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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inNess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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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5년이라는 사회생활은 허송세월이 아니라 제가 노래를 하기 위한 집을 짓기 위해 하나씩 벽돌을 저도 모르게 쌓아 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흔 다섯 살인데 노래 인생은 30년이다. 1995년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내기 전까지 열다섯 개 직업을 전전했다. 보험회사 직원을 시작으로 전자회사, 가구점 등을 거쳐 앨범을 내기 직전까지 매제의 카센터에서 일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는 평을 받는 그는 음성이 잘 삭은 상태에서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가객 장사익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친 노래 인생 30주년 기념 공연 '장사익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에서 자신에게 드디어 꽃을 줬다. 바쁘게 노래하는 그의 삶을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꽃을 준 적이 없는데, 마침내 "긴 세월 흘러가도 지지 않는 이쁜꽃"을 안긴 공연이었다.
시인 황청원의 동명 시를 장사익이 엮은 곡 '꽃을 준다 나에게'가 이번 콘서트 타이틀이자 주제곡이다. 작년 가을께 황 시인이 그에게 보낸 준 서너 편의 시에 섞여 있었다. 남들에게 사랑한다고 축하한다고 위로한다며 꽃을 많이 줬는데 정작 본인이 즐겁거나 눈물을 흘릴 때 꽃을 준 적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장사익은 이 노래를 부른 뒤 "이게 바로 나한테 하는 얘기구나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근데 가만히 보니까 모든 사람들한테 드리는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시 때문에 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이렇게 장사익은 남에게 공을 돌린다. 그의 노래가 아름다운 이유다. 그런데 보컬색은 이보다 처연할 수 없다. 국내에서 '엘레지(Elegy)', 즉 비가(悲歌)를 그보다 잘 소화하는 소리꾼은 보기 드물다.
고려장을 당하는 모친이 홀로 내려가야 하는 아들을 오히려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미학의 극치 '꽃구경'에선 장사익은 세상의 모든 자녀를 위해 대신 울어준다. 조용히 삶의 전쟁을 치르는 이들을 위해, 이 세상에서 용케 살아 남은 이들을 그렇게 위로한다.
장사익 보컬의 매력은 종잡을 수 없음에 있다. 일흔 다섯에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줘서 놀라운 게 아니다. 낭창낭창하면서도 가슴을 후벼파는 쇳소리는, 삶을 담보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반성이다. 장사익이 "이마에 깊은 주름은 세상을 덮고 (…) 저 노인은 가는 길을 안다. 끝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며 '국밥집에서'를 노래 할 때 펑펑 울었다.
장사익의 목소리는 그런데 삶의 끝에만 가 있지 않는다. 2부 시작에서 그는 "아주 경쾌한 노래로 여러분들 모시겠습니다. '광화문 나이트'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춘을 돌려다오' '댄서의 순정' '열아홉 순정' '님은 먼곳에' '봄날은 간다' '동백 아가씨' 등 커버곡들이 장사익의 목소리를 입고 새롭게 잉태했다. 2시간 동안 약 20곡을 들려줬는데 모두 오래되고 새로웠다.
장사익이 뮤즈에게 바치는 건 자신의 삶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성인이 된 후 25년을 신에게 봉헌해 음악을 돌려 받았다. 삶이 있어야 우리 노래가 있다. 장사익은 꽃 몇 송이 뿐아니라 꽃다발을 받아도 충분하다. 그의 목소리 자체가 우리 생(生)을 연주하니까. 장사익 목소리의 백화제방은 이제 시작이다.
장사익은 공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노래에 대한 마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지팡이 들고 삐걱삐걱 되도 무대 위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까 저는 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때도 한번 오십시오."
이날 공연은 장사익 노래뿐 아니라 세션들의 실력도 일품이었다. '국내 재즈 1세대'로 여든살이 넘은 최선배의 트럼펫 연주는 그 자체로 삶이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 정재열을 중심으로 베이스 정영준, 피아노 앤디킴, 드럼 박현민, 색소폰 장호진, 타악 고석용·신승균·최영호, 해금 하고운 그리고 아카펠라 팀들인 '더 솔리스츠'와 '우니꼬 합창단'이 함께 했다.
