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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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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거장 재즈 피아니스트 아마드 자말이 별세했다. 신중하고 여유로운 여백의 연주 스타일로 수많은 후배 연주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전설의 미국 재즈 뮤지션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향년 92세.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자말은 전립선암으로 투병해오다 이날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국립 예술 재즈 마스터 기금 상, 그래미 평생 공로상,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 등을 받은 자말은 음악에서 공간을 존중하는 위엄 있는 접근법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자말이 10대이던 1940년대 중반 재즈계를 휩쓸던 비밥으로 알려진 복잡한 음악과 대조적이었다. 당시 버드 파월을 선봉으로 한 재즈 피아니스트들은 거침 없고 화려한 기교의 비밥을 연주했는데 자말은 다른 길을 택했고 그 역시 큰 영향력을 전파했다.

1930년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자말은 1942년부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겨우 14세의 나이에 음악가 노조에 가입했다. 아울러 바흐와 듀크 엘링턴, 모차르트와 아트 테이텀 등 클래식·재즈를 구분하지 않은 채 듣고 공부했다.

그런데 자말의 연주 스타일은 초기에 평단에서 좋은 평을 얻지 못했다. 느긋하고 접근하기 쉬운 연주법, 특히 침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재즈를 평하는 언론들은 "깊이감이 얕다"고 무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말의 연주법은 곧 재즈 풍경의 주요한 장면이 됐다. 허비 행콕, 키스 재럿 등이 자말을 본보기로 삼은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들이다. 또 거장 트럼펫 연주자 혹은 밴드 리더들도 자말을 높게 평가했다. 자말과 절친했던 데이비스는 그의 곡을 작곡·편곡 녹음했다. 자신의 밴드 멤버들을 데리고 자말의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제 모든 영감은 아마다 자말에게서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1950년 유명 재즈 클럽들이 가득한 시카고로 이주하면서 자말의 삶에 분기점이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프레데릭 러셀 존스라는 본명 대신 '아마드 자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동시에 피아노에 기타, 베이스를 아우르는 트리오 '스리 스트링스'를 이끌었다.

1955년 기타리스트 레이 크로포드, 베이시스트 이스라엘 크로스비와 함께 첫 정규 앨범 '아마드 자말 플레이스(Ahmad Jamal Plays)'를 녹음했다. 이듬해 음반사를 바꿔 다시 발매된 이 음반의 제목은 '뉴 재즈의 챔버 뮤직'이었다.

1958년 시카고 클럽에서 크로스비, 드러머 버넬 푸르니에와 함께 녹음한 트랙을 실은 음반 '앳 더 퍼싱: 벗 낫 포 미(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가 대표작이다. 이 음반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2년 이상 머물렀다. 재즈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이후 자말은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에 연간 3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생전 60여장의 앨범을 남겼다.

자말에 대한 예술인들의 애정은 재즈계를 뛰어넘었다. 미국 '영화 거장'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OST에 '벗 낫 포 미(But Not For Me)'에 실린 두 곡을 삽입했다.

힙합계도 자말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미국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드 라 솔(De La Soul)의 '스테이크스 이스 하이(Stakes Is High)'와 미국 동부 힙합의 전설 나스(Nas)의 '더 월드 이스 유어스(The World Is Yours)'를 포함 수십 곡들이 자말의 피아노 연주를 샘플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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