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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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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 출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2014)는 성장 서사의 역작이다. 6세 소년이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의 이야기를 동일한 배우로 매년 15분씩 카메라에 담아낸 긴 호흡의 이 영화는 삶의 불확실성을 그려내는데 성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이브(HYBE) 레이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투어스'(TWS)는 K팝계 '보이후드'를 지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지향하는 독자 장르명도 '보이후드팝'이다. 소년 시절의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과 청량한 선율이 특징이다.

투어스라는 팀명은 '트웬티 포 세븐 위드 어스(TWENTY FOUR SEVEN WITH US)'의 약어다. 하루를 뜻하는 숫자 24와 일주일을 뜻하는 숫자 7로, 모든 순간을 표현했다는 뜻이다. '언제나 투어스가 함께'라는 의미가 내포됐다. 러닝타임이 165분이지만 소년의 12년을 내내 지켜본 듯한 감흥을 준 '보이후드'의 성질을 지향한다.

투어스가 '자연스럽고 친근한 음악적 화법'으로 '올해의 최고 신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1월22일 발매한 데뷔 음반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이하 '첫 만남')로 음악방송 총 5관왕, 음원 차트 상위권 장기 흥행, 국내외 챌린지 열풍 등 기세를 지속하면서다. '스파클링 블루'는 지난달 말 국내 음반 판매량 집계 기관인 써클차트 기준 '하프 밀리언셀러'(누적 판매량 50만 장) 반열에 올랐다.

투어스가 기존 K팝의 강렬한 사운드나 거창한 세계관 공식을 따르지 않고도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한 노랫말과 탄산수처럼 톡톡 튀는 선율, 심플하고 직관적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투어스의 '쉽고도 청량한 음악'이 비결이다.

특히 '스파클링 블루'에 실린 네 곡을 마치 한 곡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스타카토 리듬으로 전개하는 신스가 반짝이는 메인 선율에 배치돼, 앨범 전반을 젊고 청량한 바이브로 채운다. 상쾌한 기타와 리듬감 있는 베이스 리프는 신스 선율을 휘감는다. 소년 시절 떨리고 설레는 풋풋한 공기와 온도로 청자들을 안내한다.

특히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독주곡 '어린이 정경' 도입부를 삽입해 서정성을 강화하는가 하면('오 마이마이(Oh Mymy) : 7s'), 코러스 부분에 포근한 브라스 사운드를 가미해('BFF') 경쾌하면서도 살랑이는 느낌을 주는 변주들도 투어스 만의 색채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탠다.

김성대 대중음악 평론가는 "쉬운 음악이 곧 좋은 음악이다. 쉬운 음악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귀를 열게 돼 있다.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는 정확히 그 점을 포인트로 잡은 앨범"이라며 "신스팝이라는 '심장' 주위로 기타와 베이스, 브라스와 트랩 비트라는 '피'를 막힘없이 번갈아 돌게 하니 음악의 혈색이 나쁠 리 없다"라고 들었다.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 역시 "청량감 있는 스타카토 리듬과 당김음을 활용한 펑키한 무드, 전반적으로 적은 사운드 소스와 쉬운 코드 진행 덕에 웰메이드 밴드 사운드처럼 느껴진다. '적당히 템포감이 있는 저자극 K-팝'"이라고 해석했다.

투어스의 음악은 여기에 학창시절을 연상시키는 스쿨룩, 교실, 체육관 등의 미장센과 소년미가 묻어나는 언어들을 깎아 만든 가사를 오버랩시켜 통일된 사운드의 미감을 더욱 구체화했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의 K팝, 특히 보이그룹의 경우 일반 대중들에게는 세계관에 대한 사전지식이라든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서사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다소 높았다고 생각돼 온 게 사실"이라며 "순수하게 '콘텐츠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봤다.

아울러 도입부의 10초가량만 인용했지만 '어린이 정경'을 '오 마이마이 : 7s'에 전진배치한 것도 자연스레 콘텐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묘수가 됐다. 슈만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13곡의 소품집인 '어린이의 정경'은 아름답고 정겹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접촉점을 넓힌 것이다.

1990년대 만화계를 풍미한 천계영 작가와 협업한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천 작가는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 위버스반(Weverse Albums ver.) 커버 디자인에 1996년 순정만화 잡지 '윙크'에 연재됐던 '언플러그드 보이' 원화를 제공했다. '언플러그드 보이' 남녀 주인공인 강현겸과 채지율 두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삽입됐다.

'스파클링 블루' 2번 트랙 제목이 '언플러그드 보이'이기도 하다. 만화 캐릭터의 색깔이 투어스가 표방하는 정체성과도 결을 같이 한다는 게 플레디스의 설명이다. 특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풍선껌을 불며 등장해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되는 현겸은 힙합을 좋아하는 순수 소년이다. "난 슬플 땐 힙합을 춰"라는 현겸의 명대사는 여전히 회자된다. 무엇보다 그는 순수하고 무해하며, 솔직하고 발랄한 인물이다.

그렇게 지역과 시대는 다르지만 슈만의 '어린이 정경', 천 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 투어스의 '스파클링 블루'는 정서적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과한 세계관 설정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취를 구축했다.

꽉 찬 음악과 '과잉 도파민'으로 대표되는 기존 K-팝 보이그룹 신(scene)과 달리, 이처럼 투어스의 청량한 사운드와 이미지는 5세대 대표 주자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최근 '이지 리스닝' 붐을 따르는 듯하지만 그 궤도에서는 약간 비켜나 경쾌하고 밝은 톤의 투어스 색깔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청량한 청춘의 K팝 청사진(靑寫眞)'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같은 레이블 선배 그룹인 세븐틴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도, 투어스는 기존의 복잡한 K팝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라며 "거창한 세계관보다 얇은 서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소할 수 있는 일상의 경험을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풀어내, 한 편의 틴에이지 뮤지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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