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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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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현 기자 = 1990년대만 하더라도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아 제패 직전까지 갔다. 비록 후반에 무너졌지만 이제는 당당히 아시아 강호 가운데 한 팀이 됐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6일 인도 나비 뭄바이의 DY 파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전반 26분 최유리, 전반 추가시간 지소연의 연속골로 앞서갔지만 후반에 3실점하면서 중국에 2-3으로 역전패했다.

한국 여자축구가 아시아 제패 일보 직전에서 다시 한번 만리장성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전혀 실망할 성적은 아니다. 사상 첫 대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오히려 32년만에 차근차근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젠 그 어느 팀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 30여년전의 낙후된 인식, 시작은 미미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축구를 한다는 것은 불과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한마디로 "여자가 무슨 축구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KBS에서 1989년에 방영한 국산 애니메이션 '천방지축 하니'에서도 당시 인식을 잘 알 수 있다. 주인공 하니가 축구부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말괄량이가 생떼를 부리는 것쯤으로 치부됐다. 하니가 축구부에 들고 싶어하자 남자주인공의 첫 마디가 바로 "넌 여자잖아"였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여자축구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 됐다.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축구팀인 중앙여중 축구부가 창단됐고 1949년에는 전국여자체육대회에서 무학여중, 중앙여중, 명성여중 등 3개 팀이 출전한 국내 첫 여자축구경기가 개최됐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한국여자축구의 명맥은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다. 1973년 여자축구 경기가 남자고교축구 결승전 직전에 열렸고 1985년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여자축구단이 발족되긴 했지만 1990년 최초의 대표팀이 탄생하기까지 여자축구의 공백은 40년 동안 이어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여자대표팀을 만든 것도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계기가 됐다. 1990년대부터 여자축구가 세계적으로 활성화됐고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통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요청으로 대표팀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축구 훈련을 받은 선수가 없었기에 다른 종목 선수들로 급조됐다.

당연히 전력은 약했다. 대표팀의 첫 공식 경기인 일본전에서 1-13으로 대패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홍콩에 1-0으로 이긴 것을 제외하고는 전패했다.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낙후됐고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 2000년대 들어 본격 도약, 황금세대의 탄생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팀이 1991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1세대 선수'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한국여자축구가 서서히 아시아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1년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창립되면서 여자축구의 체계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2003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WK리그가 시작되면서 셩인 여자축구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후 한국여자축구에서 황금세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을 중심으로 3위에 올랐고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여민지를 앞세워 일본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IFA 주최 대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첫 우승이었다.

황금세대의 탄생으로 한국여자축구 역시 세계 최정상권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캐나다에서 열린 2015 FIFA 여자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여자축구는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여자 월드컵 4회 출전 및 3회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까지 썼다.

◆ 아직 남은 과제, 올림픽과 확실한 전력 우위

아직 한국 여자축구의 갈길은 멀다. 일단 한국 여자축구는 아직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은 4번째 출전하긴 했지만 이보다 더 좁은 문인 올림픽 본선 진출은 이뤄내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권에서 확실한 전력 우위를 점해야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중국, 호주가 한국과 함께 4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은 아직 이들에 비해 전력상 열세다.

또 국제대회 무대에서 사라진 북한이 복귀한다면 강적이 하나 더 늘어난다.

아직까지 한국여자축구가 아시아권에서 3, 4위 정도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한국여자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차례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만 따내는데 그쳤다.

아시아권에서 일본, 중국, 호주 그리고 북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장기 투자로 지소연, 여민지, 김정미, 조소현 같은 선수가 탄생했다. 이들의 현역 생활은 그리 길지 않다.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황금세대를 만들어내야만 한국 여자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

한건수 대구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한국융합학회논문지를 통해 발표한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와 발전과정: 미국 여자축구와의 비교' 논문을 통해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 근간이 되는 학교 여자축구부의 발전을 위한 법적 토대 마련과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적은 인원으로 WK리그와 모든 아마추어 대회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행정지원인력 충원 및 개편이 필요하며 여자축구연맹을 대한축구협회에서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 협약을 맺은 신세계그룹이 2024년까지 여자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과 여자 축구 저변 확대 등을 위해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예로 들어 기업 후원과 협회의 적절한 예산 분배도 요구했다.

여자 아시안컵 준우승은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출발점이 돼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tank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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