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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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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VIP 시사회 때 무대 인사를 17개관 돌았습니다. 극장에 사람이 모인 걸 보니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더라고요. 이제 할 맛이 나는구나 했어요."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배우 최민식(62)은 영화주의자다. 그가 17개관을 돌면서 관객에게 인사했다고 했을 때, 이어질 말은 힘들었다거나 다소 피곤했다는 얘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최민식은 활짝 웃으며 "너무 행복했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새 영화 '파묘'(2월22일 공개) 개봉일에 만난 그는 역시나 영화와 극장을 향한 애정을 쉼 없이 드러냈다. "극장은 고향집 같아요. 극장 카페트의 그 퀘퀘한 냄새가 정말 좋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게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영화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 게 아닌데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다시 극장에 걸리고 이렇게 다시 무대 인사도 하고요."


영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영화 안에서 그의 역할인 연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민식은 "자기 연기에 관해 언급하는 건 닭살 돋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환갑이 넘어서도 보여주는 연기 열정에 관해 "아직은 이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요. 아직은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전 아직도 하고 싶은 연기가 너무 많아요."

마치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 같은 말을 하는 이 대배우는 그의 말 그대로 '파묘'에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 오컬트 크리쳐물 정도로 얘기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이전에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장르물이다. 그가 할 수 없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도 귀신 앞에 선 최민식의 모습은 어쩐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겁주며 윽박지르는 최민식은 봤어도 겁에 질린 최민식은 본 적이 없다. 쉬지 않고 변하려 하는 최민식의 태도는 당연히 그가 하는 연기에서도 드러난다. 풍수사 '김상덕'을 맡은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대신 유해진·김고은·이도현 등 함께하는 배우들 속에 어우러진다. 최민식은 "벽돌, 딱 맞아 떨어지는 벽돌 한 장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저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외람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던 일도 이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안에 생각이 변하니까 제 연기도 변할 수 있다고 느끼는 거죠. 물론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은 없습니다. 제가 뭐 손오공도 아니고.(웃음) 하지만 제 삶이, 저라는 인간이 변하면 제가 표현하는 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그래서 제 자신에게 더 욕심이 생겨요."


최민식은 최근 신구·박근형·박정자 등이 나오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선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고 했다. "대기실 찾아가서 인사를 드릴 때 눈물을 꽉 참고 환하게 인사했어요.(웃음) 정말 대단하시더라고요.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 그 정확한 발음, 무대 위에서 움직임 그 모든 게 다 감동적이었어요." 최민식은 선배 배우들과 비교에는 손사래를 쳤다.

최민식의 연기에는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가 붙는다. 한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기에 그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특별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최대한 소박하게 표현하고 싶어했다. 물론 소박하게 들리긴 해도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 것보다 의미 있는 말로 들렸다. "저는 '쟤 참 오래한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정말 상투적인 말이지만 전 그냥 오랫동안 배우로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제 고등학교 동창들이 저한테 그래요. '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잖아. 넌 행복한 놈이야. 인상 쓰지마'라고요. 정말 맞는 말이에요. 친구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전 그냥 찌그러져 있는 거죠.(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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