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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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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정려원(43)은 tvN '졸업'이 자신의 인생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해 3월 일기장에 안판석(62) PD와 작업하고 싶다고 썼는데, 두 달 만인 5월 졸업 극본을 받았을 때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그간 변호사, 검사 등 전문직을 많이 맡아 멜로물 욕심이 컸다. 하지만 졸업은 기존 멜로물 흥행 공식을 따라가거나, 전개가 빠르지도 않았다.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사교육 현실을 녹여 로맨스 분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지만, "빠져드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안판석 감독과 꼭 한 번 작업 해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방송을 보면 클로즈업하기 보다 과감하게 뒷모습만 찍고 끝내더라. 난 궁금하게 많아서 질문 공세를 했는데, 감독님은 우문현답을 하더라. 'A 다음은 B 원하세요, 식상하면 C 원하세요?'라고 물으면, 감독님은 알파벳 어원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캐릭터 해석보다, 배우의 자세를 더 중요시했다. 처음엔 내가 원하는 대답은 이게 아닌데, 얼만큼 기다려야 되나 싶었다. 방송이 끝나고 감독님이 해준 얘기가 생각나더라. '그동안 감독님이 한 얘기 못 알아들었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다시 하자'고 했다.(웃음)"

이 드라마는 베테랑 학원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10년 만에 돌아온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로맨스를 그렸다. 안 PD가 '봄밤'(2019)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1회 시청률 5.2%로 시작, 16회 6.6%에 그쳤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정려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호주로 이민 간 교포 1.5세대인데, 자연스러운 국어강사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처음엔 '영어 강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나한테 국어는 생소한 과목이라서 더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교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학원에 가서 강의도 들었다며 "리얼리즘은 극본에서 오기 보다, 판서 쓸 때 오디오가 비지 않는 게 중요해 애드리브가 필요했다. 강의하면서 꾸짖고 원맨쇼처럼 하는 분도 있고, 답을 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안 넘어가는 등 강의 방식이 다양했지만, 자문해준 부부 강사님 스타일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멜로 치고 대사가 많았는데, 이전에 '검사, 변호사 역을 하길 잘했다' 싶었다. 안 그랬으면 많이 헤맸을 것"이라며 "다행히 대사 외우는 노하우가 생겼다. 음악 대신 자문 선생님 강의 녹음한 걸 들었다"고 덧붙였다.

졸업은 현실 고증이 뛰어나 일타 강사 사이에서도 언급될 정도였다. 정려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감상평을 보고 감동 받았다며 "졸업 시청자들은 '대박' '좋다' 등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써줘서 멋있었다. 소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드라마가 교육 방식에 메시지를 던졌고, 방송이 끝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참 좋은 현상"이라고 짚었다.


위하준(32)과 현실적인 로맨스도 공감을 샀다. 열 한 살 연하라서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보니 엄청 어려 보이지 않더라. '우와!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며 웃었다. "당시 위하준씨가 '오징어게임2'를 찍고 있어서 수염도 기르고 태닝하고, 머리도 짧았다. 연하지만 아이 같지 않고 어른스러운 매력이 있다. 실제 성격도 진중하고 과묵해 부담감이 덜했다"고 회상했다.

"(위하준이) '멜로를 한 번도 안 했다'고 해 놀랐다. 친해지고 싶어서 '최악의 악'도 봤는데, 임세미씨와 연기할 때 눈빛이 확 바뀌더라. '왜 멜로를 안 했냐'고 얘기하면서 친해졌다. 역시나 잘 하더라. 서혜진은 '모솔'(모태솔로)이라서 너무 능숙할 필요가 없었다. 서로 뚝딱 거리면서 잘 만들어갔다. 8회에서 소파에 앉아 뽀뽀할 때 지문에 '혜진이 두 손으로 목을 감싼다'고 써 있었는데, 타이밍이 어긋나서 웃었다. NG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해서 쭉 갔다. 서툰 연애가 예쁜 거라고 하더라. 방송을 보니 오케이(OK)한 이유가 있더라."

연극처럼 20분 가량 원테이크로 찍은 신도 인상적이었다. "준호랑 싸우는 신이 특히 그랬다. 화가 나면 이성적으로 생각을 못하지만, 국어 선생님이라서 말로 유리하게 잘 싸워야 해 '완벽하게 외우자'고 했다. 실제로 찍고 나서 손이 후덜덜 떨리고 화가 나더라. 준호도 목을 안 아끼고 핏대 올리고 싸웠다. 연극처럼 완벽히 연습하고, 한 방에 에너지를 터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더라. 감독님 촬영 방식에 완전 빠져들었다"고 했다.

"감독님은 억지가 하나도 없다. 주인공이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신의 분위기 등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혜진과 준호가 사귀고 나서 베드신 찍고, 다음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선생님 바쁘세요?'라며 부끄러워하는 걸 앞에서 찍을 줄 알았는데, 다 백샷으로 했더라. 신이 비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적절했다. 시청자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준 것 같다. 기존 멜로는 정확한 감정을 던지고 친절하게 설명한다면, 안판석 감독표 멜로는 틈이 있지만 불친절하지 않고 '한 번 들어와서 봐봐'라며 오픈하는 게 새로웠다."

정려원은 '내 이름을 김삼순'(2005) 이후 멜로물보다 법정물로 주목을 받았다. '샐러리맨 초한지'(2012)를 비롯해 '메디컬 탑팀'(2013) '마녀의 법정'(2017) '검사내전'(2019~2020)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2022) 등이다. "콤플렉스가 있다"며 "마음 속에 있는 걸 그 때 얘기하지 못해 집에 가서 잠 들기 전 발차기를 많이 한다. 말을 화려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동경이 있다"고 털어놨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안하무인한 '백여치'를 연기를 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초반엔 엄청 헤맸지만, 해내고 나니 쾌감이 있더라. 말로 분출하는 캐릭터를 맡으면, '내가 동경하는 사람을 통해 커버될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전문직 여성을 좋아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일기를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 일기를 쓰면서 그 간극이 조금 좁혀졌다."

정려원은 졸업 이후 인생작도 빨리 찾아오길 바랐다. "매번 인생작을 만나진 못한다. 시청자와 관객들이 인생작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배우 스스로 느끼는 건 다르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현장에서 나 혼자 잘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인정해줘야 바깥에 보여지는 직업 아니냐. 그래서 항상 불안했다. 감독님이 '컷! 다음 신 갈게요'라고 하면 확인 받고 싶었다. 안판석 감독님은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서 스스로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으면 감독님이 다시 찍자고 하지 않았을까. 스스로 믿어보자. 불확실로부터 졸업하자'고 마음 먹었다. 마지막 촬영 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원래 '더 잘 할 수 있다'는 후회가 있었는데, 졸업은 그런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한테 인생작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2' 속 불안이처럼 컨트롤을 못 놓았는데, 졸업하면서 놓은 느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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