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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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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감독 노덕)를 쓴 진한새(38) 작가의 아내는 어릴 때 UFO(미확인비행물체)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모친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 발견했다고 기억했다.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진 작가는 "그게 어떻게 진짜냐"며 아내와 옥신각신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2020)으로 유명한 진 작가는 이 과정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겠다 여겼고, 최근 공개된 '글리치'를 썼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글리치'는 '도른자(돌은 자)의 드라마'로 통한다. '인간수업'을 함께 만든 윤신애 스튜디오329 대표와 다시 손 잡은 시리즈물. 이야기는 사라진 남자친구를 찾는 걸로 시작한다. 초반엔 외계인을 추적하는 SF 장르로 위장한다. 이내 사이비 종교를 좇는 미스터리극으로 변장하고, 마지막엔 지효(전여빈 분)와 '허보라'(나나 분)의 버디물로 종결된다.

값대위(태원석 분)·동현(이민구 분)·조필립(박원석 분)의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풍자·은유의 코믹 요소도 다분하다. SF의 집중력과 버디물의 활극을 이종교배하며 '미스터리 서클' 같은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진 작가는 "처음부터 어떤 장르를 특정해서 만들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끌고 들어와 적절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글리치'에서 어린이판 '인디아나 존스'로 통하는 '구니스'(1985·감독 리처드 도너), 슈퍼 8㎜ 카메라로 정체불명에 대한 진실을 포착한 여섯 아이들의 모험담인 '슈퍼 에이트'(2011·감독 J.J. 에이브럼스) 등을 떠올린다.

여러 장르와 소재가 엮이는 것과 관련 본인 역시 '구니스'를 떠올렸다는 진 작가는 "익숙한 현대를 배경으로 모험이 벌어지는 가운데, 엮이지 않을 거 같은 요소들을 섞었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이들이 '글리치'에서 여성 서사를 읽기도 한다. 지효와 보라가 맞붙은 장면들이 기존 버디물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활력들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지효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자친구의 행적을 좇다, 다시 보라를 만나게 된 후 그녀와 함께 좌충우돌한다. 그런데 관습화된 티격태격 형식의 버디물이 아닌 두 사람의 감정에 치우친다. 일각에서 이 시리즈를 퀴어물로 해석하는 이유다.

지효와 보라는 어릴 때 각각 다른 이유로 아웃사이더였는데 친구가 됐고 오해로 인해 멀어졌다. 지효는 건축사무소 정규직에 결혼까지 앞두고 있지만, 어릴 때 UFO를 본 후 환각에 시달린다. 버그가 발생해 전자기기 화면이 지직거리는 '글리치' 현상과 사라진 프로야구팀 '현대 유니콘스' 모자를 쓴 외계인이 그녀의 눈앞에 종종 나타난다. 어릴 때 UFO를 믿던 지효보다 더 UFO를 믿게 된 보라는 특정한 직업이 없이 유튜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진 작가는 "지효와 보라의 관계가 우정에서 시작한 건 맞는데 우정, 사랑 등으로 따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른 말로 관계를 대체하기 보다 그냥 '지효와 보라의 관계'였으면 했어요. 여성 서사를 이야기하기 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효와 보라는 성인이 됐지만, 시청자들이 그렇듯 그 안엔 미성숙함과 동심이 남아 있다. 이런 부분을 끄집어내고 싶었다는 진 작가는 "믿음이 이 사람 저 사람 옮겨 다니며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는 마음이다. 1996년 창단해 2008년 해체한 프로야구단인 현대 유니콘스의 이미지가 등장하는 건 "팬층이 두꺼웠고 일화가 많았던 팀이 잊힌 팀이 됐다는 자체가 쓸쓸한 감정과 맞닿아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래서 대학 전공으로 건축을 택했던 진 작가는 장면을 이미지 덩어리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문장의 구체적인 글맛에 대한 갈증도 스스로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글쓰기는 제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하는 수단"이라며 이 행위에 대한 애정을 가득 표했다. '글리치'를 쓴 이후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된 점은 있을까. "그걸 알게 됐으면 은퇴하지 않을까요. 하하."

진 작가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모래시계'(1995)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 '추적 60분' 진기웅 PD의 아들이다. 부모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특한 장르물로 본인만의 인장을 찍어온 그는 "다음은 하이틴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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