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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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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가 큰 성공을 거둔 뒤 모완일(48) 감독은 더 편한 선택을 해도 상관 없었을 것이다. 다수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극본을 골라 좀 더 예상이 가능한 작품을 만들었다면 스타 연출가라는 그의 입지는 한층 더 탄탄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상한 대본에 끌려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글을 잊지를 못해서 결국 연출하기로 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내놓고 그는 계속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작품이 잘되면 얼마나 좋은지 전 알고 있잖아요. 솔직히 전 솔물적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웃음) 욕심이 많은데…결과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떨려요."

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문제작이다. TV 드라마라는 건 대체로 부담 없이 틀어 놓고 누워서, 설거지 하면서, 손톱 깎으면서 편하게 봐도 상관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작품은 그게 안 된다. 각 잡고 앉아서 한 장면 한 장면 집중해서 봐야 할 정도로 도무지 편하지가 않다. 각기 다른 두 가지 시간대, 겹쳐질 수 없는 두 가지 사건, 난데 없이 발생하는 일들과 불쑥 나타나는 캐릭터들. 플롯은 복잡하다.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수시로 오가는 교차 편집 역시 피로감을 준다.

"왜 고민을 안 했겠어요. 당연히 보기 쉽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렇게 이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이 작품이 아니라고 봤던 겁니다. 날 것의 매력이 모두 사라져버릴 테니까요."

알려진대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공모전 당선작이다. 모 감독에 따르면, 이 작품을 쓴 신예 손호영 작가는 이 극본을 쓰면서 영상화 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손 작가 스스로 자신이 시리즈물을 쓸 수 있을지 이를 테면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이야기를 펼쳐본 것이고 그게 공모전에서 상까지 받게 된 것이지 영상화를 생각해본 적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모 감독은 "그래서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달랐던 거다"며 "작가를 만나 이걸 시리즈로 만들 거라고 하니까 정말 황당해 했다"고 말했다.

"참 불친절하고 이상한 글이었는데, 이상하게 내 얘기 같았습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은 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 게 작가의 필력일까요. 살면서 참 힘들고, 혼자인 것만 같을 때가 있는데 그 느낌이 이 대본에 잘 표현이 돼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스토리는 이상해도 담고 있는 감정은 보편적이라고 봤어요. 그렇다면 해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분명히 나처럼 이 작품에 동감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대한 반응은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올해 가장 빼어난 작품이라고 상찬하기도 하지만 망작이라는 혹독한 평가도 있다. 한 쪽에선 8회차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이 인상적이라고 얘기하나 다른 한 쪽에선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단 넷플릭스 공식 순위에선 TV쇼 비영어 부문 4위로 출발했다. 아직 공개된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이나 실패를 얘기하긴 이른 시점이다. 모 감독은 "만든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게 정말 못난 얘기이지만 난 이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잘 안 됐다는 걸 가정할 때, 다른 작품이라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작품이 잘 안 되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애정이 많습니다. 선물 같은 작품이랄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은 모두 사랑스러웠고요. 정말 좋은 스태프들도 함께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모을 수 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모 감독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두고 고민하던 때 얘기를 꺼냈다. 선뜻 하자니 부담스러운 면이 있고, 안 하자니 이게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버리는 걸 참기 힘들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작품이 다른 사람 손에서 잘 나오면 잘 나온대로 못 나오면 못 나온대로 오랜 미련으로 남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전작인 '미스티' '부부의 세계' 등을 할 땐 확신이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는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끌렸던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어쨌든 좋은 대본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행복했던만큼 최선을 다한 건 맞아요. 이 감독이라는 자리가 잘하기는 어려운데 망치기는 쉽지 않습니까. 망친 게 아니라 잘한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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