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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생애 첫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를 향한 열망을 담아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냈다. KS행을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강민호는 19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쏠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홈런을 쏘아 올렸다.

0의 행진이 계속되던 8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한 강민호는 볼 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LG 구원 손주영의 5구째 높은 직구를 통타했다. 그대로 쭉 뻗어나간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전날까지 이번 PO 3경기에서 타율 0.182(11타수 2안타)에 그쳤던 강민호가 날린 결정적 홈런이었다.

강민호의 대포로 0의 균형을 깨고 리드를 가져온 삼성은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PO 1, 2차전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잡아내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KS 진출에 성공했다. 삼성이 KS에 오른 건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강민호에겐 더욱 감격적인 KS행이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강민호는 지난해까지 20년을 프로에서 뛰면서 KS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로 나서면서도 정규시즌에만 2369경기를 소화하는 꾸준함을 보여줬지만, KS는 좀처럼 닿지 않았다. 어느새 KS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 중 최다 경기 출전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까지 얻게 됐다.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롯데 소속이던 2011년과 2012년, 삼성 이적 후인 2021년 등 세 차례 PO를 뛰었지만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KS 바로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올해는 그에게 네 번째 PO 무대다.

선수로는 사실상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강민호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기 전부터 KS 진출에 대한 염원을 숨기지 않았다. 동료들도 "민호 형을 위해 KS에 가야한다"며 더욱 의지를 다지곤 했다.

3차전까지 타석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던 강민호는 이날 도루자도 2개를 잡아내 LG의 흐름을 끊었다. 1회 무사 1루에서 2루를 노리던 홍창기를 정확한 송구로 돌려보냈고, 2회 1사 1루에서도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오지환을 2루에서 잡아냈다.

그리고 팽팽한 흐름이 계속되던 8회 천금 같은 홈런을 터뜨려 KS로 가는 문을 직접 열어 젖혔다.

21년 만에 '꿈의 무대'에 서는 강민호는 21일부터 KIA 타이거즈와의 KS에서 '우승'이라는 최후의 목표에 도전한다.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살짝 울컥했다"며 "(KS행이 결정된 후 하는) 이 인터뷰를 진짜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기회가 온 거 같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후회 없이 싸워보겠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승부를 가른 홈런 상황을 떠올리고는 숨은 에피소드를 풀어놨다. "3볼-1스트라이크에서 내가 칠 수 있는 카운트라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 사실 (벤치에서) 웨이팅 사인이 났는데 못보고 쳤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타석에서 화끈한 홈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남은 경기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홈런 치자마자 내가 너무 들뜬 게 느껴져서 라커룸에 들어가서 혼자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며 "들뜨면 안 된단 생각에 진정하려고 했다. 냉정하려고 했고, 남은 아웃카운트 6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KS행을 위해 애써준 후배들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정말 후배들에게 고맙다. 1, 2차전을 이기고 3차전을 졌는데 후배들이 나에게 와서 '형이 끝내달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더라. '나는 수비해야 한다. 너희가 쳐줘'라고 했었다"며 웃은 강민호는 "결과적으로 오늘은 내가 치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투수들에게도 고맙긴 마찬가지다. "투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PO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고개 흔드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며 "(오늘 선발인) 레예스도 흔들었는데 내가 계속 고집해서 사인을 내서 병살타를 잡고, 뜬공을 잡았다"며 자신을 잘 따라준 투수들에게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공부를 많이 해서 투수들에게 더 믿음을 주도록 하겠다"고 든든한 안방마님의 면모를 모였다.


'왕좌'를 노리는 삼성은 KS에서 정규시즌 1위 KIA를 넘어서야 한다.

강민호는 올 시즌 KIA를 떠올리며 "강팀이다. 타선 짜임새도 좋고, 투수도 좋다"면서도 "LG도 까다로운 타선이었는데 흐름을 끊으면 점수가 안 나는 게 야구라고 생각한다. 흐름만 가져오면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절친한 선배인 KIA 최형우와는 '적'으로 재회한다.

강민호는 "휴대폰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최형우에게) 연락이 와있을 것 같다. 형우 형과 멋진 승부를 하고 싶다. 형이 너무 자신만만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인생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농담 속에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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