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로는 피했지만…한국, '타자' 오타니를 만난다[2023 WBC]

[도쿄=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한일전에서 마운드 위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를 상대하는 것은 피했다. 하지만 한국 투수진은 '타자' 오타니를 상대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3 WBC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한국은 지난 9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 7-8로 충격패를 당해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숙적' 일본을 꺾어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일본은 첫 경기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중국을 8-1로 물리친 뒤 한국과 만난다.

승리가 절실한 한국은 한일전에서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손꼽히는 오타니를 만난다.

불행 중 다행으로 '투수' 오타니는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전날 중국과의 첫 경기에 오타니를 선발 투수로 투입했으며, 이날 한국과의 대결에서는 베테랑 빅리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한국은 마운드 위의 오타니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다.

당시 오타니는 한국과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뽑아내며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였다.

한국과의 준결승에도 선발로 나선 오타니는 7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주고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삼진은 무려 11개를 솎아냈다.

하지만 한국 투수진은 '타자' 오타니를 마주한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을 이어가고 있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2021년 투수로 23경기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로 158경기에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26도루 1003득점으로 활약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MLB 전체 홈런에서도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오타니는 투수로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고, 타자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의 성적을 냈다. MLB 사상 최초로 규정이닝(162이닝)과 규정타석(502타석)을 동시에 충족했다.

지난 9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투수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투수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고, 쾌조의 타격감도 뽐냈다.

오타니는 4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일본 타선은 중국 투수진이 볼넷을 남발하면서 얻은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고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는데, 오타니가 물꼬를 텄다.

오타니는 일본이 1-0 리드를 유지하던 4회말 1사 1, 3루의 찬스에서 상대 투수 왕웨이이의 3구째 낮은 싱커를 걷어올려 좌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했다.

배트 끝에 공이 걸렸지만 큼지막한 타구로 연결했다. '타자' 오타니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오타니는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서도 우전 안타를 뽑아내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놨다. 일본은 8회 타자 일순하며 대거 4점을 뽑았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56홈런을 날린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는 중국전에서 4번 타자로 나섰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5번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도 역시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국 투수진에게는 '타자' 오타니가 가장 큰 경계대상인 셈이다.

오타니는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타격감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한껏 드러냈다. 그는 중국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내일도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다르빗슈 선배가 선발 투수로 나서는데 좋은 흐름을 이어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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