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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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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이유(IU·이지은)는 콘서트 형식에서도 각운(脚韻)을 배려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의 콘서트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인 서울(IU H. E. R. WORLD TOUR CONCERT IN SEOUL)'이 증명했다.

아이유의 미니 6집 '더 위닝'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홀씨'가 처음과 끝을 딱딱 들어맞게 한 동시에 공연을 수미상관의 형식미로 만들었다. '홀씨'는 이날 공연의 첫 곡이자, 앵앵콜(공연이 끝난 뒤 아이유가 세트리스트 없이 팬덤 아이유와 자유롭게 노래하는 2차 앙코르) 전 앙코르 포함 세트리스트 마지막에 배치된 노래였다.

그런데 앞 '홀씨'는 하늘로부터 땅에 내려오는 홀씨, 뒤 '홀씨'는 하늘로 올라가는 홀씨다. 아이유는 처음에 대형 LED가 만든 하늘 속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고, 마지막엔 리프트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처럼 뮤직비디오 속 부유하는 이미지가 물리적으로 구현됐다. "남은 거 탈탈 털어" "모두 행운을 빌어"('홀씨') 주는 마음이 오롯이 전달된 것이다. 뮤직비디오처럼 댄서들도 각 리프트를 타고 공중으로 상승했다.

그럼 '홀씨'는 무엇을 뜻하나. '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 세포'를 뜻한다. '홀씨'는 노래 제목으로 유명한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말로 우리에겐 익숙하다. 사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으로 번식하므로 홀씨, 즉 포자(胞子)가 없다. 포자는 극한 상황에서 버티기 위한 생식 세포다. 아이유는 이번 '홀씨'에서 민들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홀씨'의 노랫말을 홀로 쓴 아이유는 20대에 처음으로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 '챗-셔(CHAT-SHIRE)'에서 자신의 나이를 한 떨기 꽃으로 비유했다. 그는 이번에 '홀씨'를 내면서 그 때를 "화려한 꽃이든 잔꽃이든. 그때는 내가 때 되면 만개할 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30대엔 세상 모두가 꽃이 될 이유도, 꽃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30대에 들어 처음 낸 앨범이자 '홀씨'·'쇼퍼'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이번 '더 위닝'에서 "나는 하늘에 홀홀히 나부끼는 홀씨로 살고자 한다. 지치지 않는 쇼핑객처럼 목적지 없이 휘적휘적 구경하고 떠돌며, 내 세상 곳곳에 진열된 다양한 선택지들을 카트에 넣고 싶다"고 했다.

'쇼퍼' 뮤직비디오에서 주섬주섬 여러 물건이 담긴 카트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이유다. 그 카트는 아이유가 멀리 보내버려도 그녀 주변을 빙빙 돈다.

사실 보통 대중이 생각할 때 물리적으로 가장 예쁜 때인 20대는 만개한 꽃에 비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유는 그 꽃을 꺾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홀씨처럼 견뎌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의 안부를 묻는 혹시 누군가 있다면 이렇게 전해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걔는 홀씨가 됐다구." 이런 메시지를 완결된 형태로 콘서트에서도 구현하는 아이유는 심미주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나 문학적인 콘서트

아이유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서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더 위닝'에 실린 다섯 곡의 작사를 홀로 도맡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 태도는 콘서트로도 번진다. 콘서트 제목과 부제에서 내재율(內在律)을 발견했다. 내재율은 좁은 의미로 보통 내용률을 가리킨다.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리듬감을 갖고 그로 인해 빚어진 메시지를 보여준다.

제목 'H. E. R'는 이날 콘서트를 나눈 1부 힙노틱(Hypnotic), 2부 에너제틱(Energetic), 3부 로맨틱(Romantic)으로 이어졌다.

