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올림픽 특수 실종…"관심 뚝, 마음으로만 응원"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도쿄 올림픽이요? 코로나19 때문에 삶이 팍팍해져서 안 챙겨보게 되네요. 마음으로만 태극전사들 응원하려고요."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23일 개막했지만, '세계인의 축제'로 여겨졌던 역대 올림픽과 달리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확진자는 날로 늘어났고,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사실상 '외출금지령'이 내려지면서 1년 더 기다린 올림픽을 예전처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오후 6시부터는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삼삼오오 모인 응원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도쿄올림픽 지도 독도 표기 논란으로 '올림픽 보이콧'이 언급돼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던 데다 팬들이 많은 야구에서 선수들의 방역위반 문제가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날로 깊어져만 갔다. 대형 스크린에서 다같이 모여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던 '올림픽 특수'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33)씨는 30여개의 테이블이 있는 매장을 둘러보며 "올림픽 기간이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차이를 못 느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4단계로 저녁에는 2명밖에 못 모이니까 응원전 같은 건 없다. 오늘 저녁에 축구 경기가 있다는데 스크린에 경기를 켜놓긴 하겠지만 손님은 많이 없을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29)씨는 "축구 등 벌써 여러 경기가 있었지만 TV에 올림픽 경기 켜달라는 손님은 한 번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미리 자리 예약하는 전화도 오는데 예약을 받아본 지도 오래됐다"라고 전했다.

정씨는 "숨죽이며 같이 경기를 지켜보다 환호성 내질렀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모임 자체가 어렵고, 마스크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 지켜야하니까 더 그런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수원 호매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53)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예전에는 올림픽,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앞두고 치킨 주문이 밀려서 제 시간에 배달을 못할까 봐 걱정됐는데 지금은 방학과 휴가철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시켜먹는 정도지 올림픽 개막 이후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일 수가 없다보니 시민들도 올림픽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남양주에 사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원래는 '스포츠광'이라고 불릴 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올림픽도 양궁·배구·배드민턴 사격·펜싱·태권도·육상 등 대부분 종목을 챙겨봤는데 이번에는 거의 무관심 수준이다. 관련 뉴스나 좀 보고, 경기는 챙겨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코로나시국이라 다같이 모여서 응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보니 분위기가 안 난다. 예전처럼 친구들이랑 치킨집에서 대형스크린으로 경기 보면서 환호성도 지르고 했던 시간이 그립다"라고도 했다.

수원에 사는 홍모(31)씨는 "4년, 올해는 5년 동안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한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코로나로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먹고살기 힘든데 올림픽까지 챙겨보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 거둬 국민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가 델타바이러스로 난리인데 축제를 여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라고 했다.

재택근무 중이라는 김포시민 이모(30·여)씨는 "예전에는 회사에서 TV 켜놓고 중요한 경기를 같이 본 뒤 퇴근해서 맥주 한잔 하곤 했는데 집에 혼자 있으니까 경기를 안 챙겨보게 된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들이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힘들게 운동하고 준비했을텐데, 도쿄에서 잘 하고 오라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중"이라며 "메달 색깔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들에게 좋은 결과, 자신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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