 규모가 얼마나 작아졌는지 알 수 있다. 빅4 대신 스몰4라는 말을 붙여야 할 정도다. 물론 이 중에서도 잘되는 영화와 안되는 영화가 있겠지만, 손익분기점을 채우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던 작년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영화계가 여름 영화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했다. 출연진 면면만 보더라도 이번 여름은 한층 가뿐한 인상이다. 작년엔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이병헌·하정우·주지훈·설경구 등이 있었다면 올핸 하정우·이제훈·구교환·이선균·조정석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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