각 파트엔 어울리는 곡들도 채워졌다. '최면술의'이라는 뜻의 힙노틱 파트는 '홀씨'로 시작해 '잼잼' '어푸' '삐삐' '오블리비아테'로 채웠다. 공기가 배어 아이유의 공간감이 넘치는 보컬은 주술적이다. 그건 이해의 단계를 뛰어 넘고 바로 매혹으로 직행하는 주문을 건다.

에너제틱을 장식한 곡들은 벅차올랐다. '셀러브리티' '블루밍' '코인' '에잇' '내 손을 잡아' '관객이 될게' 모두 그 계열의 노래들이다. 서로가 서로의 관객임을 인지하고 유대하며 뮤지션과 팬덤이 동일시화되는 과정. 아마 이 파트에 아이유가 단체 사진을 찍는 순서를 배치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로맨틱'에선 예상 가능한 것처럼 사랑에 빠진다. '하바나'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스트로베리문'(어쿠스틱 버전) 그리고 '밤편지'까지 이어졌다. 특히 아이유는 '밤편지'에 대해 "71세가 될 때까지 체조(케이스포돔) 채우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때까지 '밤편지'가 '세트리스트에서 빠질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끼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허'를 넘어섰으면 이제 4부 '엘라스틱(ecstatic)', 즉 황홀해할 차례다. 그건 유애나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이 파트의 시작곡은 '쇼퍼'다. "아직도 난 / 더 가지고 싶어"라고 시작하는 '쇼퍼' 영감의 착상(着床)은 아이유가 국내 여성 솔로 가수로는 처음으로 2022년 9월 17~18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었던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다.

그 자리에 모였던 약 9만 유애나(아이유 팬덤)는 아이유가 카트에 담은 욕심과 용기의 시뮬레이션이었다. '쇼퍼' 뮤직비디오 속 아이유가 획득한 황금 배트는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경쾌하게 지키는 무기가 된다. "그 더운 밤의 수만 관객들의 소리가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또렷이 내 안에 들어와 새로운 욕심들을 깨웠다"고 고백한 아이유는 스스로 또 다른 자신들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유애나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인 '시간의 바깥' '너랑 나'를 여기서 불렀고,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한 '러브 윈스 올'도 선보였다.

앙코르는 히로익(heroic), 즉 영웅적인 이야기는 결국 '승리의 서사'로 이어진다. 그래서 첫 곡이 '쉬(Shh)…'다. 뉴진스 혜인(10대)·조원선(50대)·패티김(80대) 등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세대의 연대를 모색하며 "뒷짐을 진 채 / 따라갈래 / 그녀의 긴 발자국 / 서로를 이어 (서로를 이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곡이다. 이건 서른 둘을 앞둔 아이유가 '스물셋'을 기억할 수 있고 다시 '홀씨'가 되겠다는 다짐과 이어진다.

사실 아이유는 이번 앨범을 설명하면서 '승리'를 내세웠는데, 그건 패배와 몰락을 아는 사람이라 가능하다. 대중음악은 사실 삶에서 실패한 자들의 표정을 톺아보면서 위로의 기능을 해왔다. 그럼으로 어떤 삶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왔는데, 10대에 데뷔해 20대에 갖은 편견과 어려움을 뚫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된 아이유는 좋은 노래는 일상적 가치의 기준점을 다시 돌아보면서, 같은 메시지라도 다른 화법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굳건히 믿는 것으로 보인다. 댄서 40명,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등 콘서트 때마다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 좋은 관행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좋은 메시지를 최상의 형식에 담아낸 것이다.

