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亞쿼터 MVP?' 알바노, 이정현 한 수 지도…감독은 강상재 지지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아시아쿼터(일본·필리핀 국적 선수) 신분의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이 탄생할 수 있을까.

원주 DB의 필리핀 출신 이선 알바노가 국내선수 평균 득점 1위 이정현(소노)과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국내선수 MVP 경쟁에서 한걸음 앞섰다. KBL 규정상 알바노는 국내선수 신분으로 MVP 수상 자격이 있다. 외국인선수 MVP는 별도로 수상한다.

알바노는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44분12초를 뛰며 33점 12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DB의 86-84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3경기 연속으로 30점 이상을 몰아쳤던 이정현은 15점 7어시스트에 그쳤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DB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소노(8위)의 대결은 승패보다 MVP 경쟁자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DB의 알바노, 강상재, 소노의 이정현이 MVP 후보군으로 평가받는다.

알바노, 강상재는 정규리그 1위라는 프리미엄에 정상급 개인 기록을 겸비했다.

우선 전 경기(53경기)에 출전한 알바노는 평균 15.9점 6.7어시스트 3리바운드 1.5스틸을 올리며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시스트 부문 전체 1위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도 맡아 정규리그의 1위의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이정현은 상징적인 '국내선수 평균 20득점 이상'의 개인 기록을 바탕으로 MVP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43경기에서 평균 22.4점 6.6어시스트 3.3리바운드 1.9스틸을 올렸다.

국내선수가 정규리그 평균 20점 이상을 올린 건 2010~2011시즌 문태영(22.04점) 이후 13년 만이다. 국내선수 드래프트 출신으로 한정하면 2007~2008시즌 방성윤(22.09점) 이후 처음이다.

팀 성적이 부진하지만 평균 20점 이상을 올리며 국내선수로는 역대로 봐도 손꼽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과거 6강 플레이오프 탈락에도 MVP가 나온 전례가 있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표심에 영향을 적잖게 주는 정규리그 막판 대결에서 알바노가 완승을 거뒀다.

특히 분업화가 잘 된 DB에서 뛰는 알바노가 이번 대결을 통해 자유로운 공격 롤이 주어질 경우, 얼마나 파괴적인 수치를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했다. 게다가 DB는 주축 선수들을 빼고 경기를 치렀다.

'하위권 팀에서 많은 공격 횟수를 가져감에 따라 자연스레 개인 기록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정현의 상대적 약점을 부각한 장면이기도 하다.

최근 결장하고 있는 강상재는 50경기에서 평균 14점 6.3리바운드 4.3어시스트 0.9스틸을 기록했다.

득점력과 기동력, 패스 능력을 겸비해 공격에서 날개를 달게 했다. 200㎝의 높이에서 챙기는 리바운드도 쏠쏠했다.

데뷔 후 최고 활약이다. 또 주장으로 코트 밖에서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김주성 DB 감독은 '집안싸움' 구도가 된 MVP 수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강상재 지지를 선언했다.

시즌 막판 이정현의 주가가 치솟자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통해 표를 한 곳으로 모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도 이례적이다. 소속팀 선수들의 경쟁 구도에서 특정 한 선수가 수상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거의 없었다. 자칫 편애로 비춰져 팀 내 불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알바노가 아시아쿼터 신분이기 때문에 '순수' 국내선수의 범위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한다. 또 강상재가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신분을 얻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있다.

김주성 감독의 단일화 시도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MVP는 알바노, 강상재, 이정현의 3파전 흐름이다.

정규리그 MVP는 기자단 투표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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