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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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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럼에도 '더 보울스(The Bowls)'는 살아 남았다.

중학교 밴드 동아리 친구인 서건호(보컬·기타)와 박준성(기타)을 중심으로 윤형섭(베이스)·이학수(드럼)·임성현(건반) 5인조로 구성된 이 팀은 2015년 첫 EP '더 발라드 오브 보울린 보울스(The Ballad Of Bowlin' Bowls)'로 데뷔했다.

부침이 심한 홍대 신에서 좋은 음악으로 10년 가까이 버텼다. 1집 '이프 위 리브 위드아웃 로맨스(If We Live Without Romance)'(2019), 2집 '이프 위 러브 위드아웃 로맨스'(2019), 3집 '블래스트 프롬 더 패스트(Blast From The Past)'(2022) 같은 탄탄한 세 장의 정규 음반이 증거다. 특히 1집은 '2020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AOR(1960년대 말께 서구 팝 시장에서 모타운 스타일의 솔과 블루스 음악에 다양한 장르, 전자음악 장비 등이 섞이면서 탄생한 경향으로 '어덜트 오리엔티드 록(Adult Oriented Rock)' 혹은 '앨범 오리엔티드 록(Album Oriented Rock)'의 약자다.) 풍의 세련된 음악에 포크, 블루스,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의 감성을 아우른다. 뮤지션이면서 다양한 음악 마니아인 멤버들은 그 만큼 장르 수용력이 뛰어나다.

프랑스 출신 솔 팝 밴드 '타히티 80' 베이시스트 페드로 르상드와 보컬 지비에르 부와예르가 '블래스트 프롬 더 패스트'의 프로듀싱을 맡을 정도로 멤버들은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초여름을 안은 더 보울스의 최근 싱글 '노크(Knock)'를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시카고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 제임스 이하가 먼저 듣고, 자신의 작업실을 마음대로 쓰라며 초대하기도 했다.

내년 데뷔 10주년을 앞둔 더 보울스는 좋은 음악을 기반 삼아 올해부터 본격적인 팀 브랜딩에 나서기로 했다. 대중의 마음을 조금씩 더 노크하기로 한 것이다. "내게 노크를 해줘 / 먼저 전화를 걸어줘 / 사랑한다고 말해 뜬금없는 저녁에"라는 '노크' 노랫말처럼 말이다. 하반기부터 계획의 윤곽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최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더 보울스 연습실에서 서건호·박준성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올해 벌써 10년차, 내년이면 10주년이에요.

"일단 저희는 계속 이 멤버로 오래 하는 게 제일 큰 목표였어요.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대단한 것 같습니다."(서건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싶기도 해요. 처음엔 '몇 년 해야지'라는 생각조차 없었거든요. 재미로 좋아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한 건데 참 신기해요."(박준성)

-맨 처음에 밴드 목표는 전혀 없었어요?

"전혀 없었어요. 저희끼리 그냥 '앨범을 내보고 싶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가 제일 큰 것이었거든요. 그걸 이루고 나서는 다음 생각은 안 했었던 것 같아요."(서건호)

-그러면 밴드로서 목표나 지향점이 생기기 시작한 때가 있었나요?

"제가 우연히 다른 밴드 세션을 하고 그 분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앨범, 라이브 외에 팀의 브랜딩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로다운 30' 윤병주 형님을 보면서 윤병주 이름으로 무엇인가 계속 쌓인다는 것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서건호)

"전 2022년 세 번째 정규 음반 '블라스트 프롬 더 패스트(Blast From The Past)'를 발매한 뒤 대충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를 더 잘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솔직히 멤버들 사이에서 미래가 안 보이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물론 같이 연주하는 건 재밌지만 큰 그림이 없으면 힘들잖아요. 저희가 고민할 시기들을 거쳤고 일단 잘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죠."(박준성)

"이제 멤버들 각자 어떤 생각으로 하고 있는지 파악이 됐어요. 그래서 더 편해졌죠. 3집이 나름 잘 만들어져서 활동도 잘하고 그러면서 확실하게 그림을 그리고자 하게 된 거죠."(서건호)

-그런 상황에서 최근 발매하는 일련의 싱글들이 되게 중요하겠네요. 그래서 최근작인 '노크'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초여름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처음부터 테마가 그냥 딱 나온 곡이에요. 그런데 만들어진 파트를 노래 하나로 합치는 건 쉽지 않았어요. 가사, 멜로디, 코드는 한 번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서건호)

-예전과 달리 최근 들어 한국어 가사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우선 요즘엔 한국어로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페드로 르상드랑 작업할 때 영어 곡들을 보냈더니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언어가 섞여 있는 것보다 영어로 다 만드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작업했죠. 그런데 어느 날 프로듀서가 '너희는 한국 밴드인데 왜 한국어로 노래 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한국어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 항상 해서 이때다 싶었습니다."(서건호)

-지금 밴드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희가 3집 내고 처음으로 제대로 활동이라는 걸 해본 것 같아요. 이전까지 앨범을 많이 냈지만 기본적으로 수입이 되는 행사 출연이라든지, ('온스테이지' 같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촬영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출연을 비롯해 저희가 해낼 수 있는 걸 끝내고 나니까 다음 스텝이 약간 애매해지더라고요. 특히 저희 같은 포지션의 밴드는 더욱 더 그래요."(서건호)

-더 보울스 같은 포지션의 밴드는 어떤 위치를 말하는 건가요?

