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값 멋대로 올린 육계협회…공정위, 과징금 12억·검찰 고발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치킨이나 삼계탕 등에 사용되는 닭고기의 가격이나 출고량, 생산량 등을 멋대로 조절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사업자단체 관련 사건 중 역대 최대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육계협회는 약 10년 동안 닭고기의 할인 대상을 축소해 가격 할인 경쟁을 제한하거나 멀쩡한 달걀을 폐기 혹은 병아리를 감축해 닭고기 생산량을 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17일 구성사업자들의 육계·삼계·종계의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 등을 결정한 한국육계협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억1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육계, 삼계 등 일반적인 식용 닭고기는 종계가 낳은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일정 기간 사육해 도계를 거쳐 생산된다. 육계는 치킨, 닭볶음탕에, 삼계는 삼계탕에 사용되는 닭고기 신선육이다. 종계는 식용 닭고기를 생산하는 부모 닭이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제조·판매사업자들이 모두 구성사업자로 가입돼 있는 한국육계협회는 2008년 6월20일부터 2017년 7월27일까지 총 4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생산량, 출고량 및 육계 생계 구매량을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을 산정하는 제비용(인건비 등)과 생계 운반비, 염장(소금간)비 등 인상을 결정하거나 할인 하한선 설정, 할인 대상 축소 등을 결정해 구성사업자들의 가격 할인 경쟁을 제한했다.

전체 거래처 대상 생계 운반비를 1㎏당 20원 인상하거나 생계 시세 할인 기준 금액을 기존 16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려 할인 대상을 축소하는 식이었다.

또한 시장에서 공급량 증가로 인한 판매가격 하락을 막고자 신선육을 냉동 비축해 출고량을 제한했고, 판매가격을 올리고자 시장에서 구성사업자들의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특히 설이나 추석 명절을 전후로 출고량을 조절했다.

아울러 한국육계협회는 생산량 제한을 위해 육계 신선육의 핵심적인 생산 원자재인 달걀을 폐기하거나 병아리를 감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주간 달걀을 최대 240만개 폐기하거나 2주간 병아리 1922만마리를 감축했다.

한국육계협회는 육계뿐만 아니라 삼계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17차례에 걸쳐 판매가격, 출고량, 생산량을 조절했고, 닭고기 신선육 시세 상승을 위해 2차례에 걸쳐 종계 생산량을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가 한국육계협회에 부과한 과징금 12억100만원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조치에 대해 공정위는 한국육계협회가 장기간에 걸쳐 치킨, 삼계탕 등 온 국민이 애용하는 식품에 사용되는 닭고기의 가격, 출고량 등을 결정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봤다.

특히 그간 공정위는 한국육계협회 구성사업자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등 담합을 순차적으로 적발·제재했는데, 육계협회에 대해서도 엄중 제재해 국민 먹거리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법 위반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 먹거리·생필품 등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강도 높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공정위는 광범위한 수단을 동원해 닭고기 가격 상승을 주도한 하림, 올품, 마니커 등 16개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체 중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씨.에스코리아를 제외하고 과징금 총 1758억여원을 부과하고 일부는 검찰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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