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CoinNess
  • 20.11.02
  • 8
  • 0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채소나 식물 재배를 통해 신체, 심리, 정서적 상처를 회복하고, 안정을 취하는 '치유농업'이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조현병 환자·우울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식물 재배 활동을 중심으로 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의료기관에서 실증한 결과, 기존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이번 실증은 조현병 환자·우울증 고위험군 170여명을 대상으로 2023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북 마음사랑병원, 신세계병원 등에서 실시됐다.

연구진은 참여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쪽은 기존 약물 치료 중심의 병의원 치료만 진행하고 다른 한쪽은 기존 치료와 더불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주 1회씩 총 10~12회 병행했다.

특히 연구진은 조현병 환자군과 우울증 고위험군에게 치유농업 프로그램으로 각각 '긍정심리모형 프로그램'과 '인지행동전략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긍정심리모형 프로그램'은 식물의 재배와 관리를 통해 몰입과 성취를 경험하고,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씨앗을 파종하며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돌아보고, 잘린 허브를 삽목하는 과정에서는 상처 받은 자신도 다시 뿌리내릴 수 있다는 회복 가능성을 인식하게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텃밭을 함께 가꾸며 타인과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허브차 만들기나 꽃장식, 가든파티와 같은 수확 및 활용 활동에서는 성취감과 감사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증 결과, 치유농업을 병행한 조현병 환자군은 기존 치료만 받은 환자군에 비해 음성증상(감정표현 감소, 무의욕, 사회적 위축 등)이 21.72점에서 19.66점으로 10% 감소했다. 우울감, 불안, 수면장애 등 일반정신병리증상도 46.61점에서 37.86점으로 23% 낮아졌다.


조현병 환자들이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환각, 망상, 비논리적 사고 등 양성 증상은 22.5점에서 19.5점으로 13% 감소했다.

음성 증상도 22.3점에서 19.5점으로 13% 줄었고, 일반정신병리증상은 46.6점에서 41.0점으로 12% 떨어졌다. 반대로 심장 안정도와 자율신경 활성도는 각각 12%, 13% 향상했다.

우울증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한 '인지행동 전략 프로그램'은 파종과 수확, 수확 후 활용에 이르는 식물생애주기를 사용자 삶에 연계해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나는 못해'라는 부정적 사고를 씨앗의 성장 과정과 연결해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우울 고위험군의 우울감은 적용 전과 후 각각 33.9점에서 23.9점으로 30% 차이가 났다. 심한 우울단계에서 중한 단계로 우울이 한 단계 개선됐고, 대인관계 요인이 사전 6.9에서 사후 3.6으로 48% 줄었다.

감정 안정과 내면 성찰 능력 향상을 보여주는 상대적 세타파(RT)는 29% 증가했고,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나타내는 상대적 알파파(RA)도 18% 늘었다.

이외에도 농진청은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입회한 가운데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실제 의료수가를 청구해 치유농업의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청구한 의료수가는 '작업과 오락요법', '지지 표현적 집단정신치료' 항목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아직 치유농업 단독으로는 수가를 적용하는 코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오락요법 등 수가를 받는 항목들과 병행하며 수가를 받아내고 있지만, 이번 실증 결과가 단독 수가 적용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달부터 전북도 내 정신건강 증진기관 9곳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별도로 전국 4개 권역, 정신건강 증진기관 10곳과 8개 치유농업시설이 연계된 맞춤형 현장 실용화 사업을 추진한다.

농진청은 이 연계 상호협력모형(모델)을 전체 정신의료기관으로 확산한다면, 2028년에는 약 23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이번 연구는 치유농업이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비약물 치료 방법의 하나로 적용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데 의미가 있다"며 "치유농업이 약물 치료 보조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 구명 연구와 제도화, 산업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kakao talk
퍼머링크



댓글 0

추천+댓글 한마디가 작성자에게 힘이 됩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전국 휴대폰성지] 대한민국 TOP 성지들만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