◆콘서트의 바깥…더 얘기해야 할 것들

아이유의 콘서트 중 또 다른 특징은 콘서트의 바깥이다. 즉 앵앵콜이다. 첫 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두 번째 앙코르에선 정말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다음날 일정이 있는 유애나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끝까지 남기로 한 유애나들은 옹기종기 모여든다. 무반주 '얼음꽃'을 짧게 부르며 시작한 이날 앵앵콜은 '겨울잠' '섬데이' '분홍신' '어젯밤 이야기' 등을 거쳐 '에필로그'까지 약 10곡으로 채워졌다. 지난 주말 두 번, 전날까지 세 번의 콘서트를 치러 체력적인 부담이 컸을 텐데도 아이유는 최대한 끝까지 유애나와 함께 했다. 이 정도면 대중음악계 예브게니 키신이라고 해도 될 법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키신은 앙코르만 1시간가량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유는 이번에 2~3일, 9~10일 총 네 차례 공연했고 6만명을 불러 모았다. 게다가 숨을 곳이 없는 360도 원형 무대에서 매번 4시간 넘게 공연했다. 케이스포돔에서 콘서트를 네 차례 열고, 그것도 360도 무대에서 공연하는 국내 여성 가수는 유일무이, 아이유뿐이다.

특히 아이유는 국내 공연장에서 여성 가수 신기록을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 오는 9월 21~22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번 투어 앙코르 공연을 연다고 예고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내에서 올림픽주경기장과 비견할 만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4만명에서 6만명가량 수용이 가능하다.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국내 스타디움 아티스트급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게 됐다.

그간 국내 붙박이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비롯 빅뱅, 지드래곤, '강남스타일'의 싸이 등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4월 세븐틴, 5월 임영웅이 이곳에서 공연한다. 아이유는 2017년 6월 지드래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연 솔로 콘서트에 게스트로 이곳 무대에 올랐다. 특히 아이유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연 데 이어 여성 가수로서 또 기록을 세웠다.

아이유는 "30대 들어 도전을 계속 하게 됐다. 월드투어를 처음 도는데 감사하게도 다 매진되고 있다. 투어를 하는 동안 기다려주실 유애나를 위해 앙코르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이유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오는 23~24일 일본 요코하마에 이어 대만 타이베이·북미 6개 도시(뉴어크·애틀랜타·워싱턴 D.C·로즈몬드·오클랜드·로스앤젤레스)·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여는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IU H. E. R. WORLD TOUR CONCERT)'가 티켓 예매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소속사 이담(EDAM) 엔터테인먼트는 "북미의 경우 단독 공연으로 첫 방문하는 것임에도 이 같은 쾌거를 이뤄내 글로벌에서 아이유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 아이유 영상을 올리며 유애나를 자처해온 76세 미국 할아버지 제브(Zev) 씨가 미국 공연에 초대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아이유 콘서트는 이처럼 본 공연 내적인 것 외에도 갖가지로 화제가 됐다. 뉴진스·라이즈·르세라핌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보검 같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주목 받았다. 그룹 '에스파' 윈터, 그룹 '있지(ITZY)', 아이유 '쉬…'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중화권 톱스타 탕웨이, 개그맨 유재석, 양세찬, 박명수 그리고 연인 이종석 등이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며 '스타들의 스타'라는 사실도 재입증했다. 아이유를 닮아 예의 바른 관객들 사연도 온라인에서 주목 받았다. 홀로 아이유 콘서트를 찾은 한 어린이 팬이 옆자리에 앉은 다른 팬에게 간식 꾸러미를 선물했고 그 안에 어린이 어머니가 '아이를 잘 부탁한다'며 쓴 편지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아이유는 이날 71세가 될 때까지 케이스포돔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곳에서 최고령의 나이로 공연한 여성 가수는 패티김(86)이다. 75세이던 2013년 은퇴 공연을 이곳에서 했다. 패티김은 아이유 '쉬…'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기꺼이 맡았다. 아이유는 우리나라 1세대 디바에게 이를 정중하게 부탁했었다. 그녀는 패티김의 행보를 이미 꿰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유가 직접 쓴 패티김의 '쉬…' 내레이션 부분은 이렇다. "여기 낡은 이야기 하나 있죠. 모두가 다 아는, 그러나 또 모르는
그 이름은 쉬(Shh)". 아이유는 우리의 현재 이야기이자, 지금 우리 대중음악의 시대정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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