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부 끝 승리' 신유빈 "안도감의 눈물, 결승행 기대하세요"[파리2024]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섰다가 동점으로 따라잡혔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듀스까지 갔다. 신유빈(8위·대한항공)은 승리를 확정한 후 안도감에 눈물을 쏟아냈다.

신유빈은 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히라노 미우(13위·일본)를 게임 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로 꺾은 뒤 "동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는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드디어 '이 경기가 끝났다'는 안도감의 눈물이었다"고 밝혔다.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호흡을 맞춘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신유빈은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향해 전진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것은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메달) 이후 20년 만이다.

명승부였지만, 게임 스코어 3-0까지 앞서다가 따라잡힌 신유빈에게는 어려운 경기였다.

1게임을 11-4로 가볍게 가져온 신유빈은 2, 3게임을 내리 따내면서 완전히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4~6게임을 연달아 헌납하면서 동점으로 따라잡혔다. 마지막 7게임에서는 9-10으로 뒤지면서 상대에 매치포인트를 내주기도 했다.

1점만 내주면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에 신유빈은 마음을 다잡으며 승부를 듀스로 몰고갔고, 12-11로 앞섰다. 상대의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면서 신유빈의 승리가 확정됐다.

신유빈은 "게임 스코어 3-3으로 따라잡혔을 때 힘들다는 생각 뿐이었다. 중간중간 팔에 힘이 빠져 제대로 된 공을 보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섰을 때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고 오더라. 나도 몸이 굳는 것을 느꼈고, 흐름을 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공격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히라노는 나의 리시브를 막으려고 했던 것 같다. 동점으로 따라잡히고는 무조건 직진으로 뚫어야한다는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떠올렸다.

'마지막 게임에서 9-10으로 뒤졌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신유빈은 "올림픽에 온 이후로 내가 이전에 포인트를 어떻게 땄는지 기억이 잘 안나더라. 그때 상대가 어디로 공을 보낼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승리는 신유빈에게 설욕전이기도 했다.

신유빈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전에서 히라노에 게임 스코어 1-3으로 패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8강전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워낙 실력이 좋은 선수라 끝까지 내가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경기를 잘 풀어간 나에게도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20년 만에 4강에 오른 사실을 몰랐다는 신유빈은 "한 경기씩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경기도 잘 쉬고, 잘 먹으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신유빈은 4강전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단식,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며 2관왕에 오른 세계랭킹 4위 천멍(중국)이다.

천멍과는 한 번 맞대결했는데 패배했다. 올해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단식 8강전에서 게임 스코어 1-4로 졌다.

어려운 상대지만, 천멍을 넘어서면 신유빈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 무대를 밟는다.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말에 신유빈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기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강에 올라온 것도 영광이다.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국내에서는 신유빈이 경기 도중 체력 보충을 위해 바나나, 젤리 등을 먹는 모습이 화제다.

신유빈은 "바나나랑 젤리를 안 먹었다면 오늘 7게임까지 못 했을 것이다. 체력이 소진돼서 중간중간 힘이 풀리더라"며 "젤리와 빨간 물은 무엇인지 비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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