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애쓰모글루 "불평등·기후변화로 경제에 국가 개입 늘어날 것"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 책으로 알려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이자 미국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는 8일 "우리는 경제에 있어 국가 개입이 늘어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성장 시대에 국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글로벌화로 인한 불평등과 경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견고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세계 존립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녹색 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인프라 건설, 탄소세, 오염 규제 등 정부가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서인 '좁은 회랑'을 인용하면서 "국가 개입이 커지는 만큼 사회가 더 강력하게 민주주의에 참여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도화되는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당히 빠른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로봇과 자동화, 디지털 기술, 세계 교역 시스템 등을 잘 활용해 노동집약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물론 대기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재벌의 역할을 크게 감소했다"며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에서 폭넓은 경제 주체를 기반으로 하는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한국 사회에 문제점으로는 '정치 분열'을 꼽으면서 "이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신뢰는 사회공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독재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왔고, 이 과정에서 시민운동,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활발한 민주주의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며 "때때로 부패나 권력 남용의 문제가 있지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간 갈등 격화와 러시아의 위협 등을 제시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중국은 부상하고 러시아는 쇠퇴하는 권력"이라며 "러시아는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글로벌 평화를 위협하면서 분쟁을 일으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중국 정부는 서방과의 충돌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대담하게 나오면서 반서방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같은 중립국에는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냉전과 현재 신냉전의 차이는 단순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흑백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구소련과 달리 특정 기술에 대해 분명한 리더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기후변화, 팬데믹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재 국제기구의 자율성과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강력하고 자율적인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더 자율적이어야 하고,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국가 간 조율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이런 기구들이 없지만 중국이 완고하게 반대할 것이고 미국도 못지않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에 국제협력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너무 높고, 이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방해하고 있다"며 "천연가스는 결코 풍력, 태양력, 지열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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