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탁주값 오를라…정부, 물가연동 주세 4년 만에 또 손본다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세금인 주세를 매기는 방식을 바꿀 예정이다. 지난 2020년 수입산 맥주와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물가와 연동해 매년 주세를 산정하도록 개정한 이후 불과 4년 만이다. 지난해 5%대 고물가로 올해 맥주와 막걸리 등에 붙는 세금이 인상되고, 업계에서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자 이 같은 세율 산정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와 물가연동을 폐지하는 주세법 개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0일 맥주·탁주의 종량세와 관련해 "물가연동 부분을 유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 연구용역 등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당초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는 제조원가에 일정 세율로 과세하는 종가세였다. 그러나 수입맥주보다 오히려 높은 세금을 내면서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주류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019년 논의를 진행해 2020년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했다.

주세법 개정 당시 주세를 전년도 물가와 연동하되 전년도 물가상승률의 70~130% 범위에서 정부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 당시와 달라진 물가가 수준이 문제가 됐다. 2019년과 2020년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0.4%, 0.5%였다. 그런데 2021년부터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1년 2.5%, 작년에는 5.1%로 치솟았다.

기재부는 2021년 세율을 정할 때는 전년도 물가 2.5%를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해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 재량의 최대치를 발휘해 지난해 물가상승률 5.1%의 70%인 3.57% 세율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4월1일부터 맥주는 ℓ당 30.5원 오른 885.7원, 탁주는 1.5원 오른 44.4원의 세금이 붙게 됐다.

가뜩이나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세까지 오르자 업계에서는 이를 빌미로 가격 인상 움직임이 감지됐다. 고물가 속 서민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일자 4년 만에 물가연동을 해제하는 제도 개편에 착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 세율을 주세법에 고정시키는 방식이 거론된다.

주세법이 개정된다면 담배세와 마찬가지로 현재 종량세 방식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1ℓ당 세금을 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담배소비세는 현재 담배사업법상 궐련 세율을 20개비당 1007원으로 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류에 대한 세율을 고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교정과세 성격을 띠는 주류세 취지와도 맞지 않고, 물가가 상승할 경우 사실상 주류 등에 대한 세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으로 정할 경우 한 번 세율을 정하고 나면 다시 세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담배소비세 등 담배에 붙는 세금의 경우 2015년 이후 9년째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담배가격 4500원에 익숙해지니, 더 이상 비싼 담배가 아니게 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정도로는 계속 올리자는 논의였던 것인데, 이를 다시 물가를 이유로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류가격이 주세를 기반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가격 인상) 소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물가 안정차원에서는 맞지 않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세금 수준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을 개정할 경우 이르면 올해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다.다만 최근 들어서야 관련 내용 검토에 착수한 만큼 연구 용역 등에 시간이 걸릴 경우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