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무역적자, 3~4월 中시장 관건…"이르면 하반기 회복"

[세종=뉴시스]이승주 손차민 기자 = 지난달 수출과 무역수지는 전월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1~2월 착시효과일 뿐, 회복 국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동절기 에너지 수입 증가와 반도체 수출 악화가 겹치며 무역수지는 1년째 적자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구체적인 회복 시점은 우리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과 중국 시장의 3~4월 실적이 관건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501억 달러(약 66조3825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전환한 뒤 5개월 째 마이너스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554억 달러(약 73조4050억원)를 기록했다.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더 악화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53억 달러(약 7조225억원)로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월과 비교하면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는 점이다. 수출은 전월(463억 달러) 대비 약 40억 달러 증가하면서 월 수출 규모 500억 달러 대를 회복했다. 무역수지도 적자폭이 1월(127억 달러)의 절반 미만 수준으로 축소됐다.

산업부는 1월 대비 수출이 소폭 개선됐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감소한 이유가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1.1% 증가하면서 역대 2월 중 최고 실적(541억6000만 달러)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이번 무역수지 적자가 동절기를 지나면서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번 무역수지 적자가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긴 수입 증가로 인한 것도 있는 만큼, 동절기가 지나면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면서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지난달 수출은 여전히 침체 상태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전월과 비교하면) 좋아 보일 수는 있어도 반등이 시작되는 수준이라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1월에 설 연휴가 있다 보니 조업 일수 자체가 줄어 (통계상)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 단순히 1~2월 수치 만으로 비교해서 회복 수준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3월에도 좋아진다면 그 때는 회복 국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뚜렷하게 그런 조짐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반도체 악화가 키웠다. 품목별로 자동차는 역대 모든 월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42.5%(44억 달러)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29.1% 감소세에서 지난 1월 44.5%로 확대된 뒤 지난달에도 40%대를 이어갔다.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내 수출비중이 큰 D램과 NAND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 가격은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수출 호조세에 미국(16.2%)에서는 선전한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98억8000만 달러(약 13조91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2% 감소했다.

전세계 국가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로 중국에서 수출량 감소를 겪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단가 하락까지 겹치자, 우리나라 중국 수출 실적은 더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우리 수출 회복세에 반도체 업황과 중국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관건이다.

구 교수는 "대중국 수출의 관건은 반도체다. 홍콩 경유하는 물량까지 포함 우리나라 반도체의 55%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데 물량보다 최근 가격이 워낙 떨어진 게 문제"라며 "중국이 리오프닝(경제재개)을 실시하며 회복 국면을 보이는 만큼 그 시점이 우리 수출 회복을 앞당기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분분했다.

김 교수는 "상반기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자가 계속될 수 있다"며 "다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면, 중국 내 수요가 늘어나고 이것이 우리 무역적자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중국은 앞선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현재 재고가 많이 쌓여있는 상태다. 이것들이 소진되고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때 우리 수출도 회복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지금은 생산을 재개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기대하긴 이르다. 완전한 흑자를 이루는 시점으로 내년을 보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본다면 하반기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확한 시점을 가늠하려면 우선 오는 3~4월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우리 수출의 문제는 중국과 반도체 이슈가 겹쳤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이야 오르내림 사이클이 원래 심하고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수출 적자가 계속되는 점이 문제"라며 "현재 중국이 리오프닝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혹은 구조적인 현상인지 3~4월 실적을 보며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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