무대 연출도 훌륭했다. 대형 얼굴에 장사익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그의 주름이 악보 오선지처럼 보였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선 스크린에 별이 가득했다. 객석엔 일본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날아온 관객들의 비율도 상당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일흔 다섯 살인데 노래 인생은 30년이다. 1995년 데뷔 앨범 '하늘 가는 길'을 내기 전까지 열다섯 개 직업을 전전했다. 보험회사 직원을 시작으로 전자회사, 가구점 등을 거쳐 앨범을 내기 직전까지 매제의 카센터에서 일했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는 평을 받는 그는 음성이 잘 삭은 상태에서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가객 장사익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친 노래 인생 30주년 기념 공연 '장사익 소리판 - 꽃을 준다 나에게'에서 자신에게 드디어 꽃을 줬다. 바쁘게 노래하는 그의 삶을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꽃을 준 적이 없는데, 마침내 "긴 세월 흘러가도 지지 않는 이쁜꽃"을 안긴 공연이었다.
시인 황청원의 동명 시를 장사익이 엮은 곡 '꽃을 준다 나에게'가 이번 콘서트 타이틀이자 주제곡이다. 작년 가을께 황 시인이 그에게 보낸 준 서너 편의 시에 섞여 있었다. 남들에게 사랑한다고 축하한다고 위로한다며 꽃을 많이 줬는데 정작 본인이 즐겁거나 눈물을 흘릴 때 꽃을 준 적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장사익은 이 노래를 부른 뒤 "이게 바로 나한테 하는 얘기구나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근데 가만히 보니까 모든 사람들한테 드리는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시 때문에 제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이렇게 장사익은 남에게 공을 돌린다. 그의 노래가 아름다운 이유다. 그런데 보컬색은 이보다 처연할 수 없다. 국내에서 '엘레지(Elegy)', 즉 비가(悲歌)를 그보다 잘 소화하는 소리꾼은 보기 드물다.
고려장을 당하는 모친이 홀로 내려가야 하는 아들을 오히려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미학의 극치 '꽃구경'에선 장사익은 세상의 모든 자녀를 위해 대신 울어준다. 조용히 삶의 전쟁을 치르는 이들을 위해, 이 세상에서 용케 살아 남은 이들을 그렇게 위로한다.
장사익 보컬의 매력은 종잡을 수 없음에 있다. 일흔 다섯에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줘서 놀라운 게 아니다. 낭창낭창하면서도 가슴을 후벼파는 쇳소리는, 삶을 담보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이들의 반성이다. 장사익이 "이마에 깊은 주름은 세상을 덮고 (…) 저 노인은 가는 길을 안다. 끝내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다"며 '국밥집에서'를 노래 할 때 펑펑 울었다.
장사익의 목소리는 그런데 삶의 끝에만 가 있지 않는다. 2부 시작에서 그는 "아주 경쾌한 노래로 여러분들 모시겠습니다. '광화문 나이트'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춘을 돌려다오' '댄서의 순정' '열아홉 순정' '님은 먼곳에' '봄날은 간다' '동백 아가씨' 등 커버곡들이 장사익의 목소리를 입고 새롭게 잉태했다. 2시간 동안 약 20곡을 들려줬는데 모두 오래되고 새로웠다.
장사익이 뮤즈에게 바치는 건 자신의 삶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성인이 된 후 25년을 신에게 봉헌해 음악을 돌려 받았다. 삶이 있어야 우리 노래가 있다. 장사익은 꽃 몇 송이 뿐아니라 꽃다발을 받아도 충분하다. 그의 목소리 자체가 우리 생(生)을 연주하니까. 장사익 목소리의 백화제방은 이제 시작이다.
장사익은 공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노래에 대한 마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지팡이 들고 삐걱삐걱 되도 무대 위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까 저는 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때도 한번 오십시오."
이날 공연은 장사익 노래뿐 아니라 세션들의 실력도 일품이었다. '국내 재즈 1세대'로 여든살이 넘은 최선배의 트럼펫 연주는 그 자체로 삶이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 정재열을 중심으로 베이스 정영준, 피아노 앤디킴, 드럼 박현민, 색소폰 장호진, 타악 고석용·신승균·최영호, 해금 하고운 그리고 아카펠라 팀들인 '더 솔리스츠'와 '우니꼬 합창단'이 함께 했다.
무대 연출도 훌륭했다. 대형 얼굴에 장사익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그의 주름이 악보 오선지처럼 보였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선 스크린에 별이 가득했다. 객석엔 일본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날아온 관객들의 비율도 상당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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