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디올·포르쉐도 '픽'...팝업스토어 격전지 성수동, 인기몰이 언제까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난 26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일대의 골목길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카페, 베이커리, 다이닝바 등 각종 F&B 매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적한 일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유명 음식점 앞이나 즉석사진관 앞은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줄이 늘어서 있었고, 오래된 공장을 개조한 대형 카페 안은 앉을 자리를 찾는 고객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성수동 상권의 특징은 무엇보다 팝업스토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팝업스토어는 단기간 운영하다 문을 닫는 임시 매장인 만큼 짧은 시간에 입소문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주로 들어선다. 팝업스토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일대에서 가장 관심이 쏟아지는 팝업스토어는 '디올성수'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의 부티크를 재현한 이 매장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로 줄이 늘어져 있었다. 이 앞에서는 한국어 못지않게 중국어나 일본어도 많이 들렸다. 갤러리와 카페가 결합한 포르쉐의 팝업스토어, '포르쉐 나우 성수'도 이 동네에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각종 식품, 패션브랜드들이 성수동에 팝업을 여닫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지난해 4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팝업 스토어 시장의 격전지로 떠오른 곳은 단연 성수를 꼽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주요 가두상권의 유동 인구는 2019년 대비 2022년 약 26% 감소했지만, 성수는 오히려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성수는 신선한 콘텐츠를 찾는 MZ세대의 유입이 특히 두드러져, IT기업 메타부터 명품 브랜드 디올까지 다양한 업종이 이들을 타깃으로 성수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며 "이렇다 보니 성수에는 팝업스토어 전용 임대 공간도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람이 몰리면 공간의 가격도 오른다. 명동 등 몇몇 상권은 코로나19로 초토화됐다가 최근 다시 살아난다지만, 성수동은 팬데믹과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당 3만5900원이던 뚝섬(성수) 상권의 임대료는 2022년 4분기 4만3800원으로 22% 넘게 상승했다. 빈 가게도 거의 없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 이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에 불과하다. 서울 평균(9.1%)을 한참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신사역(10.1%), 강남대로(10.8%), 홍대/합정(12.2%), 광화문(17.2%) 등 다른 주요 상권과 견줘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때 홍대 앞,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도 성수동 못지않은 번성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명사가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들로 인해 상권이 성장했는데,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임대료가 높아지자 오히려 이들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애초 고객들의 눈을 끈 매장들은 없어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만 즐비해지면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들은 해당 상권을 버리고 다른 '힙한' 동네를 찾아 떠나가 지역이 썰렁해진다.

성수동이 앞선 핫플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성동구는 최근 임대료 안정,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계획'을 내놨다.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킬 수 있게 프랜차이즈 신규 입점을 제한할 예정이다. 성동구는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최근 내놓은 계획은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2'인 셈이다. 서울숲 주변으로 펼친 정책을 성수역 주변과 연무장길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 지역주민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