"인기는 크게 없고 듣는 사람은 있기는 한 것 같지만…흔히 말하는 팬덤이 있는 밴드는 아니잖아요."(서건호)

-홍대 앞 인디 신도 K팝처럼 팬덤 시대로 넘어가 버리긴 했죠.

"저희는 팬덤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팀이에요. 근데 활동이 지속 되려면 팬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가 팬을 모을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그것에 대해 고민 중이고요."(서건호)

-3집을 내시기 전까지는 '그런 활동은 없어도 된다'라고 생각하셨던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 아예 생각하지 못했어요. 돈은 다른 활동 해서 벌고 밴드로 음반 내고 공연하는 게 좋으니까 거기에만 미쳐서 활동한 거죠."(서건호)

-그런 와중에 제임스 이하 같은 분들이 호평을 하시면 힘이 될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왠지 '우리를 좋아할 것 같은 형들이 우리를 좋아한다' 느낌이에요. 하하."(서건호)

-그럼에도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10년 동안 팬들을 만나왔어요. 10년 동안 해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간 홍대 앞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는데, 두 분이 보시기에 어떤 부분이 가장 변했나요?

"일단 신(scene)이라는 게 없어진 느낌이에요. 저희가 시작할 때는 그게 있었거든요. 고등학생 때 클럽에 가면 여러 팀이 한 장르 등으로 묶여 공연 전체를 다 즐길 수 있었어요. 지금은 클럽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가더라도 공연의 색깔이 없어요. 다 개인 사업으로 바뀐 느낌이에요."(서건호)

"이제 뒤풀이도 없고 밴드끼리 커넥션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요. 동료 뮤지션, 동료 밴드가 점점 없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요. 각자도생이 더 강해진 느낌입니다. 옛날에는 클럽에 가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해졌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어요."(박종성)

-두 분 음악을 어떻게 좋아하게 됐고,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동아리를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제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합창부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까 밴드부였던 거예요. 거기서 보컬로 나서게 됐는데 밴드 이름은… 투지(2G)였어요. 당시 2G를 쓰기도 했고, 투지(鬪志)라는 뜻도 있었죠. 그곳에서 2학년을 맞았는데 준성이가 전학을 왔어요. 같은 반이었는데 자기가 기타를 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밴드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했죠. 근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실력으로 기타를 쳤어요. 그 어린 나이에 지금이랑 똑같이 연주했어요.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이었어요. 그걸 보고 '나도 기타를 제대로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바로 학원에 등록했어요."(서건호)

-준성 씨는 어떻게 그렇게 기타를 잘 치셨어요?

"초등학교 때 학예회 같은 거 하잖아요. 선생님이 제가 기타를 원래 칠 줄 안다고 생각하시고 기타 연주에 저를 넣은 거예요. 저는 몰랐는데 말이죠. 진짜 소심해서 선생님에게 못 친다고 말도 못하고, 기타 학원 가서 연주해야 하는 (체리 필터의) '오리 날다'만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연주가 재밌었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죠. 선생님이 레드 제플린도 알려주셨는데 그 때부터 재미가 붙은 거예요."(박준성)

-두 분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된 겁니까?

"당시 유명한 밴드들 음악은 다 들었어요. 타히티 80도 그때 들었죠. 중학생 때 준성이는 주로 영미권 음악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저는 원래 국내 인디 음악을 엄청 많이 들었죠. 영화 '스쿨 오브 락'을 보고 '진짜 미쳤다'라고 생각해서 나온 노래들 다 카피하고 그랬어요. 더 보울스 색깔에 대해선 합의를 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합주하다가 괜찮은 테마가 나오면 그걸 노래처럼 들리게 만들면서 음악을 시작했죠."(서건호)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인데, 밴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준비 중인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도 있습니까?

"건호가 음악을 잘 만들고, 저희가 연주도 잘하는데 홍보, 프로모션에 어려움을 겪는 거 같아요. 이 부분이 제일 어렵긴 해요. 관련해서 여러 고민 중에 있습니다."(박준성)

"10주년을 기념해선 일단 그동안 냈던 앨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연주하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저희 곡이 많아서 하루에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때로는 그런 파격적인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해외 투어 투어도 좋긴 한데 우선 미국에서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주로 들었던 음악이 있는 곳이거든요."(서건호)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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