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구로다 "금융완화 성공적…출구전략 시기상조"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10년 간의 대규모 금융 완화를 되돌아보며 "일본 경제의 잠재적인 힘이 충분히 발휘됐다. 그런 의미에서는 금융 완화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일 현지 공영 NHK,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도쿄(東京) 일본은행 본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날 회견은 9~10일 열린 금융정책 결정회의 결과 설명을 위한 자리다. 회의에선 대규모 금융 완화 유지가 결정됐다.

구로다 총재는 내달 4월8일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번 결정회의가 마지막이었다. 회의 후 실시하는 기자회견도 이날이 마지막이다.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10년 간의 대규모 금융완화는 "경제·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여성과 고령자를 중심으로 고용이 400만 명 늘었다. 베이스업(기본급 일률 상승)이 부활했다"고 사례를 들어 성과를 자랑했다.

일본 경기에 대해서는 "높은 자원 가격의 영향 등을 받으면서도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과 정부가 내세운 2% 물가 안정 목표는 그의 임기 중 실현되지 않았다. 구로다 총재는 "지속적, 안정적인 실현에 도달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2% 물가 목표를 위해 금융 정책을 실시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른바 부작용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대응을 취하고 있다. 그 부작용보다도 금융 완화의 경제에 대한 플러스(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완화 출구 전략에 대해서는 "출구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점에서 2023년이라던가 2024년 단계에서 출구가 된다던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일본은행) 총재, 부총재 아래에서 그런 상황(출구전략이 가능한 환경)이 됐을 때 적절한 출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10일 일본 국회는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71) 차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의 임명 동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구로다 총재 임기 만료일 하루 뒤인 4월9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구로다 총재는 우에다 차기 총재에 대해 "옛날부터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최근 금융연구소 특별고문으로서 컴퍼런스 등 여러 곳에서 (함께)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학자가 이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으로서의 경험도 포함해 중앙은행 실무에도 정통하다. 조직을 정리하고 일본은행의 사명인 물가 안정과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수완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아울러 "지난 10년 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는지 묻는다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은 구체적으로 정책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의장인 나의 제안을 기본적으로 찬성해줘서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완화·기동적 재정운영·성장전략이 핵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에 과도한 부담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가지 일이 이뤄졌고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영향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꽤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3개의 화살을 진행한 것 자체는 옳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3월 취임했던 구로다 총재는 2% 물가 목표를 내걸고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해,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했다. 2016년 1월에는 일본은행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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