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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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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 TVA(시간관리국)에 끌려간 데드풀은 마치 어벤져스처럼 중책을 맡게 될 거라는 말에 감격에 차 이렇게 답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환호는 말이 많아도 너무 많은 데드풀의 헛소리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러나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새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7월24일 공개)이 끝난 뒤 극장에서 나올 때쯤이면 아마도 당신의 생각은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2018년에 나온 '데드풀2'를 보고 이 잔인하고 수다스러운 캐릭터의 한계를 봤다는 관객, 혹은 2019년 '어벤져스:엔드 게임' 이후 나온 영화 10편과 시리즈 9편을 지켜 보며 마블을 손절했다는 관객이라도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다시 한 번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희망을 걸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읊조릴 것이다. "Yes, You are the Messiah. You are Marvel Jesus."

일단 상황 설명부터. 마블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19년 3월 20세기폭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MCU는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20세기폭스는 엑스맨 등 IP를 가지고 2000년 '엑스맨'부터 2018년 '데드풀2'까지 총 13편의 '엑스맨' 영화와 '판타스틱4' 영화 3편을 만든 회사. 한 마디로 MCU에 언제든 엑스맨 슈퍼히어로와 판타스틱4 슈퍼히어로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 맛을 잠깐 볼 수 있었던 작품이 2022년에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였다. 그리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에 엑스맨 슈퍼히어로를 본격 등장시키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은 MCU로 치면 아이언맨과 같은 존재. 그런 캐릭터를 복귀시켰다는 건 앞으로 어벤져스와 엑스맨의 협업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데드풀' 시리즈의 두 가지 매력은 상스럽고 난잡한 코미디와 너저분하고 무자비한 액션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영화 외부에서 벌어진 이같은 일련의 일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 뒤, 제4의 벽을 허무는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을 웃긴다. 데드풀은 어벤져스가 되고 싶다고 애원하고, 폭스를 떠나 디즈니랜드로 갈 거라며 욕설을 내뱉으며, 심지어 붕괴된 20세기폭스 로고 앞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울버린이 이번 작품에서 슈퍼히어로 슈트를 착용하고 나오는 걸 수 차례 지적하는 것이나(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에서 슈트를 입지 않았다) MCU가 잭맨을 울버린으로 복귀시킨 뒤 90살까지 연기하게 할 거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선 '데드풀' 두 편이 제4의 벽으로 단순히 장난을 치는 데 급급했다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영화 내외부 맥락을 제4의 벽에 통과시켜 더 높은 수준의 유머를 끌어낸다.

이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으로 다시 쓰는 MCU의 자기비하적 반성문으로 보이기도 한다. 2021년 '로키'를 통해 처음 등장한 TVA는 시간과 우주를 관장하는 조직으로 '엔드 게임' 이후 MCU의 핵심 콘셉트인 멀티버스(mutiverse·다중우주)를 상징한다.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주는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탐욕과 무능으로 전 우주를 무너뜨릴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건 마블스튜디오가 멀티버스 도입 이후 직면한 위기를 풍자한다. 이처럼 간접적인 방식과 함께 데드풀이 MCU 멀티버스를 대놓고 욕하게 함으로써 웃음을 끌어내기도 한다. 데드풀이 엔싱크의 '바이 바이 바이'에 맞춰 TVA 요원들을 도륙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데드풀이 20세기폭스와 작별하고 MCU에 합류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 작품이 TVA로 상징되는 멀티버스를 러닝 타임 내내 비웃어 줄 거라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MCU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슈퍼히어로라는 걸 최대한 활용한 액션 역시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됐다. '데드풀2'가 재생 능력 외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드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극중 대사처럼 "최고의 엑스맨" 울버린을 등장시켜 더 현란하고 더 잔혹한 액션으로 이 시리즈의 한계를 넘어선다. 단순히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게 아니라 두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액션에 입히고, 상극인 두 인물이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을 액션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액션시퀀스들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영화들, 그 작품들의 핵심이었던 잭맨의 울버린을 사랑했던 관객에겐 최고의 팬서비스이기도 하다. 어느덧 50대 중반이 된 잭맨이 20여년 전 '엑스맨'을 처음 시작하던 때와 못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놀랍다.

코미디와 액션 모두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데드풀과 울버린'의 최대 장점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페이즈4 이후 MCU 영화들이 나머지 공부 없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를 전개해가며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실패하고 기존 고객마저 떠나게 만들었다면, 이번 영화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어떤 캐릭터인지 정도만 알아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데드풀의 코미디만 즐겨도 그만한 재미가 있고, 데드풀과 울버린이 함께 만들어가는 액션만으로 희열이 있다. 물론 MCU 영화 중 한 편으로서 기능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보편적이어서 그 이야기만 따라가도 될 정도다. 매번 문제가 됐던 멀티버스 콘셉트 역시 선을 넘지 않고 적절히 사용해 거부감을 최대한 낮춘 듯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알면 알수록 더 즐길 게 많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월트디즈니컴퍼니와 마블스튜디오 그리고 20세기폭스의 관계에 대해 알면 이 영화가 더 풍성하게 느껴질 테고, '엔드 게임' 이후 나락을 경험하고 있는 MCU의 현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데드풀의 유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와 '로건'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더 큰 재미를 줄 것이다. 데드풀이 '엑스맨' 시리즈에서 어떻게 등장했는지, 데드풀과 울버린이 어떤 관계였는지, 그리고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와 울버린의 잭맨이 어떤 인연이 있는지 알면 이 작품이 더 흥미로워진다. 잊고 지냈으나 한 때 열렬히 지지했던 슈퍼히어로, 그때 그 시절 엑스맨이 다시 나타나 한 데 모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쿠키 영상은 하나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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