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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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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단순히 먹방을 보여줄 생각은 없습니다. 단순히 '맛있다'라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맛있었던 기억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은 겁니다."

일본 TV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는 이른바 먹방 드라마다. 다니구치 지로, 쿠스미 마사유키 작가가 1994년부터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평범한 중년 남성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을 하러 다니다가 우연찮게 찾은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이야기가 담겼다. 2012년부터 TV쇼로 만들어져 10개 시즌이 나왔고, 시즌11 격인 번외편도 만들어졌다.

이 드라마가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수 차례 방송되면서 10년 넘게 이 시리즈 주인공 고로를 연기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62)는 한국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됐다. 이런 그가 이번엔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로 만들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3월19일 공개)다.

이 작품 홍보를 위해 한국에 온 마츠시게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맛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며 "무언가를 먹고 맛있다고 느낄 때 그 표정, 어떤 공백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했다. 무언가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오는 그 반응엔 거짓이 없다"고 했다.


마츠시게가 먹방 대신 맛의 기억을 얘기한 이유가 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바로 그 맛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딸에게 요청으로 프랑스 파리에 가게 된 고로는 그곳에서 만난 한 노인의 부탁을 받게 된다. 일본 고토 섬에 살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해준 국물 요리의 국물을 내는 재료를 찾아 달라는 것.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고로가 고토-가상의 한국 무인도 남풍도-한국 거제시 구조라-도쿄를 오가며 그 궁극의 국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담겼다.

"먹는 행위는 살아가기 위해서 혹은 행복을 위해서 모두가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에서 다양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고독한 미식가'를 다양한 나라에서 좋아해준 겁니다. 이번 영화로 고독하게 먹는 사람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엔 어린 시절 맛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그 맛을 되찾게 해주려는 손녀, 맛의 구현을 돕는 요리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 중 한 명이 한국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공무원이다. 배우 유재명이 연기한 이 공무원 캐릭터는 고로가 국물 맛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바다에서 표류해 자기도 모르게 한국으로 넘어오게 된 고로의 출입국 절차를 돕다가 황태해장국에 관해 설명하게 된다.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몰랐던 고로는 황태라는 식재료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는 할아버지가 원하는 국물 맛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마츠시게는 이 작품에 출연시킬 한국 배우를 찾기 위해 약 3년 간 한국 영화·드라마를 집중적으로 봤고 영화 '소리도 없이'(2020)에서 유재명을 발견했다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 표정만으로 대화하는 걸 보여줘야 했습니다. 유재명 배우와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저희 의도를 너무 잘 파악해서 연기해줬고, 일본 관객은 유재명 배우가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줬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연기를 해주셨어요."

이번 작품은 한국을 주요 배경 중 한 곳으로 쓴다. 거제시 구조라항과 그곳 식당이 나오는 건 물론이고 유재명이 연기한 인물 외에도 한국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큐슈 북부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에 익숙한 마츠시게의 경험이 녹아들기도 했고,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가 한국 젊은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걸 반영한 결정이기도 했다. 황태가 주재료로 쓰인 것도 마츠시게의 이런 친한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도쿄 긴자에 북엇국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저희가 국물 찾기 테마를 생각할 때 발견한 곳이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고 처음 먹는 맛이었어요. 그렇게 이걸 소재로 삼기로 한 겁니다. 한국에 가서 황태 국물을 찾아다닌 끝에 황태가 주재료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은 마츠시게가 주연을 맡은 것 뿐만 아니라 기획·제작·연출을 모두 맡았다. 마츠시게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말했던 것처럼 이 작품 연출을 봉준호 감독에게 의뢰했으나 함께하지 못했다고 했다. 봉 감독이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신이 연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님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된 이 상황이 참 놀라워요."

마츠시게는 13년 간 '고독한 미식가'에 출연했다. 그는 종종 '언제까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작품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넘기게 된다면 이런 힘든 부분을 가급적 배제한 뒤에 넘겨주고 싶어요. 만약에 그게 잘 안 된다면 넘기는 건 쉽지 않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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