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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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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한국전력(한전)이 또 다시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전기요금에 발전 연료비를 반영하는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공언한 바 있지만, 고금리·고유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경제위기'에 이를 현실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도 적자 난에 보유 부동산과 해외 석탄 발전소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20조원대까지 전망되는 적자 폭을 메우기엔 부족하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전기요금 조정, 한전 정상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기 팔수록 손해만 본 한전…1분기 영업손실 8조 육박

지난 13일 공시된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실적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해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의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5조8601억원)보다도 2조원이나 큰 액수다. 올해 단 1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전력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었어도,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전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15조912억원)보다 9.1% 늘어난 16조4641억원을 기록했지만,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으로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14조5256억원)보다 67% 치솟아 24조2510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 증가가 무색해졌다.

같은 기간 t(톤)당 LNG 가격은 132만7500원으로 전년 동기(54만7600원)와 비교해 142% 상승했으며, 유연탄 가격도 t당 260.6달러로 전년 동기(89.4달러)에 비해 191% 올랐다.

연료비가 급증함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킬로와트시(㎾h)당 180.5원으로 전년 동기(76.5원) 대비 136% 증가했다.

또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의무이행 비율 상향(9→12.5%)도 적자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RPS를 맞추기 위해선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민간이나 외부에서 구매해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봐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적자가 불가피했다"며 "지금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따라가는 한전 실적…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러-우크라發 상승

전력 업계에선 연료비 변동분이 반영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전력시장 구조에서 LNG, 유연탄 등 연료비 영향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한전의 영업실적은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실제 한전은 지난 2008년 고유가로 인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가 발생한 뒤 유가에 따라 대체로 영업실적이 오르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적자를 기록하고 2009~2010년 저유가 상황에서 다시 흑자 전환했지만, 2011~2012년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호가하자 적자로 돌아섰다.

마찬가지로 2018~2019년에도 유가 상승, 각종부담금 증가로 적자를 기록했다가 2020년 유가가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한전 실적의 바로비터(기준점)가 되는 국제유가는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국제유가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상승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방해를 이유로 가스관 가동 중단을 발표하면서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이 전 거래일보다 5.95달러(6%) 오른 배럴당 105.7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기준가)인 브렌트유 역시 5.04달러(4.93%) 올라 배럴당 107.5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전체 발전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33.6%)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5월1주차 광물가격 주간동향에 따르면 연료용 유연탄 가격은 t당 348.12달러로 지난주(316.67달러) 대비 9.9%가 급등했다.

여기에 국내 유연탄 수입량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 등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산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유연탄 가격 상승 압박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화 긴축에 의한 달러 강세도 부담이다.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이 오르면 고스란히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한 때 129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전의 자금조달 능력 역시 한계치에 다다랐다. 지난 10일 기준 한전의 채권발행액은 15조6000억원이었으며, 차입금은 4월 말 기준 51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연료비 단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각국이 긴축재정에 속도를 내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한전의 이자 부담도 함께 커졌다. 한전의 회사채 금리는 3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3% 수준에서 지난 4월 3.6% 수준으로 올랐다.

◆부동산 내다 팔아도 역부족…고물가에 요금 정상화도 난망

악재가 거듭되면서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도 매각한다는 원칙하에 '제로베이스'에서 부동산 매각 대상을 찾기로 결정했다.

또한 운영·건설 중인 모든 해외 석탄발전소의 매각을 포함한 해외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도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전력 공급과 경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강도 높은 비용 절감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미봉책보다는 기업의 생존 관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요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비 가격 인하만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한전도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3고(高) 경제위기'에서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추경으로 20조원 이상의 현금이 시중에 풀릴 경우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전기요금을 손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달 20일 이후 결정될 3분기 연료비 연동제에서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지만, 연동제는 전 분기 대비 최대 ㎾h당 3원, 연간 ㎾h당 5원까지 연료비 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캡이 씌워진 만큼 실질적인 적자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대외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사용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요금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어서 정부가 공공요금과 관련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관리 모드'에 들어가는 등 한동안 방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같은 경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가격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공공 부문이 일부 흡수해줘야 한다"면서 "구조적으로 계속 오르는 비용은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속도 조절을 하면서 서서히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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