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털기에 '벤츠 E클래스'까지 등장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르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각종 할인에 경품까지 주며 미분양을 피하려 애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 엄궁동 '더샵 리오몬트'는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닷새간 청약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벤츠 E클래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60% 무이자 대출 조건도 제시했다.

경기 광명시 '트라우스 광명'은 신규 계약시 24K 황금열쇠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견본주택에 방문하면 제주도 여행권과 로또 복권도 준다.

광명 뉴타운에 자리한 이 단지는 지난해 고분양가 문제로 청약 경쟁률이 저조해 선착순 계약(줍줍)을 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 무순위 청약으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 '구미상모 e편한세상 트리베뉴'는 중도금 전액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시공에 방문 고객에게 제주도여행 상품권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들어서는 '대명자이그랜드시티'도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중도금 60%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시공,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내걸었다.

대구에서는 '시지라온프라이빗' '빌리브헤리티지' 등이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물량을 할인 분양하는 것을 놓고 제값을 낸 수분양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아파트단지들이 각종 청약 혜택에 경품까지 내건 것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서울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서울이 105.8대 1을 기록한 반면, 지방은 1.46대 1로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미분양 물량도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2129가구이나 수도권은 1만4761가구, 지방은 5만7368가구로 지방 미분양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경우 수도권이 2424가구, 지방이 1만806가구였다.

다만 지방에서도 입지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단지가 청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범어아이파크'가 1순위 평균 15.3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전주 송천동2가 '에코시티 더샵 4차'는 1순위 경쟁률이 191.21대 1로 집계된 게 대표적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지방 아파트에도 양극화가 나타난다"며 "적체된 미분양이나 지역 경제 여건에 따라서 지방광역시도 다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 부동산을 하나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구분해서 봐야 한다. 바야흐로 각개전투시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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